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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방지법을 제정하면

테러로부터 안전해지나?

 

파리 테러 사건 이후 테러방지법 제정을 재추진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번에는 여야가 합의하여 논의 테이블에 올린다고 하니, 처리 가능성이 다른 때보다도 높아 보인다. 그러나 첫째, 국정원에 테러방지의 명목으로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는 문제와 둘째, 보복과 개입, 감시와 통제의 강화로 테러 문제에 접근하려는 방법에서는 누구의 안녕과 평화도 보장할 수 없다.

 

테러방지법으로 국정원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한국 사회의 공권력 과잉이 문제시되었던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국정원과 군은 대선에 개입한 이후에도 대북심리전차원에서 일상적으로 인터넷에 댓글을 달고 있다. 인권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별다른 제지를 받지 않는 공권력은 이미 일상 깊숙이까지 파고들어 우리를 감시통제하고 있다.

테러방지법의 내용은 국정원에 국가대테러센터를 설치하고, 국정원에 테러관련 단체 지정 및 테러 위험인물테러단체 구성원으로 의심되는 인물에 대한 출입국, 금융거래, 통신이용 등의 정보를 수집할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핵심이다. 국정원은 테러대응의 컨트롤타워로서 언제든 자의적으로 테러 단체 및 테러 위험인물을 지정할 수 있으며, 또한 국정원은 그간 지니고 있던 대공(對共)수사권으로 한정되어있던 수사권한의 한계를 넘어 막대한 수사권을 지니게 된다. 이제 마음만 먹으면 개념 자체가 모호한 테러를 구실로 누구든 손쉽게 수사를 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우리는 이미 2001911테러 이후 미국에서 수사기관의 대테러 활동 강화를 위해 제정한 애국법이 낳은 참담한 결과를 알고 있다. CI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에서 드러났듯 국가 권력은 테러를 구실로 한 무차별 도감청으로 전국민의 사생활이 낱낱이 들여다보고 있었다. 테러방지법의 제정은 한국에서도 동일한 결론으로 이어질 것이다.

 

대외적으로 보복과 개입, 대내적으로 감시와 통제를 강화하는 게 문제해결인가?

악순환이다. 중동 지역에 대한 제국주의적 개입정책은 무차별 테러에 지지와 정당성을 부여했고, 무차별 테러로 스러져간 인간의 목숨을 빌미로 미국은 침략전쟁을 벌였고, 시리아 내전에 개입하고, 또다시 스러져간 인간의 목숨을 빌미로 무차별 테러가 기승을 부렸다. 미국과 프랑스를 비롯한 서방 세계의 패권적 개입정책은 테러를 종식하기는커녕, 더욱 많은 살상과 희생을 낳고 있다.

파리 테러로 서방세계가 취해야 할 태도는 대외보복정치 강화와 국내공안통치 강화가 아니라, 인간을 방패삼아 패권적 개입정책을 이어왔던 행보에 관한 비판과 반성이다. 무차별 테러는 잘못된 행각이지만 행위의 맥락을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범죄자를 처벌함에 있어서도 철저하게 전후맥락을 따지고 양형기준을 마련해야 하는데, 하물며 무고한 사람의 목숨을 쥐락펴락하는 전쟁행위를 함에 있어서 이토록 속편하고 단순한 방식이 말이나 되는가.

한국정부 역시 나라를 공포 분위기로 몰아가기 전에 테러의 전후상황부터 파악하고, 서방세계가 더 이상 패권적 개입정책을 고수하지 않도록 촉구해야 한다. 그리고 한국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의 이와 같은 제국주의적 정책에 동조할 수 없다고 밝혀야 한다.

 

정부여당은 14년 동안 서방의 대테러정책 기조가 낳은 결과에서 무엇을 배웠나

정부여당은 9.11 테러로 논의되기 시작한 테러방지법이 14년 동안 잠들어있다고 말하기 전에 대체 14년 동안 이 나라는 테러문제에 관한 어떠한 고찰을 했는지부터 밝히길 바란다. 14년 동안 아프간전쟁, 이라크전쟁, 시리아내전과 IS의 발흥을 목도했다면, 미국에서의 기본권 침해 사례를 알아봤다면, 14년 전의 테러대응기조가 제대로 된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었다는 사실은 누구나 깨달을 수 있는 사실이다. 그랬는데도 14년 전의 테러에서 영감을 받은 대테러전략을 그대로 관철할 생각이라면 정부여당은 테러 정책을 다룰 자격이 없거나, 서방세계의 개입주의 정책에 앞으로도 동참할 의도를 갖고 있거나, 국내 공안통치에서 효과를 거두려는 목적을 갖고 있거나 이 세 가지 중 하나 이상에 해당한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세 가지 중 하나에 해당한다면 정부여당에 세계공영과 이 나라 구성원의 안위를 운운할 자격은 없다.

 

 

2015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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