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버스터 종결, 최선을 다했으니 표를 달라?
- 일주일 ‘말’에 우리 삶을 넘기라는 ‘혹세무민’
더불어민주당이 3월 2일 국회에서의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를 중단하고 본회의를 속개할 것을 결정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주장대로 필리버스터가 마무리되면 선거법, 테러방지법, 북한인권법 등 본회의에 계류되어 있는 법안 표결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물론 필리버스터는 애초에 테러방지법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아니었다. 회기 내내 필리버스터를 이어갔다 하더라도 다음 회기에는 바로 표결에 들어가야 한다. 박영선 의원의 표현처럼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다음에야, 테러방지법을 저지할 수는 없다.
필리버스터제도는 그 극적 효과와 더불어 저항의 수단을 원내 토론으로만 집중시키는 한계를 안고 있다. 소수당이 할 수 있는 정치행위를 사형수의 최후진술 수준의 무기력한 수단으로 국한한다. 국회선진화법이 일견 여야의 입장에 따라 불리해보일 수 있지만 여야 합의로 통과되었던 데에는 정당의 장외투쟁이나 물리적 저지도, 주권자인 국민의 직접행동도 ‘비정치적인 행위’로 간주하고 오로지 원내의 토론과 다수결을 강조해온 거대정당 중심의 사고가 반영되어 있다. 계급 간, 정치세력 간의 투쟁이라는 정치의 실질은 사라지고 극적 효과라는 껍데기만 남겨가는 것이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그 한계를 넘어서기는커녕, 고스란히 수용했다. 필리버스터가 펼쳐지는 국회가 정치의 유일한 무대로 한정되는 순간 그것은 그들만의 연극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되었다. 8일 넘게 최후진술을 한 후 테러방지법이 통과되고, 그 성과와 한계를 모두 총선으로 수렴하는 더불어민주당의 무기력한 정치행보는 이미 예견되어 있었다. 의석을 108석이나 지닌 거대야당의 의원들은 결말이 정해진 무대에 서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스스로 주권자인 국민을 대표한다고 했지만, 주권자가 뻔히 정해진 결말을 바꾸기 위해 행동할 것을 요청하지 않았다. 심지어 시민들이 의회 방청을 신청하고 국회앞 필리버스터를 하는 등 예상을 뛰어넘는 호응을 보내주었음에도 말이다. 그러고 나서 우리 삶을 다시 4년 동안 그들에게 양도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번 필리버스터의 시작과 끝은 선거로 시작하여 선거로 끝나는 의회주의 악순환의 축약판에 다름아니다. 테러방지법도, 노동개악도, 동북아 긴장관계 증대도 모두 이 악순환 속에 떠밀려서 처리될 것이다. 박근혜 정부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폭주하고 있는데, 더불어민주당은 시민들의 분노를 국회까지 이끌어놓고서 일주일 만에 집에 돌아가 표나 찍어달라고 호소한다.
노동자민중에게 남은 선택지는 국회 안에 우리 정치를 가두지 않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일주일 남짓한 ‘말’을 대가로 우리의 삶을 양도하지 않는 것이며, 그런 정치와 연대하지 않는 것이다. 노동개악, 사드배치, 한일협상 등 노동자민중이 산적한 현안에 맞서는 길은 거리와 현장에서 직접 우리의 삶을 바꾸어나가는 데 있다.
2016년 3월 2일
사회변혁노동자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