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난민 소년 김민혁군 아버지의 난민 인정을 촉구한다
- 한국 정부는 ‘난민협약’ 가입국으로서 난민 인권보장에 적극 나서라
오늘 6월 20일은 UN이 제정한 세계 난민의 날이다. 전 세계적으로 인종, 국적, 종교,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정치적 의견으로 인해 박해를 받고, 분쟁과 폭력 때문에 생명까지도 위협받는 난민을 보호하고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2000년에 제정되어, 2001년부터 이날을 기념하고 있다.
한국은 1992년 UN 난민협약에 가입했고, 2013년에는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시행했다. UN 난민협약에 따라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난민을 보호해야 할 법적의무를 가진다. 하지만 이러한 의무를 책임 있게 수행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세계적으로 난민을 인정하는 비율은 38%인데, 한국은 6%에 불과하다. 2017년에 한국을 찾은 시리아 난민 1300여 명 중 난민으로 인정받은 사람은 4명에 불과하다. 2018년에는 제주도에 입국한 예멘 난민 458명 중 339명에 대해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인도적 체류자’라고 판정하고, 나머지는 난민 불인정, 심사보류라는 결정을 내림으로써, 난민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조치를 내린 바도 있다.
그나마 지난해 10월 19일 강제 송환의 위기에 처했던 중학교 3학년 이란 청소년 김민혁 군에게 난민 지위 인정이라는 매우 드문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이것은 해당 학교 학생들과 전교조 교사들이 거리로 나서고 청와대 청원을 거쳐 난민 지위 재신청을 거쳐서야 가까스로 얻은 성과였다. 난민과 청소년이라는 이중적 약자의 굴레 속에서 생존을 위해 지난한 투쟁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 한국의 실상이다.
법무부는 국제난민보호협약을 비준하고서 1994년부터 난민 신청을 받고는 있지만, 실질적인 난민보호 의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고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인천국제공항에서는 아프리카 앙골라 출신 난민 루렌도 가족 5명이 5개월째 난민지위 인정을 요구하며 노숙을 하고 있는 중이다. 이뿐 아니라 ‘가짜 난민’ 여론몰이를 하고 있는 한국 정부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도망쳐 나온 난민들에게 피해에 대한 입증책임을 오롯이 떠밀어버린다.
김민혁 군의 아버지에게도 마찬가지다. 김민혁 군에게는 난민 인정판결을 내렸지만, 법원은 김민혁 군 아버지에게 난민 불인정 결정 취소 소송 패소 판결을 내렸다.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었다. 미성년자인 아들 혼자 남겨두고 한국을 떠나라는 결정인 셈이다. 아버지의 체류가 보장되지 않으면 김군의 한국 생활 역시 장담할 수 없고, 이는 김군 난민 인정을 의미 없게 만드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결국 김군 아버지는 난민 지위 재신청을 했고 6월 10일 난민 심사 면접에 출석했다. 아버지 A씨가 심사를 받으러 출입국청에 들어가 있는 동안 김군은 ‘부자지간 생이별할 수 없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를 들고 1인 시위를 진행했다. 김군 부자는 한국에서 기독교로 개종한 후 본국에 돌아가면 박해받을 수 있다고 보고 난민 신청을 했다. 정부는 이들의 종교적 신념을 검증하겠다며 한국인 신자도 답하기 어려운 종교 지식을 꼬치꼬치 물었다고 한다. 특히 한국어가 서툰 김군 아버지에게는 매우 힘든 과정이었을 것이다. 자신의 말 한마디에 아들의 목숨이 달려있고, 아들과의 생이별을 생각해야 하는 그 심정을 헤아리기가 힘들다. 김군 아버지와 그 곁을 지키겠다는 김민혁 군에게 깊은 지지와 연대를 보낸다.
‘세계화’를 앞세운 자본은 국경을 넘어 자유롭게 돈벌이를 하는데, 세계화로 인한 분쟁과 폭력으로 생존조차 위태로운 난민들은 최소한의 인권도 부정당하며, ‘가짜 난민’으로 낙인을 찍는 현실에 처해있다. 한국 정부는 김군의 아버지에 대한 난민 지위를 인정해야 한다. 더 나아가 인천공항의 루렌도 가족의 난민신청도 받아들이고, 난민협약 가입국으로서 난민 인정률을 높이고 난민 신청자들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그것은 국제적으로 인권국가로서의 면모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다.
2019년 6월 20일
사회변혁노동자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