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와 과오를 딛고, 전주시내버스 완전공영제 쟁취투쟁으로 나아가자
-신성여객 파산위기와 ‘노·사 협조주의’ 논란에 부쳐
지난해 10월 30일 전주시내버스회사 신성여객은 “노조의 장기간 파업으로 인한 운송수입 감소” 등을 이유로 전주지법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하지만 지난 3월 23일, 법원은 “회사의 청산가치(63억원)가 계속기업가치(60억원)보다 큰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속히 파산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채권자 일반의 이익에 부합함”을 이유로 신청을 기각했다. 신성여객은 파산을 앞두고 있다.
법이 명시하는 ‘채권자 일반의 이익’이란 금융회사의 채권, 버스(자동차)할부 등만을 가리킨다. 실제 최대 채권자인 버스노동자들의 임금인 퇴직급여충당금 70여 억 원은 포함되지 않는 것이다. 파산위기에 놓인 신성여객 버스노동자들은 고용불안과 퇴직금마저 받지 못할지 모른다는 불안에 떨고 있다. 사측이 적립해뒀어야 할 퇴직급여충당금 부채는 파산을 앞둔 신성여객 뿐만 아니라 전주시내버스 전체 회사에 해당되며, 다른 전주시내버스 회사 역시 언제 파산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심각한 자본잠식 상태에 있다. 전북지역 버스노동자들 전체가 불안에 떨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퇴직급여충당금’ 적립방식에 대한 문제제기와 의혹이 발생했다. 알려진 대로, 전주시내버스 사측은 ‘회사가 어려우니, 시내버스 보조금 중 일부를 퇴직금으로 먼저 사용 할 수 있도록’ 노동조합이 합의해 줄 것을 요구했다. 전일/제일여객 지회는 사측의 요구에 합의했고, 신성/시민여객 지회는 거부했다. 문제는 조합원의 경제적 손해와 직결되는 중대사안의 결정을 두고, 조합원 총회는커녕 대의원대회 조차 열지 않은 채 지회장이 독단적인 결정을 했다는 데 있다. 이는 조합원의 알권리를 묵살한 행위이자, 민주노조의 민주적 결정구조를 전면으로 부정하는 심각한 해당행위이다. 더욱 한심한건 한국노총 소속의 어용노조 조차, 이 합의를 거부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통상임금에 대한 어용노조의 직권조인이 지금의 민주노조와 2010년 위대했던 파업투쟁을 만들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다.
이제라도, 사측의 요구에 직권으로 합의한 당시 전일/제일 여객지회장은 조합원들에게 사과하고 합의서 전문과 합의내용을 공개해야 한다. 또한, 그 합의가 어디서 어떻게 사용됐는지에 대한 사실관계 역시 밝혀야 할 것이다.
이렇듯 소위 민주노조마저 사측의 일방적 요구에 무원칙한 협조를 하는 동안 전주시는 지난 1월 6일 국토교통부가 실시한 2015년도 대중교통 시책평가에서 버스분야 시책 우수 지자체로 선정돼 장관표창을 받았다. 2010년 촉발된 ‘버스파업의 도시’에서 ‘버스타기 가장 편리한 도시’로 만들기 위해 김승수 전주시장이 강력한 개혁안을 마련하고 추진해온 결과라는 평가도 잊지 않았다.
과연 그러한가? 전주시가 자랑하는 ‘시내버스 파업 없는 건전한 노사문화 정착’의 이면엔 2010년 파업 이후 천정부지로 치솟은 연간 200여 억 원이 넘는 시내버스 보조금이 있다. 물론 시내버스 보조금은 시민의 혈세로 채워진다. 노동조합은 매년 얼마간의 임금인상으로 조합원의 경제적 욕구를 일정도 충족시켰으며, 사측은 한 푼의 손해도 없이 임금인상 만큼의 추가보조금을 전주시에 요구했다. 그렇게 노·사의 요구를 시민의 혈세로 충당하며 정착시킨 ‘건전한 노·사 문화’가 ‘시내버스 파업 없는’ 전주시의 본질이다.
결국 ‘건전한 노·사 문화’ 는 사측의 일방적 폐기로 끝났다. 신성여객은 파산의 모든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며, 또 다시 노동자들의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 제일여객 사장이 신성여객을 인수겠다며 요구한 제시안은 △인수 전 소송 불인정 △통상임금 취하 및 공증서류 폐기 △임금인상 소급분 포기 등 이다. 신성여객 한명자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지난 2009년부터 시내버스 보조금 및 수익금을 개인계좌로 빼돌리다 횡령혐의로 불구속 입건 된 바 있다. 이렇듯 비리경영과, 부실경영의 결과로 인한 파산의 책임을 왜 열심히 일한 죄 밖에 없는 노동자들이 떠안아야 하는가?
이 모든 책임엔 사태를 이 지경까지 방치한 채 방만한 관리 감독으로 일관하고 있는 전주시와, 노동자들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악랄한 버스자본, 그리고 민주노조의 원칙까지 훼손하며 ‘노·사 협조주의’에 갇혀버린 전북버스지부에 있다. 더 이상의 후퇴와 과오를 반복 하지 않기 위해 제대로 된 반성과 평가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것을 시작으로 완전공영제 쟁취 투쟁의 단초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전주시에서 지급되고 있는 200여 억의 시내버스보조금 만으로도 완전공영제는 무리한 요구가 아니다. 신성여객 파산 위기를 시작으로 완전공영제 투쟁에 나서자. 당장 오늘 퇴직하는 노동자들의 퇴직금이 없다며 노동조합을 회유하고 겁박하는 또 다른 버스자본이 아니라, 지자체가 직접 인수하고 노동자와 시민에 의해 대중교통이 사회적으로 통제될 수 있도록 즉각 완전공영제 쟁취 투쟁에 나서자.
2016년 4월 18일
사회변혁노동자당 전북도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