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동자들은 잘 싸웠다
12월 30일 아침, 새누리당-민주당이 ‘국회 내에 철도산업발전소위원회 구성과 철도파업 철회 합의’가 발표되면서 철도노동자들을 비롯해 민영화 반대투쟁에 함께 연대했던 사람들은 일대 혼란에 빠졌다. 이후 철도노조는 ‘여야 입장을 환영하며 소위 구성 완료와 동시에 파업을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공식 표명함으로써 철도노동자들의 파업 중단을 사실상 인정했다.
정부와 철도공사는 철도파업과 동시에 철도노동자 8,773여명을 직위해제하고 187명을 고소고발하였으며 34명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해 검거에 나섰다. 또한, 불법파업을 엄단하겠다며 파업대오를 전방위적으로 압박하였다. 뿐만 아니라 조합원들의 부인과 아이들을 비롯한 가족을 개별적으로 괴롭히고 의료기록까지 사찰하며 야만적인 탄압을 지속적으로 자행하였다. 철도노조 위원장을 검거하겠다며 5,400명에 달하는 경찰이 민주노총 건물에 난입해 노동운동을 유린했으며, 이어 490여명의 조합원들을 징계위에 회부하고 116억에 달하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하는 등 유례없는 노동탄압을 자행해왔다.
그럼에도 철도노동자들은 박근혜정권의 공공부문 민영화정책에 맞서 철도노동자들은 가장 선두에서 굽힘없이 힘차게 투쟁을 전개했다. 22일간에 걸친 최장기 파업을 통해 ‘민영화의 진실과 폐해’ 알려냄으로써 ‘민영화는 안된다’는 국민적 여론을 추동해냈으며, 정부의 반노동정책에 맞선 전체 노동자들의 투쟁을 앞장 서 조직해냈다. 이를 통해 고공의 지지율로 순항하던 박근혜정부 1년차를 뒤흔들었으며 정부의 반노동·반민중정책의 본질을 폭로해내고 노동자민중들의 ‘궐기’를 이끌어내고, 노동자 ‘총파업’을 선언케 함으로써 박근혜 정권에 반격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철도노동자들의 파업은 무력감과 패배감에 젖은 노동자민중운동에 ‘다시 일어나 싸워야 한다’는 의지를 갖게 했고, 정세 변화의 ‘씨앗’이 됐다.
기만적인 여야합의
이번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합의한 ‘철도산업발전 소위 구성과 파업중단’은 노동자들에게 공분의 대상이 되고 있다. 김대중정부가 시작해, 노무현정부가 판을 깔고, 박근혜정부가 완성하고 있는 철도 민영화 정책은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공범이다. 정의당의 일부 지도부 역시도 자유롭지 않다. 그런데 이번 합의가 민영화 정책을 추진해왔던 역대 정치세력들이 모여 합의를 했다는 것 자체가 기만이다. 합의 내용 역시 ‘국회에서 철도발전 소위를 구성해 논의한다’는 것 외에 철도노동자들의 요구는 물론이요, ‘민영화 반대’ 궐기에 나선 민중들의 요구가 완전히 배제된 합의다.
특히, 노동자민중들에게 무릎꿇고 사죄해도 모자랄 민주당이 합의에서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며 파업중단 여부까지 마음대로 발표하는 등 후안무치한 행동을 하고 있다. 심지어 민주당의 박기춘 사무총장은 ‘정부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무리하게 요구하지 말자. 협상을 위한 협상을 해야 한다. 그냥 파업을 위한 싸움은 안된다’며 철도노동자들의 파업을 왜곡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철도노조의 공식입장이 나오기도 전에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합의로 파업 중단을 기정사실로 만드는 등 사실상의 파업 파괴행위를 한 것이다.
철도노조의 입장 발표에 대해
철도노조의 ‘여야 합의를 환영한다’는 입장 역시 문제다. 합의안은 앞 서 밝힌 바와 같이 28일 오전에 발표한 ‘면허발급 중단’이라는 노조의 양보안조차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또한 대량징계와 손해배상 청구 등 공사의 탄압에 대한 그 어떤 방어도 하지 못하는 내용이다. 22일 동안 조합원들이 잘 버텨낸만큼 지도부의 투쟁의지가 중요했음에도 의회에 의존한 태도는 결과적으로 여야 합의에 투쟁을 종속시키는 것으로 귀결되고 말았다. 또한 파업중단 여부를 조합원들과 함께 결정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3자 합의를 한 것은 큰 문제다. 특히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나서서 철도파업 중단을 발표하도록 방치한 것은 22일간의 파업투쟁의 정신을 훼손한 것이다.
철도노조 집행부는 최소한 파업을 전개한 조합원들의 토론을 통해 복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했다. 조직적 후퇴를 결정한다고 하더라도 위원장 명령에 의해 복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파업을 전개해왔던 조합원들에 의해 결정될 때, 향후 투쟁 역시 가능하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민영화 중단, 박근혜 퇴진’을 위한 총파업·총궐기는 계속돼야 한다.
철도 파업 중단이라는 결정이 안타까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민영화 중단, 박근혜 퇴진’ 투쟁이 중단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여야 합의 발표 이후 새누리당은 즉각적으로 ‘불법파업에 책임지라’는 입장을 발표하고 나섰다. 국토부와 철도공사 역시 징계, 고소고발, 손해배상 청구 등에 대해 취소할 의사가 없음을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다.
철도노동자들이 파업을 중단하고 현장에 복귀하는 순간부터 다시 투쟁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박근혜정부와 철도공사는 지금보다 더 악랄한 탄압 공세를 펼치게 될 것이다. 동시에 민영화에 맞선 노동자민중들의 분노와 투쟁열기를 꺾기 위해 온갖 공격을 퍼부어댈 것이다. 여기에 의료, 교육 등 공공부문 전반에 걸친 민영화 공세가 기다리고 있다. 철도 역시 수서발KTX주식회사 설립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그렇기에 철도노동자들의 투쟁은,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자들의 총파업은, 민중들의 총궐기는 더욱 힘차게 전개돼야 한다. 다행히 민주노총은 철도 파업 중단과 상관없이 예정된 9일, 16일 총파업을 재확인하고 있다. 민주노총 및 산별노조(연맹)들은 예정된 총파업 투쟁을 더욱 적극적으로 조직해나가야 한다. 노동자민중운동세력은 ‘박근혜 퇴진’ 총궐기에 온 힘을 기울여 나아갸 한다. 그것만이 22일간에 걸친 파업을 통해 형성된 광범위한 대중들의 분노와 투쟁의지를 확산시켜냄으로써 반노동·반민중적인 정권의 행보를 중단시켜낼 수 있다.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는 이번 철도파업을 통해 다시금 보수야당의 투쟁교란과 기회주의적 태도를 확인했다. 뿐만 아니라 노동자민중들의 투쟁을 발판삼아 자신들의 이해를 관철해내려는 기만적이고 반민중적인 정치 역시도 확인했다. 그렇기에 노동자투쟁을 정리하려는 것이 아니라 더욱 확산시켜내고, 끝까지 함께 지켜내는 진정한 노동자계급 정치가 필요하다는 것도 절감했다.
노동자계급정당 추진위는 그 길에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하면서 나아갈 것이며, 향후 ‘민영화 중단, 노동탄압 분쇄, 박근혜 퇴진’을 향한 총파업·총궐기에 헌신적으로 임할 것이다.
2013년 12월 30일
변혁적 현장실천 노동자계급정당 추진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