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민간사회서비스업자 눈치보며 돌봄공공성을 외면하는가
- 우선위탁범위 축소한 사회서비스원법 합의, 즉각 폐기하라!
5월 21일 여야 합의로 「사회서비스 지원 및 사회서비스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그러나 사회서비스 공공성강화를 공약한 지 4년, 법안계류 1년 만에 나온 여야합의는 처참했다. 이번 법안은 민간중심 사회서비스 시장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일 뿐이다. 과연 문재인 정부가 공약했던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의 의지와 경로가 있기는 한 것인지 의문스럽기만 하다. 사회서비스원이 운영하는 시설을 확대해 공적돌봄을 강화한다는 것은 사회서비스원법의 핵심이었지만, 여야 합의과정에서 사회서비스원의 우선위탁범위는 대폭 축소되었고, 돌봄 공공성 확보라는 취지는 크게 훼손되었다.
최소한 작년 6월 남인순 의원이 발의한 「사회서비스원 설립·운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에는 ‘신규사업 위탁 시 국가나 지자체가 민간보다 우선해 위탁받아야 한다’는 규정이 포함되어있었다. 그러나 사회서비스원의 우선위탁 규정이 민간시장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국민의힘 의원들과 민간공급기관들의 반대가 이어졌고. 국민의힘은 급기야 중앙사회서비스원만 설립해 연구·관리 기능만 담당하고 사회서비스 직접 제공을 위한 시도별 사회서비스원은 설치하지 않는 내용을 담아 「사회서비스 강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맞발의했다.
이 논쟁과정에서 공적 돌봄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는 ‘민간시장 위축을 방지’하고자 사회서비스원의 사업범위를 민간기피 대상사업과 시간대로 축소하겠다고, 사회서비스원의 위탁 문턱을 높이는 한편 공급을 조절해 민간시장이 위축되지 않게 하겠다며 민간공급기관과 국민의힘 달래기에 급급했다.
결국, 여야합의로 법안소위를 통과한 법안은 사회서비스원 위탁 시 ‘민간과 사회서비스원의 공개경쟁을 원칙’으로 했다. 민간업자들이 부정과 비리를 저지르면 국공립 시설 위탁을 회수해 사회서비스원에 우선 위탁한다는 조항마저 사라졌다. 사회서비스원이 우선 운영을 맡는 사업범위는 ‘민간이 참여하기 어렵거나 공급이 부족한 분야’에 그것도 ‘신규로 설립하는 사회서비스기관’으로 한정되었다.
여야 합작으로 만든 이번 법안으로 99%에 달하는 민간위탁 어린이집이나 요양원 등의 사회서비스 시설을 정부가 운영하고,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겠다는 사회서비스원의 애초 취지는 실현 경로를 상실했다. 여야합의에 따르면 부족한 서비스와 질 낮은 노동조건을 강제하는 민간업자들은 사회서비스시장에서 그대로 이윤을 쌓고, 민간업자들이 기피하는 서비스만을 공공이 보완한다. 공적돌봄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장기 전망과 목표는 실종되고 말았다.
현재 전국 4천여 개의 국공립어린이집을 사회서비스원이 맡아 운영하는 사업은 거의 시도조차 되지 않은 채 민간업자들에게 위탁되어 방치되고 있다. 지금처럼 신규 국공립어린이집 위탁사업의 경우마저 사회서비스원과 민간업자들의 경쟁구도가 유지되는 한, 공적돌봄체계 구축은 요원하다. 국가책임 사회서비스 실현을 위해, 공적 돌봄 실현을 위해 사회서비스원은 국공립사회서비스시설 우선 운영권을 가져야 한다. 사회서비스원이 신규사업에서조차 그 운영을 맡지 못한다면, 기존 국공립시설 민간위탁이 끝난 후 사회서비스원으로 운영을 이관해 공적 사회서비스를 넓힌다는 과제는 끼어들 틈조차 없다.
돌봄의 공공성을 실현하겠다는 문재인 정부 계획은 대체 어디로 갔는가? 돌봄의 공공성을 파괴하며 민간사회서비스 업자의 이윤을 보전하는 것이 국회의 역할인가? 국공립어린이집과 공공요양시설 확충요구가 무색하게, 국공립사회서비스 기관 99%가 다시 민간에 위탁된 현실을 부정하지 마라. 민간공급기관의 이윤을 위해 운영되면서 겪은 폐해는 되풀이되어서는 안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는 당장 해당 법안을 폐기하고, 사회서비스원 우선위탁 범위를 확장하라.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를 목표로 사회서비스원을 강화하고, 국가와 지자체 책임으로 운영하겠다는 공약을 이행하라! 공공성의 외피만 두른 여야합의안 폐기하고 전면 재논의하라!
2021년 6월 1일
사회변혁노동자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