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민주노총의 일자리위원회 참가를 반대한다
- 현재의 압박에 미래를 팔아서는 안 된다
일자리위원회 참여 여부가 논란이다.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는 5월 24일과 5월 31일 논쟁 끝에 참여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고, 6월 8일로 결정을 미뤘다. 사회변혁노동자당은 민주노총의 일자리위원회 참가를 반대한다. 일자리위원회는 한계가 분명한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사회적 합의’라는 외피를 씌울 뿐이며, 광장항쟁을 일터로 확장해야할 이때, 6월 사회적 총파업과 하반기 노동법 개정투쟁을 허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자유주의 정권의 ‘사회적 대화’를 우리는 충분히 경험했다. 1998년 1월 15일 출범한 1기 노사정위원회는 불과 한 달도 지나지 않은 2월 6일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협약>이라는 이름으로 정리해고제·파견근로제 법제화를 관철했고, 그 참혹한 결과에도 1998년 6월 5일 민주노총은 다시 2기 노사정위 참여를 결정했다. 그 의제는 정리해고·파견제 남용방지, 노동시간단축방안, 교섭체계의 산별화 등 제도개선방안, 삼미특수강 문제해결 등 이후 지켜지지도 않은 허울 좋은 약속들에 불과했다. 결국 1999년, 민주노총은 어떤 것도 얻지 못한 채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했다. 2005년, 노무현 정부는 민주노총은 물론 한국노총의 탈퇴로 유명무실해진 노사정위원회에 ‘노사정대표자회의’라는 간판을 걸며 ‘사회적 대화’를 시도했고 이는 비정규직법과 노사관계로드맵을 관철하기 위한 시도일 뿐이었다. 복수노조 인정대신 교섭창구단일화, 직권중재 폐지대신 공익사업장 필수업무유지제도 관철. 이런 ‘사회적 대화’가 무엇을 결과했는지 우리는 똑똑히 경험해왔다. 정리해고 제한, 노동시간 단축, 산별노조 인정 등을 논의하자며 만든 사회적 협상에서 웃는 것은 항상 자본이었다. 쟁점인 일자리위원회 역시 마찬가지다.
첫째, 정부 정책기조 자체가 심각한 문제다.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의 실상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무기계약직화와 자회사 전환이다. 우선, 2007년 비정규직법 시행에 따라 등장한 무기계약직은 ‘기한의 정함이 없는’ 비정규직일 뿐이다. 임금과 복리후생 체계는 무기계약직군에 묶여 정규직에 비할 바 없이 열악하다. 그렇기에 노동자들은 무기계약직을 ‘평생 비정규직’이라고 비판해왔다. 또한, 이미 존재하는 공공부문 무기계약직의 임금·복지수준은 정규직의 절반가량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자회사 소속도 정규직’이라는 논리는, 생산현장에 ‘불법파견’은 없으며 ‘합법도급’만 있다는 논리, 즉 간접고용 노동자는 ‘원청 비정규직’이 아니라 ‘협력업체 정규직’이라는 불법파견 자본의 논리와 전혀 다르지 않다. 간접고용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둔갑하는 것이다. 결국 정부 대책은 비정규직의 형태만 바꾼다.
둘째, 일자리위원의 기능은 결국 정규직에 대한 공격이다. 공공부문 대타협의 모범을 민간에 확장한다는 것이 정부 공약이며, 이 지점에서 대타협을 통한 ‘광주형 일자리’의 전국 확산이라는 공약이 맞물린다. ‘광주형 일자리’는 기업-노조 합의로 만들어지는 기업 내 기업, 곧 자회사 간접고용이라는 점에서 정부 공공부문 일자리 대책과 그 본질이 같다. 이렇듯 한계가 명백한 공공부문 고용대책을 민간으로 확산하는 도구가 일자리위원회다.
