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성명과 논평

> 성명과 논평

공영화하라.jpg



[성명] 참사 없는 세상을 위해, 대중교통을 완전공영화하라 

- 이윤을 위해 노동자를 쥐어짜는 민영 대중교통이 참사를 낳는다

 

지난 7월 9일 경부고속도로 버스 추돌사고의 원인은 과로에 시달린 운전기사의 졸음운전이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버스노동자들의 가혹한 장시간노동을 고발하는 보도가 쏟아졌다. 해당 버스기사의 근무일지에 따르면 그는 사고 전날인 8일 오전 5시부터 밤 11시 30분까지 무려 18시간 30분을 일했다. 자정 무렵 퇴근하고 5시간도 자지 못한 상태에서 사고 당일인 9일 오전 6시 30분 다시 운전석에 앉아야 했다. 사고 이틀 전인 7일은 휴무였지만, 그 직전인 5일과 6일에도 각각 15시간 30분, 18시간 30분씩 연속으로 일했다. 정상적 운전을 기대하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이다.  

 

근로기준법에 적힌 1일 8시간, 주 40시간 노동은 하루 평균 13시간, 많게는 16~18시간 일하는 버스노동자들에게 공문구에 불과하다. 근로기준법 59조는 운수업을 특례업종으로 분류해 노동시간의 무제한 연장을 허용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버스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 59조 노동시간 특례업종 폐지를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운수업 포함 26개에 달하는 특례업종을 폐지하는 게 아니라 10개 정도로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자유한국당 홍준표조차 공약했던 내용이며, 정부는 그마저도 운수업을 특례업종으로 남겨두었다. 이런 실정이니 대형사고의 위험은 항시적이다. 지난해 5월과 7월 강원도 봉평 인근에서 발생한 버스 추돌사고 역시 졸음운전이 원인으로 밝혀졌지만, 근무 사이 10~15분가량 휴식을 보장하는 것이 대책의 전부였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안전 운행을 위해서는 보통 버스 한 대당 2.3명 안팎 기사가 필요하지만, 시내·시외버스의 경우 전국 평균 1.82명에 불과하다. 수도권 지자체 가운데 1일 2교대로 하루 9시간씩 근무하는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도입한 서울과 인천은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격일제로 일하는 경기도 내 시내버스 기사는 대당 1.62명밖에 안 된다. 이러니 하루에 16~18시간씩 이틀 연속 일하는 사태가 빚어진다.” 

 

인용한 문장은 어떤 진보적 매체가 아니라 조선일보에 실린 기사다. 도대체 버스는 왜 이렇게 운영되어야 하는가? 오직 이윤추구가 목적인 민간 자본이 대중교통이라는 공공재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버스자본은 비용절감을 위해 인력충원 대신 노동자를 쥐어짜 왔다. 제대로 된 정비도 하지 않았다. 사고가 난 오산교통이라는 업체는 해당 노선에서 버스 5대를 기사 8명만으로 운행했다. 근무일지가 드러내듯, 제대로 된 교대는커녕 연일 18시간에 달하는 노동을 강요했다. 오산교통은 법정 휴식시간도 보장하지 않았고, 심지어 차량 수리비를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한편, 정비 역시 무자격자에게 맡겨왔다. 현 사태는 이윤을 위해 노동자를 쥐어짜는 민영 대중교통체제가 낳은 참사다. 

 

대중교통에서는 잠깐의 실수라도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노동자의 삶과 시민안전을 위해, 충분한 인원으로 휴식을 보장하는 노동조건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참사 이후 정부 대응은 한심할 뿐이다. 지난 11일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는 졸음운전사고 방지대책으로 ‘전방추돌 경고장치’ 의무화를 제시했다. 하루 18시간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졸음방지경고장치가 대안이 될 수 있는가. 이는 ‘죽을 만큼 힘들어도 졸지 말고 일하라’는 요구나 다름없다. 지금도 버스노동자는 피로와 불안 속에 도로를 달리고, 버스자본은 가만히 앉아 그 이윤을 착복한다. 필요한 것은 국가가 책임지는 안전한 대중교통체제다. 대중교통을 완전공영화하여, 버스노동자가 가혹한 초과노동에 시달리지 않고 살 수 있게 해야 한다. 대중교통의 완전공영제와 노동시간 단축, 생활임금 쟁취로 참사의 고리를 끊자. “세월호 이전과 이후의 나라는 달라야 한다”, 이 말이 단지 수사로 끝나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 - 대중교통의 완전공영화다. 

 


2017년 7월 14일

사회변혁노동자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