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김용균의 외침 끝내 외면한 ‘반쪽짜리 김용균법’
- 국회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에 부쳐
오늘(27일) 국회가 합의한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안은 고 김용균 청년노동자의 외침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한 ‘절반의 법’이다. 마치 이번 법안의결로 고 김용균 청년노동자의 죽음이 모두 해결된 것처럼 호도하는 모든 시도를 경계하며, 변혁당은 죽음 없는 일터와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외쳤던 고인의 뜻을 이루기 위해 앞으로 계속될 투쟁에 흔들림 없이 함께할 것이다.
이번 산안법 개정은 ‘28년 만의 전면개정’이라는 수식어처럼 이전보다 진전된 내용을 담은 것이 일견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지난 28년간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제도적 보장이 한 치도 나아가지 못했던 비참한 현실의 방증이다. 정부의 이번 산안법 개정안은 애초부터 외주화 금지나 기업주 처벌 측면에서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자들의 요구에 크게 못 미치는 내용으로 시작했다. 더군다나 입법예고와 국무회의, 국회 심의와 여야합의를 거치며 그 단계마다 후퇴에 후퇴를 거듭했다. 결국 오늘 합의된 법안은 원안에 비해 기업책임을 덜어주고, 민감한 내용은 시행령으로 위임한다고 한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런 법을 두고 ‘김용균법이 통과됐다’며, 마치 산안법 개정이 이번 사안의 종점인양 선전하는 정부여당의 태도다. 고 김용균 청년노동자의 비극이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위험의 외주화 금지와 △살인기업 처벌 △모든 상시지속업무의 정규직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번 산안법 개정안은 이 세 가지 중 하나인 외주화 금지에 대해서만, 그것도 극히 일부 담겨있을 뿐이다. 이 법이 통과해도 지하철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구의역 김 군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다시 죽음의 작업으로 내몰려야 한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기업살인법)은 아예 언급조차 없다. 자본이 노동자들을 죽음의 하청으로 몰아넣는 것은 생명과 안전을 내버리는 대가로 한 푼의 이윤이라도 더 뽑아내기 위함이다. 그런데 기업의 영업활동을 걱정해주면서 이를 핑계로 기업살인법 제정을 거부한다니, 이는 죽음의 외주화를 독려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무엇보다, ‘일하다가 죽지 않게 해 달라’고 절규하며 발전소의 직접고용을 요구했던 하청노동자들의 외침을 묵살해왔던 것은 청와대와 정부였다. 사고 이후 2주일이 지난 지금, 여전히 김용균의 동료들은 공공부문인 발전소에서 하청노동자로 죽음의 위험에 노출된 채 일하고 있다. 그렇기에 고 김용균 청년노동자의 억울한 죽음을 추모하고, 그 뜻을 이어가기 위한 투쟁은 멈출 수 없다. 1년 가까이 철저히 외면 받았던 산안법 개정안이 그나마 쟁점으로 떠올라 논쟁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정부와 여야의 협잡이 아니라 오롯이 고인의 뜻과 유족의 결심 덕분이었다. 꿈쩍도 않는 국회의 벽을 두드리고 또 두드렸던 유족의 한과 눈물의 힘이었다. 사회변혁노동자당은 ‘반쪽짜리 김용균법’에 멈추지 않고, 고인과 하청노동자들이 지금까지도 요구하고 있는 위험의 외주화 금지와 살인기업 처벌,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온전히 실현하기 위한 투쟁에 함께할 것이다.
2018년 12월 27일
사회변혁노동자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