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성명과 논평

> 성명과 논평

중앙당 성명.png

 

[성명] 여전히 이윤보다 가벼운 목숨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부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해를 넘기며 힘겹게 제정됐다. 노동자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법이란 점에서 만시지탄이지만 그나마 다행인 일이나, 곳곳에 널린 사각지대와 회피수단으로 노동자의 목숨을 지키기에 너무나도 부족한 점은 매우 크게 아쉽다. 사회변혁노동자당은 이번 국회 본회의 의결이 중대재해를 끝내기 위한 투쟁의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임을 분명히 하며, 온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완성을 위해 더 크고 끈질긴 투쟁에 나설 것임을 밝힌다.

 

오늘 국회에서 제정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입법취지에 한참 모자란 ‘절반의 입법’이다. 

제정법은 적용 대상에서 5인 미만 사업장을 아예 삭제하고,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도 3년 유예했다. 또 기업대표자 대신 안전관리이사에게 책임을 미룰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산재 은폐를 시도한 경영책임자 등에게 산재 사망의 책임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는 인과관계 추정조항도 삭제했으며, 하한형 조항을 반토막내고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도 대폭 덜어주는 등 처벌수위도 크게 완화했다. 일터괴롭힘은 중대재해에 포함되지 못했으며, 관련 공무원에 대한 처벌도 없던 일이 됐다. 여기에 더해 발주처에 안전보건의무를 부여하는 조항도 사라졌다. 중대재해기업을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보호’하기 위한 법이란 비아냥거림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거대 여야에게는 목숨에도 귀천이 있는가. 작은 사업장 노동자는 먼저 죽어도 된다는 것이 국회의원들의 뜻인가.

 

입법취지를 심각하게 훼손한 법제정이지만, 사용자단체의 전방위 로비 속에 그나마 입법에 이르게 된 것은, 산재사망 노동자 유가족과 비정규직 노동자, 노동사회단체 대표자 등의 단식투쟁을 비롯한 노동자-민중의 투쟁이 끈질기게 이어졌기 때문이다. 고 김용균 님의 어머니인 김미숙 님과, 고 이한빛 님의 아버지인 이용관 님의 단식투쟁이 시작된 것이 지난해 12월 11일이었다. 전국대리운전노조 김주환 위원장은 이에 앞선 12월 7일부터 단식에 들어갔다. 변혁당 김태연 대표를 비롯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운동본부 대표자들도 12월 28일부터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변혁당은 혹한 속에 제 살을 깎는 단식투쟁과 풍찬 노숙을 마다하지 않고, 오로지 온전한 법제정을 위해 온 몸을 내던진 이들 모두에게 동지적 경의와 존경을 표한다.

 

이번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과정은 우리에게 두 가지 사실을 환기시켰다. 

첫째, 거대 여야와 문재인 정권은 오로지 재벌과 사용자의 이익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자들이란 사실이다. 국회의 입법논의 과정은 그야말로 후퇴의 연속이었다. 여야가 서로를 방패삼으며 자본의 압력에 무릎 꿇는 동안, 노동자-민중의 단식과 절규는 국회 담장 안에서 외면 받았다. 이들 기존 정치세력을 쓸어내지 않는 한, 노동자의 억울한 죽음과 고통, 차별과 불평등은 결코 사라지지 못한다.

둘째, 이윤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자본주의 체제의 야만성이다. 죽어가는 노동자 앞에서 ‘기업이 어렵다’며 입법을 반대했던 자본, ‘5인 미만 사업장의 중대재해는 괜찮다’는 취지의 수정안을 내놓은 정부, 노동자의 목숨 대신 가진 자의 이윤에 손을 든 국회 모두는, 자본주의 체제가 낳은 괴물이다. 자본주의를 끝내지 않으면, 괴물은 더 커지고 늘어난다.

 

사회변혁노동자당은 결국 목숨 대신 이윤을 선택한 국회의 ‘누더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다시 한 번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그리고 이제 더 큰 투쟁으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완성시켜 나갈 것임을 준엄히 밝힌다. 노동자가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세상, 민중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세상, 모두가 평등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이 뜻에 함께 하는 모든 이들과 굳건하게 연대할 것이다.

 

 

2021년 1월 8일

사회변혁노동자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