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호르무즈 파병 결정, 즉각 철회하라
- 중동 평화 위협하고 미국 패권전략에 호응할 뿐
문재인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결정했다. 아덴만 일대에서 임무 중이던 청해부대 작전 범위를 호르무즈 해협을 사이에 끼고 있는 오만만과 페르시아만 일대까지 확대하는 방식으로 사실상의 호르무즈 파병을 결정한 것이다. 이 파병 결정은 그 내용과 형식 모두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
첫째, 파병 결정은 미국의 패권전략에 한국을 적극 동원하고자 하는 미국의 중동 패권전략에 적극 협조하면서 중동 위기를 더욱 고조시키는 반평화적 행위다.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새해 벽두부터 중동 지역의 평화를 위협한 세력은 미국이다. 트럼프 정부는 취임 직후 이란 핵합의(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파기하며 중동 지역의 위기를 고조시키더니, 급기야 올 1월 솔레이마니 이란혁명수비대 사령관을 살해했다. 또한 미국은 이란 핵합의 당사국인 유럽 3국(영국, 프랑스, 독일)으로 하여금 ‘이란이 핵합의를 위반했다’며 분쟁조정 절차에 착수토록 협박했다. 이에 반발하는 이란이 핵합의 탈퇴와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를 경고하고 나서면서, 미국 도발로 인한 중동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미국은 이란을 군사적으로 압박-봉쇄하기 위해 ‘국제해양안보구상(IMSC: 호르무즈호위연합)’을 만들고 여기에 한국군 파병을 요구해왔는데, 결국 문재인 정부는 이에 굴복하여 호르무즈 파병을 결정한 것이다.
정부는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해양안보구상’ 일원으로서의 파병이 아니라, "우리 국민의 안전과 선박의 자유항행 보장"을 위한 독자적 파병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다. 정부는 “필요할 경우 국제해양안보구상(IMSC)과 협력할 계획”임을 밝히고 있어, 미국 주도의 국제해양안보구상 참여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의 파병 결정은 중동 위기를 고조시킨 미국의 제국주의적 군사패권정책에 하위파트너로 한국군을 적극 편입시키는 반평화적-친제국주의적 정책으로,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둘째, 정부가 내세우는 파병 근거 역시 전혀 명분이 없다.
정부는 ‘우리 국민의 안전과 선박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현재까지 호르무즈 파병이 시급히 요구될 정도로 현지에서 우리 국민의 안전과 선박의 자유항행이 위협받은 사례 자체가 없다, 오히려 파병 결정이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 미국의 압박에 맞서 이란이 쓸 카드 중 하나가 호르무즈 해협의 ‘선택적 봉쇄’인데, 이란은 이란 제재에 적극 동참하거나 이란을 겨냥한 미국의 군사 활동에 가담하는 나라들의 선박을 차단하는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또 미국과 대결 상태에 있는 이란 및 중동 내 친이란 세력의 반한 감정을 자극하는 계기가 되어 중동지역 국민의 안전이 위협당할 수도 있다. 실제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한국군의 파병 결정에 대해 ‘이란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결정’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한국이 미국 측에 섬으로써, 중동 지역 국민과 선박, 한국군의 피해를 낳을 수 있는 것이다.
셋째. 정부의 파병 절차도 문제다, 정부는 별도의 파병이 아닌 청해부대의 ‘작전 지역 확대’ 방식으로 파병을 추진하고 있다. 작년 청해부대 파병동의안이 통과될 때 '유사시 작전 범위를 확대한다'는 법적 근거가 있어, 파병에 대한 국회의 추가 동의 절차는 필요 없다는 논리를 편다.
그러나 이것도 꼼수다. 애초 청해부대는 한국 선박을 해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아덴만에 파견된 부대다.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작전은 이 지역을 실질적으로 관할하고 있는 이란을 상대로 한 것이기에, 해적 대응을 위한 목적과는 그 성격이 전혀 다르다. 결국 정부는 파병 문제가 국회 내 논쟁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사회적 쟁점이 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국회 동의 절차가 필요 없다는 기만책을 쓰고 있는 것이다.
결국 정부의 파병 결정은 형식적으로 '독자적 작전'임을 강조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미국의 파병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미국의 대이란 패권정책에 적극 협조하는 결정이다. 국민의 안전과 선박을 보호하기는커녕 오히려 위협하고, 중동 지역에서 전쟁이 발생할 경우 파견군대의 희생도 가져올 수 있는 위험한 결정이다.
이에 우리는 문재인 정부의 반평화적-친제국주의적인 파병 결정을 즉각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또한 문재인 정부가 미국의 제국주의 패권정책에 계속 협조한다면 엄청난 저항에 부닥칠 것임을 경고하며, 파병에 반대하는 모든 평화-반전세력과 함께 투쟁해 나갈 것이다.
2020년 1월 22일
사회변혁노동자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