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재벌총수들이여, 이제 마음껏 증거를 은폐하라?
- 이재용 구속영장 기각에 부쳐
공장 바닥까지 뜯어 범죄 증거를 몰래 은닉했음이 백일하에 드러났는데, ‘이미 상당 정도의 증거를 확보했으니 구속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이번 이재용 구속영장을 기각한 재판부는 이로써 증거 인멸을 판단하는 데 신기원을 창조했다. 이제 범죄를 저지르면 마음껏 증거를 없애버려도 된다. 어차피 결과적으로 검찰에서 그 증거를 찾아냈다면, ‘상당한 증거를 확보했으니 구속할 필요가 없다.’ 만약 찾아내지 못했다면, ‘증거가 부족하니 구속하기 어렵다’고 판결할 것이다. 재벌총수들에게 증거 인멸을 독려하는 재판부의 위업 앞에서 할 말이 없다.
이재용 없이는 경영방침 하나 제대로 결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회사에서, 무려 4조 원이 넘는 회계조작이 벌어지는데도 정작 이재용은 몰랐다고 한다. ‘이 부회장님 보고 필’이라는 문구가 적힌 경영승계 관련 문건이 발견되었음에도 ‘모르는 일’이라고 한다. 백번 양보해 이 모든 게 사실이라면, 이토록 경영에 무능하고 무지한 인사에게 그룹 전체의 운명을 맡기고 있었단 말인가? 그저 ‘삼성 이씨 혈족의 계승자’라는 비이성적 이유 하나만으로?
이 사태의 핵심은 명확하다. 그룹의 최대 계열사 삼성전자 지분이 0.5%에 불과했던 이재용에겐 바로 그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삼성물산이 필요했고,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던 제일모직과 합병시킴으로써 자신의 돈은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손쉽게 그룹 전체 경영권을 장악하려 했다. 하지만 회사 덩치나 사업 가치로 볼 때 제일모직보다 거대한 삼성물산과 ‘정직하게’ 합병하면 자신의 지분은 쪼그라들 수밖에 없으니, 합병비율을 조작함으로써 자신이 ‘통합된 삼성물산’의 지배자가 됐다.
더군다나 이 과정에서 원래 삼성물산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국민연금은 손실을 떠안으면서까지 이 조작된 합병비율을 승인해줬고, 덕분에 국민 노후자금이 일개 총수의 세습 자금으로 동원돼 피해를 봤다. 수많은 노동자들의 피땀을 거둬들여 쌓아놓은 회사 공금에다가 국민 자산까지 끌고 와 자본가 한 명의 경영승계를 완성하려 한 게 이 범죄의 전모다.
국민을 대상으로 도둑질을 벌여놓고 그 증거마저 감추려 했던 범죄자, 더군다나 삼성 스스로의 말대로라면 ‘아무것도 모르면서’ 경영에는 전권을 휘두르고 있는 무능한 총수 이재용을 재구속해야 한다. 사회변혁노동자당은 범죄 재벌총수에 대한 엄중 처벌과 경영권 박탈, 그리고 범죄수익 환수와 더 나아가 재벌 사회화를 위한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2020년 6월 9일
사회변혁노동자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