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에서 시작한 노동자 직접정치의 힘찬 날개짓
오는 7.30재보선에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김득중 지부장이 무소속 ‘노동자후보’로 출마를 선언했다. 김득중 지부장의 평택 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에는 통합진보당, 정의당, 노동당, 녹색당 등 원내외 4개 정당들도 적극 지원을 결정했다. 이들 4개 정당은 평택 을 선거구에 후보를 내지않고, 김득중 선본에 공동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등 노동계와 장애, 인권, 문화예술, 학계, 언론, 법조계 등 사회각계의 지지선언도 잇따랐다.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 또한 김득중 선거대책본부에 이종회 공동대표가 공동선대위원장으로 결합하는 한편, 경기추진위 차원에서도 적극적인 선거투쟁 지원을 지난 6월 29일 6차 전국위원회를 통해 확정한 바 있다.
이로써, 7.30 평택 을 재보선은 거대 보수양당에 맞서 무소속 노동자 후보로 나선 김득중 지부장이 진보진영 단일후보로 추대되며 노동자정치의 부활을 만방에 선포했다. 6월 26일 국회의원 출마 기자회견에서 그는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로 빚어진 수많은 문제가 사회에 던지는 과제들을 성실히 해결해나갈 것”이라며 “목숨 뺏는 정치를 끝내고 안전한 사회의 틀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같은 김득중 선본의 다짐은, ‘자본 중심, 이윤 만능의 체제’를 공고히 해왔던 지배계급의 정치를 거부하고 노동자 직접정치의 희망을 새롭게 쓰겠다는 당당한 선언이기도 하다. 2009년 쌍용차 자본의 회계조작과 기획부도, 그에 따른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들 3천여명의 정리해고가 부당하다는 고등법원 판결이 올해 2월 선고되었지만, 쌍용차 자본은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18대 대선을 앞두고 쌍용차 국정조사를 약속했던 여야 정치권 역시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절박한 몸부림을 싸늘하게 외면하고 말았다. 정리해고 이후 경제적 곤궁과 가정파탄, 사회적 고립이라는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어야했던 이들에게 이른바 ‘현실정치’는 희망이 되지 못했다. 이렇듯 죽음과 절망을 강요하는 세력에게 더 이상 노동자민중의 삶을 의탁하지 않겠다는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굳은 결심이, 급기야 7.30재보선에 노동자후보 김득중의 출마로 이어진 것이다.
목숨 뺏는 정치에 맞설 ‘노동자 살리기’ 선거투쟁
7.30재보선에 출사표를 던진 그는 평택 을 국회의원 후보로서 다음과 같이 핵심공약을 내걸었다.
▲ 노동자 죽음을 방기하는 기업에 대한 '기업살인죄' 신설
▲ 불법적인 비정규직 사내하청에 대한 처벌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기업 범죄 특별법 제정 ▲ 정리해고제 폐지 입법 발의
▲ 민간 주도의 제 2의 와락센터 신설
김득중 선본이 내건 핵심공약들은 비단 정리해고 문제 뿐만 아니라, 사내하청 비정규직으로 대표되는 자본의 고용유연화 정책, 그리고 노동기본권을 제약하고 생존권을 박탈하는 손배가압류 등 해고노동자로서 몸소 겪어온 자본의 폭력에 대항하기 위한 최소한의 자구책이다. 동시에 이는 노동배제적인 사회구조를 재구성하기 위한 소중한 한걸음이기도 하다. 요컨대, 이번 7.30 평택 을 재보선에서 김득중선본이 구현하고자 하는 정치적 목표는 ‘목숨 뺏는 (자본가) 정치’에 맞서는 ‘노동자 살리기’이다.
