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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과 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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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공공부문 노동적폐가 노동자들을 죽이고 있다 
- 마필관리사 고 이현준 조합원의 죽음에 부쳐 


또 한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국마사회가 운영하는 경마장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에서 일하던 마필관리사 고 이현준 조합원(공공운수노조 부산경남경마공원노조)이다. 같은 사업장에서 같은 일을 하던 동료인 고 박경근 조합원이 다단계 착취구조에 맞서 마사회의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자결한 지 67일째, 마사회의 협상 거부로 장례조차 치르지 못한 상황에서 또 다른 노동자가 죽음으로 내몰렸다.  

 

마사회는 간접고용, 장시간 노동, 저임금 등 이 나라의 노동적폐를 빠짐없이 보여준다. 마사회는 농림축산식품부가 관할하는 공기업으로 국내 경마산업을 관장하며 매년 2천억 원 이상, 지난해에만 2,300억 원에 달하는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그러나 정작 말을 관리하는 마필관리사 노동자들의 기본급은 최저임금 수준이고 경마 결과에 따라 성과급을 받는 임금체계로 상시적인 불안정에 시달린다. 뿐만 아니라 마사회는 직접고용이 아닌 마사회 - 개인마주 - 조교사 - 마필관리사로 이어지는 다단계 간접고용으로 마필관리사들을 손쉽게 착취한다. 물량팀을 비롯한 조선업 다단계 하청, 완성차 불법파견 등 제조업 비정규직 사업장에서 숱하게 드러난 악질적인 간접고용은 공기업에서도 이미 만연하다.  

 

여기에 더해 고 이현준 조합원은 목숨을 끊기 전날까지 장시간노동과 과로에 시달려야 했다. 팀장이 6개월가량 병가를 냈지만 사측은 인력충원 없이 이현준 조합원에게 본인의 업무에 더해 팀장업무까지 맡도록 했다. 고인은 건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과다업무에 내몰렸으며 휴일조차 당직근무를 서야 했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과로를 강요당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인력충원 없는 무리한 작업으로 지난 5월과 6월 1달 간격으로 철도노동자 2명이 목숨을 잃었고, 얼마 전에는 하루 18시간의 살인적인 장시간노동으로 광역버스 운전사가 졸음운전 사고를 내는 비극이 벌어졌다. 당장 마사회의 같은 사업장에서 고 박경근 조합원이 가혹한 착취에 항거하며 목숨을 끊은 지 2달이 되었지만 정부와 사측은 문제를 외면했다. 심지어 사측은 이현준 조합원의 빈소에 찾아와 “이번에는 조용히 보내드리자”는 망언을 내뱉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 “노동존중사회”를 약속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 100일이 채 되지 않았지만 철도, 우체국, 탄광, 경마장 등 곳곳의 공공기관과 공기업에서 노동자들이 죽어나가고 있다. 인력감축, 장시간노동, 다단계 간접고용, 저임금의 굴레는 신정부에서도 그대로 노동자들을 옥죈다.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말하면서도 총인건비는 통제하겠다는 말로 가혹한 현행 노동조건에 변화가 없을 것임을 드러냈다. 직접고용을 거부하고 ‘자회사 직원도 정규직’이라는 논리는 고 이현준·박경근 조합원을 포함한 수많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간접고용 착취구조에 계속 가두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지금 당장 노동자들이 죽어나가는데 정부의 ‘기다리라’는 말을 믿고 있을 수는 없다. 직접고용 쟁취, 공공부문 인력충원과 임금노동조건 개선 투쟁으로 이제 죽음의 행렬을 멈추자. 

 

2017년 8월 2일  

사회변혁노동자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