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자본이 만든 고통을 왜 노동자가 분담해야 하는가?
- 금속노조가 제안한 노사공동 일자리기금에 반대한다
6월 20일, 금속노조가 노사공동 일자리 연대기금 조성을 제안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노동자가 통상임금 소송액 중 2.500억 원을 출연하고, 자본 측이 2,500억 원을 출연해 5천억 원 규모 기금을 조성하고, 연간 임금인상분 중 노측 100억 원, 마찬가지로 사측이 100억 원을 출연해 연간 200억 원을 적립해 이를 비정규직과 청년고용을 위해 사용하자는 제안이다. 사회변혁노동자당은 노사공동 일자리기금 조성에 반대한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비정규직과 청년실업의 책임은 자본에 있다. 정규직 노동자가 비정규직의 고용주라도 된단 말인가? 다단계 외주·하청으로 파견·도급·기간제 등 천만 비정규직을 양산한 책임은 응당 자본이 져야 한다. 금속노조가 기금 조성을 제안한 현대차 그룹은 근 20년간 불법파견 비정규직 양산이라는 범죄를 저질렀지만, 그 책임자인 정몽구는 처벌은커녕 조사조차 받지 않았다. 심지어 자동차 업종 불법파견이 문제가 된 이후에는 비정규직 양산을 포기하기는커녕 ‘촉탁직’이라는 이름으로 직접고용 단기계약 비정규직을 대량 양산하고 있다. 정몽구 등 불법파견 자본가를 구속해 비정규직 양산을 엄단하는 것이 일자리 문제 해결의 시작이다. 재앙에 가까운 대량실업 사태와 일상적 산업재해가 벌어지는 조선업 역시, 문제의 본질은 원청-하청-재하청으로 구조화된 다단계 하도급을 통한 무차별적 비정규직 양산에 있다. 불법파견·노조파괴·국정농단 범죄자 정몽구는 사회적 대화의 대상이 아니라 구속 처벌 대상이다.
둘째,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금속노조는 기자회견문에서 초기기금 5천억 원으로 연봉 4천만 원 수준 정규직 1만2천명을 고용할 수 있고, 매년 200억 원 규모 적립금을 정부 중소기업 고용지원책과 연계해 해마다 정규직 1,500명을 늘릴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장 5천억 기금으로 연봉 4천만 원을 받는 노동자 1만2천명을 고용할 수 있는 기간은 1년에 지나지 않으며 바로 그렇기에 첨부 자료가 명시한 기금의 중심 용도는 ‘현행 고용보험이 하는 사회안전망 기능의 한계 보완‘에 맞추어진다. 즉, 이 본질적 용도는 실업기금이며, 금속노조는 국가가 담당해야 할 사회안전망 보완이라는 의무를 애꿎은 노동자에게 지우는 것에 불과하다. 노동빈곤을 강요하는 현 체제에서 자본의 이윤을 줄이지 않고 가능한 일자리 대책은 없다.
셋째. 문재인식 노동시장 유연화에 뒷문을 연다. 노사정 대타협의 역사와 동학을 볼 때, 생산협약은 자본의 생산성 보장을 전제한다. 즉, 생산물량에 따른 국가차원의 유연한 노동력 배치가 노사정 대타협의 핵심이다. 현재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인 이용섭은 지난 4월6일 경제4단체와의 회담에서 "한국의 노동유연성은 선진국과 비교해 낮다", "노동유연성 상승과 함께 해고 이후 안정적인 삶이 가능하도록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고 재취업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사고에 따르면 노동자의 인생은 해고와 재취업의 반복일 뿐이다. 이는 피와 살을 가진 노동자를 생산투입요소로만 규정한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문제다. 또한, 천만 비정규직과 근속 1년 이하 노동자가 30%를 초과하는 현실에서 서구식 유연안정성 구축이 실제 가지는 의미는 정규직 멸종 선언일 뿐이다. 바로 이것이 문재인 정부 일자리 정책의 본질이다.
문제는 금속노조가 제안한 공동기금과 사회적 대화가 노동유연화에 문을 연다는 점이다. 금속노조가 공동기금과 연계한다고 밝힌 제조업 특별법은 ‘노사정 산업협의체 구성, 제조업발전기금 조성’ 등이 그 주요 내용이다. 문제는 ‘제조업 발전기금’이 구조조정과 그에 대한 수용을 당연한 것으로 전제한다는 점이다. 구조조정 기금의 마련, 즉, 실업 부조와 교육훈련 등을 통한 재배치 활성화가 제조업 발전기금의 중요 목적이다. 자본의 구조조정 비용을 왜 노동자가 분담해야 하는가? 더군다나 2008년 이후 자본주의 장기침체 10년을 지나는 지금, ‘쉬운 재취업’은 대체 어떻게 가능한가?
노사공동 연대기금 제안에는 노동조합의 사회적 고립이라는 현실이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노동조합의 사회적 고립을 탈피하는 것은 의지할 조직이 없는 90%의 노동자들이 노동조합 결성의 자유를 현실화할 노동악법 철폐투쟁에 있다. 내 사업장에서부터 미조직·비정규 노동자와 정규직의 연대를 현실화하는 것에 있다. 비정규직을 노동조합에서 쫓아낸 기아차 김성락 지부장이 징계받기는커녕 기금 제안주체로서 기자회견장에 서는 현실은 그 자체로 모순이다. 위원장 전결로 가능한 자동차판매연대노조의 금속노조 가입조차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에서, 금속노조 위원장이 제안하는 일자리 기금은 그 자체로 모순이다.
파견법 철폐, 다단계 하도급 생산구조 종식, 노동시간 단축, 청년인턴제 폐지가 일자리 문제 해결의 길이다. 노사공동 일자리 기금에 반대한다. 일자리 기금에서 실업·미조직·비정규 노동자들은 그저 시혜의 대상일 뿐이다. 노동조합의 역할은 자본이 만든 고통을 분담하는 것이 아니라, 실업·미조직·비정규 노동자들과 함께 싸우는 것이다. 필요한 것은 시혜가 아니라 연대다.
2017년 6월 22일
사회변혁노동자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