광주형 간접고용의 원본은 2001년 폭스바겐과 독일 금속노조 협약으로 만들어진 자회사, ‘아우토5000’이다. 이는 3교대, 28.8시간에서 42시간까지의 유연근무제, 직영보다 20% 낮은 임금에 근거했다. 그리고 5년 뒤인 2006년, 폭스바겐 직영 노동자들은 결국 유연근무제 단협개악을 수용했다. 5천 규모 자회사를 둘러싼 협약이 결국 폭스바겐 전체 단협을 뒤흔든 것이다.
한번 만들어진 협약의 효과는 결코 해당 협약에 한정되지 않으며, 정부 역시 이를 의도한다. <공공부문 사회협약→사회협약 확산→해당 모델 안착>으로 이루어지는 ‘중규직’의 일반화 과정 - 곧, 현 노사정 대타협은 비정규직 노동조건 개선을 명분으로 정규직 노동조건을 개악하고, 종국에는 정규직 자체의 축소를 목표로 한다.
셋째, 파견법에 일언반구 하지 않는 정부 대책으로는 스스로 내건 ‘중규직 평준화’조차 불가능하다. 고용구조의 핵심 문제는 자회사와 하도급업체를 통한 다단계 간접고용과 이중착취이며,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파견법이다. 정부는 도급과 파견의 기준을 마련하고 노무도급을 금지해 대기업 불법파견을 근절하겠다고 하지만, 도급과 파견의 법적 기준은 ‘원청의 작업지시 여부’로 이미 존재하며, 또한 노무도급 금지는 파견법이 있는 한 무용지물이다. 문제의 근원은 파견법이며, 파견법에 손대지 않는 정부 대책은 <정규직-다단계 비정규직> 구조를 <중규직-다단계 비중규직> 구조로 대체해 하향평준화를 낳을 뿐이다.
넷째, 심지어 일자리위원회는 그에 대한 전술적 활용조차 불가능하다. 현 일자리위원회의 위상은 일단 참여한 후 뛰쳐나올 수 있는 일개 테이블이 아니다. 즉, 참여 자체가 돌이키기 힘든 효과를 가지는 정치행위다. 일자리위원회 위원장은 대통령이며, 위원은 장관 11명, 수석비서관 1명, 국책연구기관장 3명 등 정부 측 15명, 민주노총, 한국노총, 비정규직 단체, 경총, 대한상의, 중소기업중앙회 등 노사 대표단체 6명, 민간전문가 9명 등 총 30명이다. 일자리위원회가 정부 일자리정책 관철의 축이라는 점은 대통령이 위원장이라는 점에서도 드러나며, 과반 참석에 관반 찬성으로 이루어지는 의결에 정부가 압도적 권한을 점한다는 점에서 민주노총은 정부 결정에 ‘합의’라는 외양을 둘러줄 수 있을 뿐이다. 심각한 기조 상 문제를 인지한 상황에서 일자리위원회에 참여한다는 것은 정부 기조에 대한 승인에 지나지 않는다. 참여보다 탈퇴가 훨씬 힘들다.
사회변혁노동자당은 민주노총의 일자리위원회 참여를 반대한다. 정부가 양질의 일자리 창출 의지가 있다면, 일자리위원회 참여를 압박할 것이 아니라 민주노총과의 노정교섭을 열라. 정부가 비정규직을 없앨 의지가 있다면, 불법파견 범죄자 정몽구부터 구속하라. 정부가 노조조직률을 20% 수준으로 올리고 싶다면, 모든 노조파괴를 엄벌하고 전교조의 지위부터 회복하라. 이 모든 것은 일자리위원회 없이도 가능하다.
민주노총이 정부의 일자리 정책을 강제하고 싶다면, 일자리위원회에 참여할 것이 아니라 정부 정책의 본질과 한계를 가감 없이 짚어야 한다. 민주노총의 일자리위원회 참여는 6월 사회적 총파업과 하반기 노동법 개정투쟁을, 최저임금1만원·노조할권리·재벌체제해체투쟁을 뿌리부터 흔들 것이다. 연초 민주노총 대의원대회가 결의한 투쟁을 흔들림 없이 수행하는 것, 그것이 광장항쟁을 삶의 변화로 연계하는 지름길이다.
2017년 6월 5일
사회변혁노동자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