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문재인 정부 비정규직 가이드라인의 기만을 입증하다
- 인천공항 ‘정규직 전환’ 합의에 부쳐
12월 26일 인천공항 노사 전문가협의회가 ‘정규직 전환’ 합의를 발표했다. 골자는 △인천공항 비정규직 1만 명 중 3천 명은 직접고용하되 기존 정규직과 구별한 별도직군으로 배치하고 △나머지 7천 명은 2개의 별도 자회사를 설립해 간접고용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직후 방문해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했던 만큼 인천공항은 문재인 정부 비정규직 대책의 가늠자였다. 그리고 그 대책의 핵심은 차별과 배제라는 점이 명확히 드러났다.
첫째, 이번 합의는 특정업무, 소위 생명안전업무만을 직접고용대상으로 한정한다. 1만 인천공항 비정규직 가운데 3천 명만 직접고용 대상이다. 심지어 정부는 ‘생명안전업무’ 기준이 무엇인지도 공개하지 않는다. 자의적이고 모호한 기준에 따라 비정규직 가운데 일부만을 선별하고 대다수를 배제한 것이다. 외주화로 구의역 참사 등 사고가 잇따르며 대중적 분노가 분출하자, 정부는 생명안전업무 정규직화 요구를 생명안전업무‘만’ 정규직화하면 된다는 기만책으로 슬그머니 바꿔놓았다. 정부와 사측이 생명안전업무로 판단하지 않는 대다수 업무는 얼마든지 외주화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둘째, 직접고용 대상자 3천 명 역시 별도직군으로 편제해 차별을 구조화한다. 별도직군을 설치한 유일한 이유는 임금과 노동조건을 낮추기 위해서다. 그간 인천공항공사 사측은 정규직 전환에 필요한 비용을 추가지출하지 않고 용역업체에 지급하던 일반관리비와 이윤으로 충당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실제로 어제 합의를 발표하며 임금수준은 용역업체 임금을 기준으로 설계한다고 밝혔다. 이름만 정규직일 뿐, 처우개선은 미미하다. 이는 애초 정부가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서 전환비용 최소화를 내세울 때부터 예견된 일이다. 문재인 자신도 인천공항을 방문했을 때 노동자들에게 “한 번에 다 받아내려 하지 말라”며 정부대책이 온전한 정규직화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스스로 보여주었다. 더욱이 어제 합의는 전환대상자들의 임금체계를 직무와 직능을 반영해 설계한다며 직무급제를 천명했다. 이는 기존 정규직보다 낮은 임금과 불리한 승급체계를 구조화한다. 단계적 처우개선이 아니라 차별의 지속을 선언한 것이다.
셋째, 합의문은 직접고용에서 배제한 간접고용 노동자 7천 명을 이른바 “별도회사(자회사) 정규직”이라고 규정해 마치 간접고용은 비정규직이 아니라는 듯 호도한다. 인천공항 비정규직 70%에 달하는 이 노동자들은 기존 용역업체에서 별도 자회사로 소속회사 이름만 바뀌었다. 직접고용 정규직화 요구에 대해, 자본은 항상 ‘당신들은 원청회사 비정규직이 아니라 하청업체 정규직’이라는 논리로 사용자책임을 회피해왔다. 어제 합의는 대다수를 간접고용으로 방치한 채 이를 “정규직 전환”이라고 부르는 파렴치를 반복했다. 이 역시 정부 가이드라인에 완전히 부합한다. 정부 가이드라인은, 자회사 간접고용도 정규직 전환이라고 인정하면서 ‘불법파견이 아니라 합법도급’이라고 강변하는 자본을 정당화했다.
이번 합의는 △선별과 배제 △별도직군 차별 △자회사 간접고용이라는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그리고 이 문제는 정부 가이드라인 자체에서 나온다. 정부는 인천공항 합의를 다른 공공부문으로 적용하려 할 것이다. 이미 각 기관 정규직전환심의위원회와 노사전문가협의회는 ‘비정규직 제로’가 아닌 ‘정규직 전환 제로’라는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대책이 도리어 정규직화를 가로막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합의가 아니라 투쟁이다. 모든 지역, 모든 부문에서 정부 가이드라인에 맞서야 한다.
2017년 12월 27일
사회변혁노동자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