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27 19:06
▒ 세계를 바꾸는 파업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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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1990년 봄 대학가는 현대중공업과 KBS의 파업 투쟁으로 흥분해 있었다. 특히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농성투쟁의 거점으로 잡은 골리앗 크레인의 웅장한 모습은 풋내기 대학 1학년생에게 ‘노동자계급’이라는 거대한 실체의 상징으로 압도해왔다. 골리앗의 전사들이 쓰라린 눈물을 홀리면서 그 차디찬 공중으로부터 내려올 때, 내게도 뜨거운 무엇이 복받쳤다. 1997년 1월 그 풋내기 대학생은 복학을 앞둔 20대 중반의 백수가 되어 서울의 차디찬 아스팔트 바닥에 신문지를 펴놓고 앉아 있었다. 제대 이후 만난 선배들의 하나같은, 노동자운동에 대한 회의와 비관, 청산주의는 북풍 매서운 바람에 다 날아가 버리고 그 자리에는 알록달록 다양하기도 한 노동조합의 깃발들이 나부끼고 있었다, 돌아보면 80년대 후반부터 대학가와 사회운동의 한 자락에 터 잡고 있었던 사람들이라면 자신이 기억하는 역사의 장면 장면들 속에 파업투쟁의 강렬한 모습 하나쯤은 깊숙이 박혀 있을 것이다. 이렇게 말해도 좋다면, 필자 역시 포함되는 그 세대에게 ‘사회운동’이란 결국(!) 파업, 총파업 투쟁이었다. 그런 역사적 무게를 뻔히 알면서도 20세기 한국과 세계의 파업 투쟁의 역사를 다루는 이런 책을 감히 낸다니, 주제넘은 만용이 아닐까 두려움이 앞서기도 한다. 원래 이 책에 실린 글들은 한국 민중운동의 국제연대투쟁을 위해 정보 유통과 직접 행동 모두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국제연대정책정보센터(PICIS)’의 주간 매체인 『인터내셔널 뉴스』에 1999년 가을부터 2000년 봄까지 연재되던 것들이다. 처음 기획은 PICIS에서 내놓았고 여기에 젊은 한국 현대사 전공자인 김덕련과, 사회학도로서 노동운동의 동학에 관심을 갖고 있는 장석준이 부응하여 집필을 맡았다. 공부가 채 무르익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글들이라 세상에 내놓기 부끄러운 면이 많다. 더구나, 김덕련이 집필한 ‘한국’ 부분과 장석준이 집필한 ‘세계’ 부분은 각각 전혀 다른 기획물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문체나 구성 등이 다 다르다. 애초에는 96~97년 한국 총파업을 한국과 세계의 역사적 흐름이 합류하는 지점으로 제시하려는 야망이 있었지만, 저자들의 재주가 이를 따라주지 못했다. 하지만, 연재 당시 글을 준비하면서 저자들이 부딪쳤던 문제들 때문에라도 저자들은 이런 부족한 원고나마 세상에 내놓아야겠다는 생각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도 세계적인 파업 투쟁 사례들에 대한 문헌들이 절대적으로 부족했고 이것을 정리한 글은 더더욱 희귀했다. 한글 문헌만 찾기 힘들었던 것이 아니라, 도서관의 영문 자료조차도 축적된 것이 많지 않았다. ----본문중에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