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한국지엠 주주총회의 법인분리 시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 8천억 원 혈세의 대가가 한국지엠 해체인가!
내일(19일) 한국지엠 주주총회가 열린다. 그리고 여기에서 GM본사는 종합자동차회사인 한국지엠을 해체하겠다고 한다. GM이 상정한 안건은 이른바 법인분리로, 한국지엠에서 연구개발부문을 떼어내 “지엠테크니컬센터 코리아”라는 별도의 회사를 설립하겠다는 것이다. 이 계획이 현실화하면 한국지엠은 독자적인 차량 연구개발능력을 상실한 채 하청생산기지로 전락한다. 분할매각이나 사업철수도 더 쉬워진다. 지난 5월 8천억 원의 혈세를 뜯어간 지 5개월 만에 또다시 구조조정을 강행하려는 GM의 행태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바에 따르면 GM은 정부와 재정지원 협상을 벌이던 올 4월부터 법인분리를 제시했다고 한다. 애초부터 GM은 한국지엠의 안정적인 경영에는 관심도 없었고, 한국정부로부터 자금지원을 받은 뒤 한국지엠을 갈가리 쪼갤 구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현재 한국지엠은 연구개발부문뿐만 아니라 정비사업소를 전면 외주화하겠다는 계획을 노동조합에 통보한 상태다. 신차와 물량 배정은 기약이 없고, 오히려 지난 2월 군산공장 폐쇄 통보에 이어 올 7월에는 남아있는 부평․창원공장 가운데 부평 2공장을 1교대로 전환하면서 생산과 인원감축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가장 먼저 해고의 위협에 직면했음은 물론이다.
한국지엠이 공중분해의 상황에 처하게 된 지금, 산업은행과 정부여당은 무엇을 했는지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 5월 GM과의 협상을 마치면서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은 “가성비 최고의 협상이었다”고 자평했다. 당시 GM이 법정관리에 돌입하겠다고 노동조합을 협박했을 때 청와대를 필두로 기획재정부, 산업부, 금융위원회, 산업은행, 노사정위원회 등 정부부처는 물론이고 현재 여당 원내대표인 홍영표 의원까지 나서서 노조의 양보를 요구했었다. GM이 협상과정에서부터 법인분리를 제기했으니 정부가 이 사안을 모르고 있었을 리도 없다. 산업은행은 주주총회에서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하지만, GM은 이번 사안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요건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산업은행이 GM에 대해 법적 공방을 벌인다 해도 언제 끝날지 기약할 수 없을뿐더러 그 사이 GM은 마음껏 한국지엠을 조각낼 수 있다.
결국 GM본사의 한국지엠 해체시도를 막을 수 있는 것은 한국지엠 노동자들의 투쟁이다. 법인분리를 강행하면 한국지엠은 완성차업체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고 쪼개져 GM이 철수할 경우 독자생존을 모색하는 것조차 어려워진다. 일각에서는 법인분리를 막지 못할 것이라고 섣불리 전제하지만, 법인분리를 용인한다면 한국지엠의 미래를 모색하는 것 자체가 무망한 것이다. 산업은행의 거부권조차 인정하지 않는 GM 앞에서, 지금 필요한 것은 단호하게 법인분리를 거부하는 투쟁의 힘이다. 마침 한국지엠 노동자들이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압도적인 가결로 투쟁에 돌입할 결의를 보여주었다. 8천억 원 혈세의 대가가 한국지엠 해체라니, 어떻게 이것을 받아들일 수 있단 말인가!
정부는 내일 주주총회에서 거부권을 행사해야 함은 물론이고, GM과 맺은 합의서들을 공개하는 한편 GM의 수탈경영과 불법파견 등 범죄행위들에 대한 강력한 조사와 처벌에 나서야 한다. GM이 한국지엠을 갈가리 분리시키겠다면, 한국지엠을 GM에서 분리하고 지금부터라도 독자생존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2018년 10월 18일
사회변혁노동자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