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당 성명] ‘공공’의 이름을 함부로 팔지 마라
- ‘2.4 주택공급방안’에 대하여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번다고 했던가. 정부가 지난 4일 발표한 ‘2.4 대책(「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을 두고 하는 말인 듯하다. ‘2.4 주택공급방안’은 ‘공공’의 이름으로 토지소유자의 초과 이익을 아주 구체적이고 획기적으로 보장하면서도, 총공급물량 중 70~80%는 분양주택으로 공급하겠다고 밝힘으로써 ‘공공주택’이란 이름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공공주택 사업은 철저히 공공적이어야 하며,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더 많고 질 높은 공공주택 공급을 계속해야 한다. 이튿날 발표된 서울역 쪽방촌 정비사업 역시 40층 주상복합건물이 아닌, 더 많은 공공주택과 공공복지시설을 공급해야 한다.
2.4 대책으로 발표한 대도시권 주택 공급 사업 4개 중 3개에 ‘공공’이라는 단어가 들어간다. 공공이 주도하여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사업방식이 공공적이지 않다면 그것 역시 문제가 된다.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과 공공 직접 시행 정비사업(공공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보면, 우선 토지소유자의 10~20% 초과 이익을 보장한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용적률 상향, 기부채납 제한, 종상향 또는 법적상한 용적률의 120% 상향, 재건축 조합원 2년 거주 의무 미적용,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 미부과 등이 모두 땅주인의 이익을 보장해주는 인센티브로 제시하고 있는 내용이다. 이러한 내용으로 기존 토지주들이 스스로 사업을 시행할 때보다 10~30% 높은 수익률을 보장한다고 밝히고 있다. 민간기업에게 새로운 시장과 비즈니스의 기회가 창출된다고 하니 건설회사들은 사뭇 반기는 표정을 짓고 있기도 하다.
물론 고령이거나 소득이 없는 등 특수한 상황의 토지소유자라면 생계 대책을 지원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외 토지소유자의 초과 이익을 공적 자금을 투입해 보존해야 할 이유가 어디 있는가.
토지소유자의 초과 이익을 보장해줄 돈이 있다면, 그 돈으로 더 많은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해야 ‘공공’의 이름에 걸맞는 사업이라 할 수 있다. 수도권의 무주택가구는 여전히 500만에 육박한다. 이들에게 저렴하고 양질의 공공주택을 공급하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인간에겐 집과 함께 돌봄‧교육‧여가·문화시설이 필요하며, 이 역시 공공이 공급해야 한다. 서울역 쪽방촌 정비에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설 것이 아닌, 더 많은 공공복지시설이 공급되어야 하는 이유다.
당연히 막대한 공적 자금이 필요하다. 다주택자에게 가능한 최고 수준의 세금을 부과해 재원을 마련하고, 그조차 부족하다면 공공이 적자를 감수하고서라도 공공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모든 국민의 인간다운 주거를 보장하자면, 땅주인과 민간사업자의 수익을 보장할 여력이 우리에겐 없다.
‘공공’의 이름으로 토지소유자와 민간사업자를 배 불리는 2.4 대책은 그것이 목표하고자하는 부동산시장의 안정도 달성될 수 없을 것이다. 2020년 8월에도 수도권에 주택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가 있으나, 그 이후의 상황은 널리 알려져 있는 바와 같이 전월세 등 집값의 안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의 토지불로소득 환수를 통한 공공임대주택의 획기적 확대와 공공생활시설의 공급이 지금 시기 필요하다. ‘2.4 주택공급방안’은 ‘공공’의 이름으로 토지소유주의 이익을 보장할 뿐이며, 대다수 집없는 이들의 안정적인 주거권 보장과는 거리가 먼 대책이다.
2021년 2월 6일
사회변혁노동자당 서울시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