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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과 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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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죽음의 조선소를 바꾸고자 한다면 다단계 하도급을 철폐하라

- 인력업체 없는 세상이 곧 산업재해 없는 세상의 토대다


8월 20일, 진해 STX조선 하청노동자 4명이 탱크 안 도장작업 중 폭발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지난 5월 1일 삼성중공업에서 크레인 붕괴로 비정규직 노동자 6명이 사망하고 25명이 다친 참사 이후, 몇 개월이 지나지도 않은 지금 다시 참사가 재발한 것이다. 유증기 가득한 탱크 안에서 도장작업 중 숨진 노동자들은 STX 조선해양의 하청도급업체, 그 하청도급업체의 재도급 업체 소속이었다. 다단계 하도급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선박 인도기일을 맞추기 위해 휴일도 없이 일하다 목숨을 잃은 것이다. STX는 안전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노동자들을 작업으로 내몰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일당을 벌기 위해 위험천만한 작업장에서 목숨을 담보로 일했다. 초기 조사결과 사고가 발생한 7만4천톤급 선박 건조과정에 당일 배치된 안전관리인원은 고작 1명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끊이지 않는 추락, 압착, 폭발사고. 언제까지 조선소는 참사의 공간이어야 하는가? 8월 21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한국 조선산업 산재사망자는 2016년 31명으로, 7명인 일본에 비해 4배 이상 많다. 언제 어떻게 죽을지 모를 만큼 위험한 것이 조선산업 노동현장이며, 사망하는 노동자는 대부분 비정규직이다. 2013년에 조선소에서 목숨을 잃은 23명 중 20명이 하청업체 소속이었고, 2014년에는 24명 중 22명, 2015년은 25명 중 20명, 2016년에는 25명 중 18명이 비정규직이었다. 이렇듯 조선업 산업재해 대부분이 비정규직 작업공정에서 발생한다. 


우연이 아니다. 원청은 업무를 하청업체에 맡기고, 해당 업체는 이 업무를 다시 하청한다. 이 과정을 통해 노동자들은 원청 자본과 다단계 하청업체에 이중·삼중으로 착취당하며, 안전비용은 최저한도로 떨어진다. 다단계 하도급을 통해 원청은 노동자를 손쉽게 쓰고 버릴 수 있으며, 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을 하청업체에 떠넘길 수 있다. 정부는 사고가 날 때마다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부산을 떨었지만, 그때뿐이었다. 2016년 사망사고에 대한 평균 벌금액은 432만원에 불과했고 사업자 징역형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산업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의 특별근로감독이 있었지만 죽음의 조선소는 변하지 않았다. 다단계 하청과 위험업무 외주화라는 문제의 근본 원인을 전혀 건드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를 방치하는 한, 죽음은 계속된다. 정작 책임져야 할 ‘진짜 사장’ 원청 자본이 모든 책임을 피해가는 현실을 바꾸지 않는 한, 조선산업 노동현실은 변하지 않는다. 정부는 8월 17일 안전조치 미이행 등으로 하청노동자 사망 시 원청 처벌강화를 예고한 중대산재 예방대책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현재 1년 이하 징역 또는 천만 원 이하 벌금은 법 개정을 거쳐 내년 하반기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으로 조정된다. 그러나 정부 방안은 근본을 건드리지 못하고 있으며 턱없이 부족하다. 산업재해를 멈추기 위해서는 다단계 하청구조 자체를 철폐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온갖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파견법과 기간제법을 폐기로 나아가야 한다. 


이번에도 정부는 STX조선해양 사업장에 전면작업 중지명령을 내리고 9월1일까지 ‘안전보건 특별감독’을 벌인다고 밝혔지만, 다단계 하청구조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이 한계는 ‘문재인식 원청사용자 책임성 강화방안’ 그 자체에서 유래한다. 그간 문재인 정부가 밝힌 것은 간접고용에 대한 원청기업의 ‘공동사용자 책임’이다. 즉, 노동조건 결정과 산업안전 문제에 있어 원청도 교섭에 나와 일정하게 책임을 부담하라는 것일 뿐, 위험을 외주화하는 하청업체와 중간착취의 존재를 당연한 것으로 전제한다. 죽음을 막기 위해서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없애야 하나, 문재인 정부의 해법은 이런 문제에 대한 해결은커녕 그것이 근본적 문제라는 인식의 공유조차 불가능하게 한다. 


죽음을 멈추고자 한다면 조선산업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철폐하라. 진짜 사장, 원청자본이 기업 내에서 발생한 모든 산업재해를 책임지게 하라. 온갖 기형적 비정규직 양산의 도구, 파견법과 기간제법을 철폐로 나아가지 않는 한, 죽음은 반복될 뿐이다. 인력파견업체 없는 세상이 곧 산업재해 없는 세상의 토대다. 



2017년 8월 22일 

사회변혁노동자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