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가스가 안전하려면 노동자가 안전해야 한다
- 울산지역 경동도시가스 안전점검원 2인 1조 즉각 시행하라
도시가스 안전점검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들이 울산시청 앞 농성에 돌입한 지 한 달이 넘었다. 지난 5월 17일에는 경동도시가스 고객서비스센터 여성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시도까지 했다. 이 노동자는 4월 초 안전점검을 나갔다가 원룸에 혼자 거주하는 남성에 의해 방에 감금된 채 추행을 당할 뻔했다. 사건 이후 그는 지속적인 후유증에 시달렸다. 담당 의사는 ‘장기 치료가 필요하다’고 사측에 권고했지만,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피해자는 다시 현장 업무를 나가야만 했다. 며칠 뒤, 안전점검을 나갔던 피해자는 또다시 원치 않는 상황을 마주했다. 피해자가 고통을 호소하고 개선책을 요구하는 동안 사측은 묵묵부답이었다. 결국 피해 여성 노동자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도시가스 안전점검 노동자들은 직접 고객의 집을 방문해 업무를 수행한다. 특히 도시가스 안전점검 노동자 대다수가 여성이기 때문에 성범죄 위험도 크다. 울산 지역에만 약 70명의 여성 안전점검원이 일하고 있다. 이번 사건이 처음도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도시가스 안전점검 노동자들은 수차례 문제를 호소하고 대책 마련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현실은 잔혹하다. 안전점검원 1인당 월 1,200여 건의 점검 건수를 맡고 있다. 사측은 점검원 개인에게 배정된 점검 건수 중 97% 이상을 완료하지 않으면, 부족분 1%당 5만 원씩 임금을 삭감한다. 이 때문에 여성 안전점검원들은 대책이 없어도 어쩔 수 없이 늦은 시간까지 방문 점검을 해야 한다. 위험하고 모욕적인 상황을 직접 마주하더라도, 노동자들은 실적 압박 때문에 다시 일터로 나간다. 회사는 이 점을 악용해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
현재 노동조합은 가장 기본적인 안전대책으로 가스안전점검 업무 2인 1조 운영을 요구하고 있다. 이것은 절대 무리한 요구가 아니다. 경동도시가스는 성폭력 예방지침에서 ‘동료와 함께 방문한다’며 2인 1조를 명시하고 있으면서도 전혀 지키지 않고 있다. 세대별 안전점검은 여전히 여성 안전점검원 1인 근무로 이뤄진다. 게다가 경동도시가스 산하 5개 고객서비스센터는 지난 5월 28일 “고객서비스센터 점검원 안전에 대한 센터 입장문”을 내고 ‘2인 1조 근무는 성범죄 위험에 대한 근본적이고 확실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노동조합의 기본적인 안전대책 요구를 묵살했다.
경동도시가스뿐만 아니라 해당 지자체인 울산시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시는 매년 5~6월 도시가스 공급 비용 검토 용역을 진행해 그 결과를 토대로 가스요금을 결정한다. 용역보고서에는 도시가스 고객서비스센터 인건비, 운영비가 포함된다. 여기에 안전점검원들의 안전대책을 위한 비용도 마땅히 반영해야 한다.
무엇보다 경동도시가스는 노동자들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고 시급히 안전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지역도시가스는 공급 독점기업으로서, 울산시장이 결정한 요금에 따라 울산 시민들이 지불한 요금으로 운영하는 기업이다. 이를 공기업이 아닌 민간자본에 맡기고 있는 현실도 문제지만, 설령 지금 공기업이 아니라 하더라도 노동자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다.
사측의 압박과 방해에도 불구하고, 울산 경동도시가스 안점 점검 노동자들은 지난 5월 20일부터 일손을 놓고 울산시청 본관 앞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가스안전점검 2인 1조 운영을 비롯해 개인 할당 배정과 성과체계 폐기, 감정노동자 보호 매뉴얼 마련, 점검원 상담치료비 지급 및 특별휴가 등이 주요 요구 사항이다.
이 투쟁은 노동자 자신의 안전을 지키고, 인간으로서 존엄을 지키기 위한 싸움이다. 더 이상 위험과 모욕에 자신의 목숨과 존엄을 내놓지 않도록, 울산 경동도시가스 점검원들의 안전대책을 즉각 수립하고 시행해야 한다. 또한 울산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전국의 도시가스 안전점검원들로 확대해야 할 것이다.
2019년 6월 25일
사회변혁노동자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