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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차린 대한문 분향소
69호 | 2018.07.16

표지이야기

다시 차린 대한문 분향소

다시 차린 대한문 분향소   쌍용차에서 서른 번째 희생자가 생겼다. 1993년에 입사한 평범한 가장은 2009년 폭도가 됐고 해고노동자가 됐다. 10년 동안 복직의 꿈을 품고 죽기 전 새벽까지 화물차를 운전했던 그를 사회가 죽였다. 아내한테 남긴 “사는 게 힘들겠지만 부디 행복해라”라는 말이 서글프다.   다시 차린 대한문 분향소. 남대문서 최성영이 사라진 자리를 태극기·성조기·이스라엘기로 치장한 무리가 채웠다. 그새 대한문은 ‘태극기의 성지’가 돼 있었다. 죽은 조합원의 일은 안타깝다고 말하다가도 곧 ‘시체팔이’를 그만 하라고 질러대는 악다구니에 모두 귀를 씻어내고 싶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경찰의 미온적인 대응은 분향소를 밤새 고립시켰다.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   이튿날 분향소를 담장 한쪽으로 옮기기로 하면서 상황은 좀 나아졌다. 다시 6년 전 대한문의 일상으로 돌아간 듯했다. 그때 보던 얼굴들이 하나둘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변한 게 뭔가. 이런 게 일상이라니 분향소도 태극기도 너무 비참한 것 아닌가. 어디에서건 조금 편하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분향소가, 굴뚝이, 광화문의 농성장들이 떠올라 불편해지는 이런 일상이 필요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표지사진·글 정택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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