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반쪽뿐인 가사노동자법 제정,
전체 가사노동자의 노동법 적용을 위한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오늘 국회 본회의에서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이 통과되었다. 근기법 제정 이후 처음으로 가사노동자의 노동자로서의 권리가 법안에 명시되었다. 이제 정부 인증 가사서비스기관에 고용된 가사노동자들은 최저임금, 퇴직금, 사회보험 등이 적용되는 노동법상 노동자로 인정받는다. 인증 기관은 노동자와 근로계약을 할 때 임금‧최소노동시간‧유급휴일 등을 명시해야 한다.
비공식부문에 방치되어 있던 가사노동자가 노동자로 인정된 날이라고, 68년만에 노동법 적용을 받게 되었다고 가사노동자단체, 정치권, 언론 모두 환영 일색이다. 그러나 오늘 통과된 법안은 적용 대상과 내용면에서 전체 가사노동자들의 온전한 노동권 보장과는 거리가 있는 반쪽짜리 법이다.
근로기준법 적용 배제 조항인 ‘가사사용인 예외조항’은 그대로 온존한다. 특별법 형태로 별도 입법의 과정을 거친 법안의 내용은 ‘정부인증을 받은 기관’에 고용된 노동자들은 노동법적 보호를 받지만, ‘비인증 기관’이나 ‘직업 소개소’ 등을 통한 알선 등의 방식으로 일하는 호출가사노동자들은 노동법 적용에서 배제했다.
또한 근기법 적용 부분에서도 문제가 있다. ‘계약 노동시간’ 아닌 ‘실제 노동시간’을 기준으로 유급휴일‧연차휴가를 부여하도록 한 규정은 여타 노동자들과의 동일한 휴일, 휴게시간 권리 보장과는 거리가 있다.
비인증기관을 통해, 또는 개별 가정의 이용자와 계약을 맺고 일하는 가사노동자라 해서 그 노동이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또한 가사서비스 업체와 고용계약을 맺고 노동을 함에도 불구하고 제공하는 노동의 내용이 ‘가사’라는 이유로 휴일 휴게시간 등에서 불이익을 받아야 할 근거는 없다.
플랫폼 업체들은 이제 가사노동자를 활용한 이윤창출을 위해 가사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해 표준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 이는 가사서비스가 시장화방식으로 공식화되고 있고, 가사노동자들이 자본과의 관계에서 어떠한 노동의 권리를 보장받는지가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비공식부문 사각지대 유지를 전제로 한 노동법 적용은 열악한 위치의 가사노동자들을 온존시켜 전체 가사노동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다.
가사노동자단체들의 노력이 오늘까지의 결과를 만들어왔다면, 이제 전체 가사노동자를 비롯한 비공식부문 노동자들이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온전히 보장받도록 노동법 전반을 재구성해내는 몫은 우리에게 남겨져 있다. 싸움은 계속되어야 한다. 저평가되어 있는 가사노동의 가치 인정과 가사노동자들의 노동권 보장을 위한 싸움을 함께 결의하고 투쟁해나가자.
2021년 5월 21일
사회변혁노동자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