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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과 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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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자본의 가이드라인에 충실한 장시간노동 꼼수 합법화

- 노동부의 유연근로시간제 가이드 발표에 부쳐



지난 26일 노동부가 “유연근로시간제 가이드”를 발표했다. 탄력근무제로 장시간노동을 합법화하고 연장근로 가산수당을 삭감하는 꼼수가 핵심이다. 오는 7월부터 1주 최대 노동시간이 52시간으로 제한되자 기업주들은 노동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해 장시간노동이 가능하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문재인정부는 이를 수용해 노동시간 위반 사업장 처벌을 6개월 유예함은 물론, 노동시간 유연화를 통해 다시 초장시간 노동을 독려하고 있다.


가이드에서 대표적인 예시로 소개하고 있는 탄력근무제를 보자. 이 경우 단위기간 내 노동시간 평균을 주 40시간으로 맞추기만 하면 특정 주간은 64시간 노동까지 허용한다. 노동부는 노사합의를 조건을 달았지만, 전체 노동자의 90%가 노동조합이 없는 상황에서 결국 사측 마음대로 장시간노동을 유지할 수 있다. 더군다나 탄력근무제를 도입하면 특정 주간에 주 40시간을 초과해도 연장수당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 자본의 입장에서 보면 장시간 노동과 임금삭감 모두를 얻는 것이다.


결국 이번 가이드가 드러내듯 문재인정부는 자본의 요구를 충실하게 반영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월 휴일수당을 삭감한 근로기준법 개악안을 통과시킬 때부터 유연근무제를 확대하겠다고 천명했다. 나아가 자본은 노동시간 유연화와 임금체계 개편을 연계하려 한다. 경총은 어제 “근로시간 단축 가이드북”을 발간하며 실천과제 중 하나로 “평가/보상시스템 개편”을 제시했다. 호봉제를 폐지하고 직무급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인데, 문재인정부 역시 최근 공공부문 직무급제 전면 도입방침을 발표했다. 장시간노동은 존치하고 임금상승은 억제하겠다는 일치된 방향성이다.


27일 전경련이 주최한 열린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과의 특별대담에서 전경련 부회장은 ‘한국 노동시간이 주 52시간으로 줄어들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자 크루그먼은 “어떻게 그렇게 오래 일할 수 있느냐”고 반문하며 52시간 역시 너무 길다고 말했다. 미국의 주류경제학자마저도 한국의 살인적인 노동시간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자본은 한 푼의 이윤이라도 더 챙기기 위해 인력확충이 아니라 온갖 꼼수로 장시간노동을 계속 유지하려 한다. 그리고 노동부의 가이드는 ‘어떻게 하면 임금을 더 주지 않고도 노동자들을 장시간노동으로 부려먹을 수 있는지’ 알려주는 지침서다. 그러나 진정 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임금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이다. 이윤을 보장해야 한다는 논리가 노동자의 삶과 건강보다 우선하는 한, 문재인정부가 말하는 ‘저녁이 있는 삶’은 가능하지 않다.



2018년 6월 29일

사회변혁노동자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