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좌파공투본 논평]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대통령 당선, 칠레 민중의 전진은 계속됩니다
“신자유주의의 요람을 신자유주의의 무덤으로” - 12월 19일 칠레 대통령 선거에서 좌파 후보 가브리엘 보리치가 56%를 얻어 극우파 후보 안토니오 카스트를 12% 차로 꺾고 대통령에 당선되었습니다. 칠레 민중의 승리입니다.
가브리엘 보리치는 “존엄을 승인하라”라는 좌파연합의 후보였습니다. 공약은 최저임금 60% 인상, 주 노동시간 45시간에서 40시간으로 단축, 사적연금 폐지, 학자금 부채탕감, 의료체제 정비, 국영 리튬회사 설립 등입니다.
이에 반해 극우파 후보인 카스트는 칠레 자본가와 보수세력을 대표했습니다. 부자감세, 낙태금지, 동성결혼 금지, 불법이민자 추방 등이 카스트의 주요 슬로건이었습니다.
“피노체트가 살아있었다면 나를 뽑았을 것이다”, 칠레 대선에서 패배한 우파후보 카스트의 유세 발언입니다.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 48년 전 ‘사회주의를 향한 칠레의 길’을 내건 아옌데 정부를 전복한 군사쿠데타 수장입니다. 보수세력이 ‘철의 여인’이라고 미화하는 열혈 신자유주의자, 마가렛 대처가 피노체트 구명운동을 벌이기도 했지요.
1973년 쿠데타로 집권한 이후 피노체트가 벌인 일은, 그 전까지는 일부 경제학자들의 이념에 지나지 않던 신자유주의를 칠레에 이식하는 일이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신진세력에 지나지 않던 신자유주의자들은, 칠레를 실험실로 삼았습니다.
칠레 핵심산업인 구리광산 민영화를 필두로, 전기·가스·수도·의료·교육·연금·의료보험 등이 전면 민영화되었습니다. 피노체트 집권기 동안 공기업 96%가 자본의 손에 들어갔고, 신자유주의 이념은 헌법으로 명문화되기에 이릅니다.
불평등이 쌓이고 쌓여, 칠레는 OECD 가입국 중 불평등이 가장 심각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인구 1%가 전체 재산의 33%를 가진 나라, 수십만명이 50대까지 학자금 대출을 갚아야 하는 나라, 가난한 사람은 진료 예약 후 1년을 기다려야 하고 심지어 환자 사망 몇 달 뒤에야 진료가 잡혔다는 전화를 받는 경우도 흔한 나라였습니다.
노동자 민중의 분노는 2000년대 중반 학생들의 무상교육 요구로 불이 붙더니, 2019년 지하철 요금인상을 계기로 폭발했습니다. 정부는 처음에는 개각으로, 그 뒤에는 제헌의회 소집여부를 묻는 국민투표 실시로 급한 불을 끄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운동세력 역시 제헌의회 소집 국민투표를 받아들이며 일종의 휴전 상태가 만들어졌습니다. 투쟁을 멈추면 안된다는 우려도 많았습니다만, 작년 국민투표에서 78%가 새 헌법을 만들자고 투표했고 올해 열린 제헌의회 의원단 투표에서 보수세력은 155석 중 37석을 차지하는데 그쳤습니다.
이렇듯 가브리엘 보리치의 대통령 당선은 칠레 민중의 투쟁에 발 딛고 있습니다. 그러나 탄탄대로가 펼쳐진 것은 아닙니다. 의회에서 보수우익은 여전히 강력합니다. 산업과 금융을 거머쥔 자본가들의 저항을 반영하듯, 보리치 당선 후 칠레 주식시장과 통화가치가 급락하기도 했지요.
보리치는 신자유주의를 무덤에 넣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를 무덤에 넣기 위해 중요한 것은 보리치라는 인물이 아니라, 칠레 노동자 민중의 투쟁입니다. 실제로 보리치는 수차례 “국가재정을 책임있게 운용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당선 후에는 ‘빼앗긴 자들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말 대신 “좌우로 나뉜 의회와 일하며 모든 칠레인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고도 했지요.
이것이 바로 칠레 민중의 싸움이 끝나지 않은 이유입니다. 사회주의·좌파 공투본 역시 노동자 민중과 함께 한국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꾸고자 합니다. 오랜 억압을 뚫고 전진하는 칠레 민중에게, 연대의 인사를 보냅니다.
2021년 12월 22일
<20대 대선 노동자민중 사회주의좌파 공동투쟁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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