전국단위로 치러지는 선거에 비해 전국적인 관심이 상대적으로 덜한 재보선임에도, 김득중 선본은 사회각계의 전폭적인 지지에 힘입어 평택지구를 넘어 근래 보기드문 초미의 관심사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는 노동자가 직접 정치의 주체로 나서겠다는 김득중 지부장의 7.30 재보선 출마결의가 지역을 넘어 깊은 울림을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득중 선본은 해당 선거구의 협소한 이해관계를 벗어나 노동자민중의 빼앗긴 권리를 되찾고 인간다운 삶을 지키려는 명실상부한 ‘노동자 후보’로 이미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제부터는 앞으로 20여일 남은 선거운동을 ‘노동자 후보’답게 확고한 정치적 전망과 내용으로 승부하는 것이 김득중 선본에게 주어진 과제이다.
‘노동자살리기’ 선거투쟁의 진정한 승리는...
이를 위해 김득중선본의 선거투쟁방향으로 다음의 세가지를 제기하고자 한다.
첫째, 득표전략이 아닌 핵심공약에 입각한 선거투쟁을 끝까지 흔들림없이 진행하자. 매우 올바르게도, 지금까지 김득중선본은 지역주민들이 선호하는 관심사나 주민들의 이해에 직접적으로 부합하는 사안만을 핵심공약으로 내걸지 않았다. ‘정리해고제 폐지 입법 발의’나 ‘기업살인법 신설’ 등은 노동자 살리는 정치의 기틀을 확고히 마련하겠다는 의지로 손색없어 보인다.
이번 7.30재보선에서 새누리당이나 새정치민주연합 같은 자본가정당들이 전략공천으로 권력재편기 당세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김득중 선본이 득표전략에 매몰되지 않으려면 무엇보다도 이러한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새누리당이든 새정치민주연합이든 상대후보를 이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선거운동은 결국 대중을 동원부대로 전락시키거나 대상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둘째, 아래로부터 생동하는 대중투쟁과 긴밀하게 결합하는 선거투쟁을 만들어가자. 평택 을에서 무소속 진보단일후보로 출마한 김득중선본의 이점 가운데 하나는, 야4당의 풍부한 선거실무 역량과 이들 야4당의 풀뿌리 당원들이 보유한 지역활동의 경험이다.
그런데, 이는 자칫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다. 과거 진보정당운동이 극복하지 못한 선거공학의 울타리를 과감히 넘어섰을 때, 김득중선본은 투쟁하는 노동자후보로서 비로소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선거투쟁 과정에서 만나게 될 수많은 현장노동자들에게 자본의 이윤보다 노동자들의 삶이 중요하다는 것, 이러한 절실한 깨달음이 헛되지 않으려면 지역과 단사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분할되어 있는 노동자들의 단결과 연대가 필요하다는 것을 끊임없이 제기하고 호소해야 한다. 가능한 한 모든 노동자투쟁의 요구를 집약하는 창구의 역할을 김득중선본이 담지해낸다면, 다가올 7.22 민주노총 총파업은 더욱 위력적인 투쟁으로 상승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이번 선거투쟁을 통해 자본가정당의 반노동자적 실체를 폭로하는 한편, 노동자들이 움켜쥐어야 할 독자적 정치세력화의 전망을 힘차게 열어나가자. 그러자면, 노동자민중의 생사여탈을 더 이상 자본가정당에 위임하지 않겠다는 김득중선본의 다짐이 전국의 모든 노동자민중의 열망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노동자민중 스스로의 힘과 투쟁으로 파국이 임박한 자본의 세상을 갈아엎자고 당당히 선포하자!
설사 이번 재보선에서 노동자후보가 의회에 입성하는 데 실패하더라도, 이러한 중심과제를 올곧게 지켜나간다면 평택 을에서 시작된 노동자정치운동의 반전은 마침내 정점을 향해 가파르게 상승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갈 길은 여전히 멀다.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자본가정당의 들러리로 전락시킨 ‘묻지마 야권연대’와 철저히 결별하고, 투쟁하는 노동자민중 스스로 자신의 요구를 정치화하는 과정이 충실히 이행되어야 한다. 그간 배신과 패배의 역사로 점철된 노동자정치의 진정한 혁신과 발전을 위해,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원회도 김득중선본과 함께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자 한다.
2014년 7월 10일
변혁적 현장실천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