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황유미 9주기에 부쳐
- 삼성은 피해자들의 고통에 진심으로 사죄하고 보상해야 합니다!
오는 3월 6일은, 스물셋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 반도체 노동자 고 황유미 님의 9주기 기일입니다. 고 황유미 님은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의 작업환경이 초래한 백혈병으로 짧은 생을 마감했습니다. 황유미 님의 죽음으로 우리는 반도체·전자산업의 작업환경이 얼마나 해로운지를, 자본의 공공연한 산재 은폐행위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 「반올림」과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2008년 고 황유미 님의 1주기 추모제를 시작으로, 직업병 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위해 끝까지 함께 싸우겠다고 다짐해왔습니다.
이른바 첨단산업, 청정산업이라는 반도체·전자산업에서 직업병 피해로 사망 또는 투병 중인 노동자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반올림」에 제보된 직업병 피해자의 숫자는 삼성전자 반도체·LCD 공장에서만 무려 223명에 달하며, 이 중 76명이 사망했습니다.
더구나, 최근에는 원청인 삼성, 엘지에 휴대전화 부품을 공급하는 3차 하청업체에서 메틸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시력 손상 등 산재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습니다. 이번 사고는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은 등한시한 채, 단지 비용이 낮다는 이유로 메틸알코올 등 유해화학물질을 함부로 사용해온 제조업 불법파견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냈습니다.
그동안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전자산업 대기업들은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한 설비개선 및 확충에 힘쓰기보다는, 산재 사고의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기거나 위험작업을 외주화하는 등 문제회피에만 급급했습니다.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의 침해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이윤을 앞세우는 자본은, 노동권은 물론 사회 전체의 건강권을 침해하고 있습니다.
지난 1월 12일 예방대책 합의 이후에도, 삼성전자가 직업병 문제를 대하는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삼성 자신이 제안했던 사회적 논의기구인 '조정위원회' 안에서의 대화를 일방적으로 중단시킨 채, 삼성전자는 자의적이고 독단적인 보상절차를 강행했습니다. 또한, 예방대책 합의 소식을 언론에 발표하며 “조정위원회의 권고안을 기초로 사과와 보상을 시행하였으며, 이로써 직업병문제가 완전히 타결되었다”는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되풀이했습니다.
삼성전자가 직업병 문제의 해결을 바란다면, 피해당사자에 대한 구체적이고 진심 어린 사과가 먼저입니다. 삼성전자가 직업병 문제의 해결을 바란다면, 근속이나 발병 내용에 따른 보상의 차등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재해의 원인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하지 않은 채 몇 푼의 위로금을 수령하라는 것은, 그 위로금과 또 다른 희생을 맞바꾸라는 말에 지나지 않습니다. 우리가 고 황유미 님을 기억하는 것은 단지 그녀의 죽음을 애도함이 아니라 또 다른 희생을 막기 위함입니다. 직업병 발생에 대한 구조적 대책 제시 없이 ‘황유미’라는 이름이 하루빨리 잊히기만을 원하는 삼성의 태도는 제2, 제3의 황유미를 낳을 뿐입니다.
삼성전자 산재 사망 추모의 달입니다. 고 황유미 님의 추모 9주기를 맞아, 희생자들에 대한 사과와 보상이 올바른 원칙에 따라 이루어지기 위해 함께 싸울 것입니다.
- 삼성은 모호하고 비공식적인 유감 표명이 아닌, 구체적인 공개사과를 해야 합니다.
- 삼성은 피해자를 차별하고 배제하는 불공정한 보상기준을 바로 잡아야 합니다.
2016년 3월 4일
사회변혁노동자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