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과연 이재용만 유죄인가?
- 대법원 국정농단 선고, 범죄수익 환수와 경영권 박탈로 이어져야
오늘(8월 29일) 대법원은 이재용을 석방한 항소심 재판부가 ‘틀렸다’고 판결했다. 지난해 이재용 2심 재판부는 ‘삼성그룹 경영승계 작업이 없었고, 따라서 부정한 청탁도 없었다’며 온 국민이 아는 진실을 부정하고 면죄부를 준 바 있다. 오늘 대법원 선고는 삼성 경영승계와 이를 위한 부정 청탁, 그리고 ‘말 3마리’의 뇌물을 인정함으로써, 자신의 경영권 세습을 위해 국민연금까지 동원했던 대도(大盜) 이재용을 재구속할 충분한 근거를 제공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시급히 범죄자 이재용을 다시 구속해야 할 것이다.
주목할 점은 또 있다. 그간 삼성을 비롯해 박근혜 일당에게 자금을 제공한 재벌들은 ‘정권의 강요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바친 것’이라며 자신들이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오늘 판결에서 대법원은 ‘강요’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즉, 재벌들은 피해자가 아니라 자신들에게 돌아올 이해타산을 고려해 정권에 뇌물을 쥐어준 엄연한 ‘공범’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피해자 코스프레로 아예 기소조차 되지 않았던 현대차 정몽구와 SK 최태원, 그리고 2심에서 처벌을 피해간 롯데 신동빈 등 다른 재벌 총수들 역시 이재용과 다를 바 없다. 마땅히 그 죄를 물어 엄히 처벌해야 한다.
범죄 총수들의 경영권 박탈도 시급하다. 얼마 전 언론보도로 드러난 바, 횡령을 저지른 자에 대해서는 해당 기업 취업을 제한할 수 있는 법제가 이미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그간 국가가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에 사실상 사문화돼 있었다. 국정농단에 가담한 범죄 총수들은 하나같이 공금인 회사 돈으로 박근혜 일당에게 뇌물을 제공했기에 횡령 범죄자들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태껏 총수들은 재판부가 알아서 형량을 낮춰주거나 잠깐 옥살이를 하고 나온 뒤, 고개 한 번 숙이고 다시 거대 그룹의 지배자 자리에 앉았다. 이뿐인가, 쿠폰마냥 이따금씩 특별사면 카드도 나온다. 얼마든지 범죄를 다시 저지를 수 있는 권력을 고스란히 유지하는 이 시스템을 무너뜨려야 한다. 범죄수익 환수와 경영권 박탈은 그 필수요소다.
한편, 삼성과 친자본 언론은 최근 일본 정권의 보복 등 경제 여건을 빌미로 처벌을 낮춰보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당장 오늘 선고를 두고 삼성은 “불확실성이 커지는 경제 상황 속에서 삼성이 국가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도움과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어제까지 ‘이재용의 비상경영, 현장경영’ 보도를 쏟아내던 친자본 언론은 내일부터 ‘대법원 판결이 경제를 더 망칠 것’이라고 핏대 세워 비난할 것이다. 파기환송심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도 아직 미지수일뿐더러, 얼마 전까지 이재용의 어깨를 두드리며 삼성을 “슈퍼 애국자”라고 치켜세운 정부․여당이 ‘구원자’로 등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총수 일가가 저지르는 범죄야말로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요소 중 하나였다. ‘이재용이 없으면 투자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주장은, 거꾸로 보면 거대한 삼성 그룹의 경영진이 얼마나 무능한지를 스스로 고백하는 것일 뿐이다. 수십 억 원의 초고액 연봉을 챙기면서도 투자 결정 하나 제대로 못 한다는 무능한 경영집단이 진심으로 ‘국가경제에 이바지’하고자 한다면, 겸손하게 경영권을 사회로 넘기라. 무능함을 ‘이유’로 범죄를 옹호할 수는 없는 것이다.
2019년 8월 29일
사회변혁노동자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