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이제, 삼성직업병 문제의 온전한 해결로 나아가자!
- 조정위원회의 2차 조정절차 재개를 환영하며
지난 7월 18일 <삼성전자 반도체 등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이하 ‘조정위원회’)의 제2차 조정제안을 반올림(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 반올림)과 삼성전자 양측이 수용키로 결정함에 따라, 삼성직업병 문제가 마침내 해결의 첫 물꼬를 텄다. 삼성직업병 문제의 사회적 해결을 위한 3대 의제 - 진정성 있는 사과, 배제 없는 보상, 재발방지 대책 수립 – 이행에 한 발 성큼 다가서게 된 것이다.
오늘(24일) 반올림과 삼성전자는 조정위원회의 조정절차 재개를 수용하고, ‘질병지원보상안’, ‘사과’, ‘재발방지 및 사회공헌’의 내용을 담은 중재안 마련의 권한 일체를 조정위원회에 위임하는 데 최종 서명하였다. 고 황유미 님이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서 일하다 2007년 3월 백혈병으로 사망한 지 11년 4개월 만이자, 삼성전자가 조정위원회의 1차 조정권고안을 거부하고 2015년 10월 일방적으로 보상절차를 강행한 지 2년 9개월 만이다. 이로써 반올림은 자의적인 보상을 강행한 삼성전자에 항의하며 삼성서초사옥 앞 노숙농성에 돌입한 지 1023일 만에 농성을 해제하게 됐다.
오늘의 합의에 이르기까지 삼성전자 반도체・LCD공장의 직업병 피해 제보는 230여 건을 웃돌고 그 중 세상을 떠난 이도 자그마치 80명에 달한다. 이토록 많은 노동자들이 반도체・LCD공장의 유해한 작업환경 때문에 고통 받고 죽어갔지만, 그동안 삼성은 작업환경의 유해성과 위험물질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다.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노동자들의 알 권리를 가로막았고, 이는 직업병 피해노동자와 가족들의 산업재해 인정에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 이처럼 피해노동자들의 희귀난치성 질병과 업무 사이의 관련성을 줄곧 부인해온 삼성의 태도는 반도체・LCD공장의 유해화학물질정보 및 직업병 은폐와 산재인정 방해로 이어졌다.
문제를 왜곡하고 은폐하는 데 온힘을 쏟았던 삼성의 무책임한 태도는 긴 시간 삼성직업병 문제의 해결을 어렵게 했다. 조정위원회가 2차 조정제안을 통해 사과, 보상을 포함한 삼성직업병 문제의 해결을 호소한 까닭 역시, 삼성이 2015년 7월 1차 조정권고안을 거부한 이후로부터 반올림과 삼성 사이의 대화 재개는 사실상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비록 반올림과 삼성의 직접교섭방식은 아니지만, 조정위원회의 중재로 천신만고 끝에 문제해결을 위한 조정절차를 다시금 열게 된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또한 조정위원회가 2차 조정제안서를 통해 사과 및 보상에 대한 원칙을 분명히 제시하였고, 이는 ‘진정성 있는 사과’와 ‘배제 없는 보상’이라는 반올림의 요구에도 상당 수준 부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반도체・LCD공장을 비롯한 첨단전자산업의 노동자들은 여전히 알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11년 동안 굽힘없이 이어진 반올림의 투쟁은 비단 삼성만을 향한 싸움이 아니었다. 유해화학물질로부터 노동자가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작업환경에 대한 노동자들의 알 권리와 더불어 노동자들이 자신의 생명안전을 위해 작업장을 통제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
향후 조정위원회의 중재안이 삼성 노동자들의 알 권리와 건강권 쟁취에 기여할 수 있는 초석이 되길 바란다. 사회변혁노동자당도 삼성을 비롯한 기업들의 이윤과 영업비밀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이 우선시되는 사회를 위해 반올림과 함께 끝까지 이 투쟁에 함께할 것이다.
2018년 7월24일
사회변혁노동자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