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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 편히.
51호 | 2017.09.01

표지이야기

고이. 편히.

고이. 편히.   한 사람이 목포신항에 놓인 세월호를 찍고 있다. 박종필 감독. 만난 기간이 짧았기에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영상을 찍는 모습만 기억에 남아 있지만 그가 떠난 뒤 알게 된 그의 삶은 깊었다. 짧은 만남에도 진솔한 모습을 남겼던 그는 누군가에게 어느 순간만 그랬던 것이 아니라 늘 그렇게 살아온 사람이었다. 자신의 몸을 낮춰 활동해 온 사람들의 고통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비쩍 말라버린 박종필 감독의 모습이 기억에서 떠나질 않는다. 그들은,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걸까. 우리는 그 대답을 찾지 못해도 박종필 감독은 주저 없이 진지함으로 가득 찬 답을 내놓을 것만 같다.   그를 모란공원에 묻은 기억이 생생한데 벌써 49재가 다가온다. 그동안에도 이 나라는 숨 가쁘게 달려가고 있다. 광화문 농성장의 영정들 틈에 박종필 감독이 막내로 들어갔지만 9월 5일 5년간 이어온 농성장을 희망차게 정리하며 가장 짧은 입주 기록을 남기게도 됐다. 누군가는 행복하고, 누군가는 지루하고, 누군가는 슬프고. 삶은 그렇게 흘러간다. 그의 빈자리가 크지만 수많은 박종필이 곳곳에서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이다. 박종필 감독님, 편히 쉬소서.   표지사진·글 정택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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