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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과 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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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처벌하지 않으면 죽음은 계속된다

다단계 하청이 부른 또 한 번의 태안화력 산재참사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한 하청노동자 산재사망 사고는, 중대재해를 가벼이 여기는 법과 제도가 만든 비극이다. 위험의 외주화 중단과 기업-사업주에 대한 엄격한 처벌 없이는 이러한 비극의 반복을 막을 도리가 없다. 사회변혁노동자당은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의 책임을 촉구하며, 나아가 21대 국회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지체 없이 나설 것을 엄중히 요구한다.


태안화력에서 화물노동자로 일하다 사망한 고인의 죽음은 먼저 ‘위험의 외주화’에서 비롯됐다.

사업장 설비의 관리책임은 서부발전에 있지만, 원청인 서부발전은 설비정비를 ‘신흥기공’이란 회사에 넘겼다. 신흥기공은 정비를 위한 장비 반출을 특수고용 노동자인 화물노동자에게 다시 넘겼다. 전형적인 위험의 다단계 외주화다. 이런 이층-삼층 구조의 원하청 관계에서 안전관리를 위한 협업이나 소통은 기대하기 어렵다.


중대재해 기업에 대한 한없이 가벼운 징벌 역시 고인의 죽음을 부른 원인이다. 고 김용균 노동자가 일하다 사망한 곳과 같은 사업장에서 또 한 번 비극이 일어난 것은, 기업과 사용주가 처벌받지 않고 책임질 필요 없는 현재의 법제도가 노동자의 죽음을 얼마나 부추기고 있는지를 드러낸다. 서부발전은 이번 사고에 대해서도 벌써부터 ‘본인 귀책’ 운운하며 참사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미루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한번은 사고일지 몰라도, 반복되면 살인이다. 이 살인을 막기 위해선 중대재해 재발 방지책 마련을 외면하는 기업-사업주에게 보다 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바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이다.


안전은 사용자의 의무이자 동시에, 노동자의 권리다.

하청 화물노동자인 고인의 사고는 2톤에 이르는 스크루를 결박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고 한다. 운송을 담당하는 화물노동자에게 왜 위험한 적재업무가 부여됐는가. 고인은 원하청 구조의 숨 막히는 틈바구니에서 위험하고 부당한 업무를 거부할 ‘권리’를 요구할 수 있었을까. 죽음을 부르는 살인기업에 대한 처벌과 별도로, 모든 노동자에게 위험한 업무를 거부하고 시정을 요구할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

사회변혁노동자당은 자본의 이윤을 위해 노동자의 목숨을 가벼이 여기는 우리 사회의 체제와 구조를 반대한다. 이에 따라 위험의 외주화 전면 중단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즉각 제정, 노동자의 기본 권리로서의 안전권 보장을 요구한다. 죽지 않고 일하기 위한 이 당연한 요구가 실현될 때, 억울하고 분통한 노동자의 죽음도 멈출 수 있다.



2020년 9월 11일

사회변혁노동자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