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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과 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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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나중’이 아닌 ‘지금 당장’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끝내야 한다

-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 날’에 부쳐


오늘 5월 17일은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 날이다. 1990년 5월 17일 WHO(세계보건기구)는 질병분류에서 동성애 항목을 삭제했고, 미국 매사추세츠 주는 2004년 5월 17일 동성결혼을 합법화했다. 동성애는 다양한 성적 취향의 하나이며 성소수자는 사회구성원의 일원으로서, 이들에 대한 차별의 폐지와 인권보장은 전세계적으로 상식적이고 당연한 일로 인정된다.


그러나 한국사회는 이러한 상식적이고 당연한 일을 거부하고 '나중의 일'로 치부한다. 심지어 군대 내 동성애자를 처벌하는 군형법 92조6항을 근거로 동성애자를 색출하는 기획수사가 벌어지는 사실이 폭로되었다. 지난 5월 16일 동성애를 이유로 육군 현역장교에게 2년의 실형을 구형했고 24일 선고재판이 열릴 예정이다.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피해자도 없는데 징역을 살아야 하는 비상식적이고 반인권적 작태가 벌어지고 있다.


촛불의 힘으로 열린 19대 대선 끝에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나라를 나라답게’ ‘국민을 위한 나라’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그런데 ‘국민을 위한 나라’에 ‘성소수자’는 초대받지 못한 채 배제되고 있다.


문재인은 후보시절 성평등정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성소수자들의 질의에 대해 “성소수자 차별금지가 인권위원회법에 규정되어 있다, 이미 법제화되어있다”고 말하며 별도의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를 분명히 했다. 동성결혼 문제에 대해서도 ‘시기상조’이고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본적인 노동권과 가족구성권, 의료접근권조차 허용되지 않는 성소수자들에게 ‘법제도적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선언은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고, 이는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배제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성평등위원회’를 대통령직속기구로 설치하겠다는 공약도 ‘군대 내 동성애를 반대한다’는 후보시절 발언에 비추었을 때 그 실효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약에서 성평등과 인권교육을 공교육에 포함시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확산을 막고 어린 시절부터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겠다고 했다. 하지만 문재인이 말하는 성평등과 인권에 성소수자의 자리는 없다. 우리는 박근혜 정부의 학교 성교육표준안이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더욱 강화하는 지침이었음을 기억한다. 교육은 철학을 반영한다. 성소수자 인권에 무감한 정부가 어떠한 교육내용을 마련할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만약 문재인 정부가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금지하고 성소수자의 인권을 보장하고자 한다면, 지금 당장 차별금지법 제정에 나서야 한다. 차별금지법 제정은 사회적 합의 후 ‘나중에’, 정권 초기이니 ‘조금은 지켜봐야’할 일이 아니라,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에 맞서 ‘지금 당장’ 착수해야할 정책이다.


우리는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 날을 맞아 다시 한 번 성소수자 혐오와 차별에 맞서 싸우고, 이들의 인권보장을 위한 투쟁에 함께 나설 것임을 천명한다.


2017년 5월 17일

사회변혁노동자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