노조파괴는 인간파괴다
- 갑을오토텍 노조파괴 전략문건 「Q-P 전략 시나리오」가 드러낸 것
갑을오토텍 사측의 노조파괴 전략문건이 발견되었다. 이른바 ‘Q-P 전략 시나리오’라는 이름을 단 이 문건은 노조파괴 용병투입, 대체생산 경로 확보, 파업유도, 직장폐쇄와 선별복귀 유도, 단체협약 전면 개악, 대량징계를 통한 심리위축 및 징계조합원 복지축소를 통한 제2 노조 가입유도 등 민주노조를 현장에서 뿌리 뽑기 위한 총체적 경로를 망라하고 있다. 2014년 이후 지속되는 갑을 자본의 공세는 그야말로 치밀하게 목적의식적으로 준비된 것이었음이 드러났다.
이미 현실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특전사 출신과 전직 비리 경찰 등 노조파괴 용병을 현장에 투입하여 폭력으로 현장을 장악하고, 경비용역 외주화를 전면적인 현장 비정규직화의 계기로 인식시켜 파업을 유도하고, 직장폐쇄로 현장을 닫아걸고 조합원 순차적 선별복귀를 유도하여 제2 노조를 설립한다는 계획의 본질은 ‘노동자의 굴종과 체념’을 통해 자본의 현장 독재를 확립하는 데에 있다.
곧, 자본의 힘과 자신의 무력함을 노동자가 몸소 느끼게 함으로써 스스로 지켜온 민주노조에 대한 배신을 유도한다는 것이 사 측 노조파괴 계획의 핵심이다. 스스로 지켜온 민주노조에 등을 돌려야 하는, 그럴 것을 강요받는 노동자의 심리상태가 온전할 리 없다. 이 과정은 하나의 인격체로서 감내해야 할 굴욕감은 물론, 그동안 맺어왔던 모든 사회적 인간관계의 파탄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즉, 노동조합을 파괴하는 것은 그 자체로 인격에 대한 파괴다. 노조파괴를 통해 노동자는 ‘인격’을 가진 사회적 존재가 아니라 오로지 ‘생산투입요소’로서 존재하게 된다. 생산에 투입되는 ‘원자재’와 다르지 않은 존재가 되는 것이다. 「Q-P 전략」 문건으로 드러난 갑을 자본의 노조파괴는 노동자의 굴종과 개별화에 근거한다. 곧 노조파괴계획은 ‘인간’을 파괴하는 계획이다.
「Q-P 문건」은 노조파괴 ‘전문업체 컨설팅’과 ‘경비용역 투입비용’ 등 노조파괴 소요비용을 적게는 20억에서 많게는 37억까지 추산하고 있다. 중소 자동차 부품업체에는 적지 않은 돈이지만, 노동조합만을 파괴하여 현장에 자본의 독재를 확립할 수 있다면 결코 아깝지 않다는 것이다.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고용창출에 사용하는 것은 아까워도 용역 깡패 투입에 사용하는 것은 전혀 아깝지 않다는 것이다. 일단은 자본의 수족과도 같은 어용노조를 통해 현장을 질식시키고, 장기적으로는 그 어용노조마저 제거해 곱절의 이윤을 뽑아내자는 것이 자본의 목적의식적 계획일 것이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안다. 자본의 노조파괴 공세에 굴복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수많은 노조파괴 사업장이 어떻게 죽음의 공장으로 변해갔는지를. 그렇기 때문에 갑을 노동자들은 2014년 이후 지금까지 자본의 공세에 맨몸으로 맞서고 있다.
갑을 자본은 노동자들의 투쟁에 맞서기 위해 대체생산을 조직했다. 대체생산은 제품의 불량률을 높이고 품질을 저하할 수밖에 없다. 결국, 갑을 대체생산의 의미는 원청인 현대·기아차 자본이 갑을 자본의 승리를 위해 일시적인 품질저하를 감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노동자에 맞서는 자본의 연대다. 우리는 갑을 노동자들의 처절한 투쟁에 어떻게 답할 것인가.
2016년 8월 4일
사회변혁노동자당
http://rp.jinbo.net/statement/26906
http://rp.jinbo.net/statement/26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