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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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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에 모였던 자발적 발걸음이

계속 이어지도록 해야죠.”

작더라도 함께 할 수 있는 계기 만드는 게 관건

정규직 노동자들은 양보아닌 연대를 고민해야

 

 

5919대 대선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대선후보들은 저마다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비정규 체제를 근본적으로 뒤바꾸겠다고 말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김혜진 상임활동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권리를 찾기 위해 이야기하고 모일 수 있는 구조가 절실하다고 답한다. 그 자세한 이야기를 지금부터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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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박근혜를 구속시키고 대선국면을 맞이했지만, 대선후보들의 우클릭은 거칠 것 없는 듯 보입니다. 광장이 굳건했던 지난 6개월은 주권자로서 촛불의 명령을 발동할 수 있었다면, 대선국면은 유권자로서의 제약에 다시 갇히는 건 아닌지 염려스러운데요. 성과들을 대선국면에서 유실하지 않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큰 투쟁이 벌어지면 혁명으로 진전하지 않는 이상, 제도로 수렴되기 마련이잖아요.이번에도 시민혁명적 성격이 있긴 하지만, 사회 전체를 바꿀 힘을 수반하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그 점에서 촛불항쟁을 이어받는 게 어떤 것이어야 할까?”, “제도적 수렴이 아닌 방식은 뭘까?”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것 같아요. 크게 두 가지라고 생각하는데, 첫째는 표현하셨듯 그간 가장 취약했던 것이, 주체화였다는 거죠. 노조가 있다거나 활동가이거나, 이런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대다수 노동자도 어떻게 목소리를 낼 지 구체적 방안을 몰랐다는 거죠. 실은, 광장이 열렸기 때문에 참여할 수 있었던 거잖아요. 그렇다면 광장이 아니어도 어떻게 일상에서 목소리 낼 수 있는지 이야기해야 하고. 핵심은 조직화라고 생각해요. 노동조합으로의 조직화가 됐건 변혁당처럼 당적 조직화가 됐건, 만났던 사람에게 조직으로 모이자고 하는 게 현재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인 것 같아요.

둘째는, 항쟁의 여진이 있는 상황에서 제도정치권이 성과를 수렴하려 해도 그게 쉽지 않다는 것을 서로 알고 있다는 거죠. 그래서 제도정치를 압박하는 게 필요할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민주노총 등 운동진영이 자기 투쟁의 궤도를 유지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투쟁 궤도를 유지하고 연대를 구축할 수 있어야 제도정치권의 성과 독식을 막을 수 있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대선 후보 비정규직 공약 사회변화 위한 근본적 성찰 없어

Q 새 정부에서도 노동의 현실이 저절로 나아지기를 기대할 수는 없을텐데요. 공약 가운데 특히 비정규직 문제는 근본적 해결전망이 없습니다. 주요 후보들 공약 중에서 지적하고픈 사안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릴게요.

A 문재인 후보가 당선가능성이 높은 사람 중 하나니까 먼저 이야기하면, 사람들이 다 문재인 후보 비정규직 공약이 엉망이라고 얘기하잖아요. 실제 그래요. 그런데, 공약 하나하나를 보면 마치 큰 차이가 없는 듯 보여요. 문재인 후보도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 특수고용노동자성 인정, 원청 사용자 책임인정을 이야기하죠. 노동계 요구를 수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뉘앙스가 많이 다르거든요. 이를테면, 원청 사용자 책임인정을 요구할 때 핵심은 노동조합으로 우리 권리를 찾을테니 원청이 사용자로 책임 있게 나서라는 것입니다. 반면에 문재인 후보가 말하는 원청 사용자 책임은 노조법상 사용자로서 책임져라이기보다, “하청업체에 영향력을 가진 당사자로서 산재문제 등에서 책임을 다하라는 것이죠. 원청 사용자 책임인정에 대한 이해가 다르다는 거예요. 게다가 사용사유제한도 정규직 고용이 원칙임을 확인하자는 것이지, 단지 사용제한사유 몇 개 넣는 게 핵심이 아니잖아요. 사용사유 제한의 전제는 기간제법, 파견법 폐지이거든요. 파견법은 그대로 두고 사용사유제한을 또 어딘가에 넣겠다는 것은 모순이죠.

다른 후보는 별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데요. 안철수는 워낙 비정규직 공약이랄 게 없기도 하고, 홍준표는 언급할 가치도 없죠. 유승민의 공약은 나름의 고민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새누리당 시절부터의 행태를 보면 이 공약의 비중은 중요하지 않으리라 판단할 수 있어요.

다만 심상정 후보 공약에는 개인적 아쉬움이 있어요. 어쨌든 노동문제를 잘 알고 있고, 노동계에서 요구했던 공약들을 대부분 담고 있기도 하죠. 적어도 노동문제를 내건 후보라면, 노동계가 요구한 비정규직 공약 몇 개를 받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한 지 이야기해야 한다고 보거든요. 우리가 새 사회의 전망을 이야기할 때, 특히 공약을 얘기할 때는 남들보다 누가 낫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것이 실제 근원적 변화를 추동해내느냐가 핵심이라는 거죠. 그러나 심상정 후보도 비정규직 문제, 고용구조 자체를 바꿀 근본적 대안으로 나아가고 있지는 않은 것 같아요.

 

미조직 대중이 참여할 구조 만드는 게 사회적 총파업 핵심

Q 민주노총은 6월 말 사회적 총파업 성사를 위해 비정규직 철폐최저임금 1만원’, ‘노조할 권리를 주요 의제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변화의 열망이 높아지면서, 사회적 총파업의 가능성도 무르익는 것 같아요. 성패는 미조직 대중의 호응과 동참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텐데요.

A 일단 이 총파업에 사회적이라는 말을 붙일 때는 세 가지 의미가 담긴 것 같아요. 하나는 조직된 노동자가 법적 권리를 최대한 행사함으로써, 사업장 임단협 요구가 아닌 사회적 요구로 총파업을 하겠다는 의미가 있는 거죠. 민주노총이 최저임금 1만원이나, 노조할 권리나,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어떻게 내부를 조직하느냐가 한 축으로 중요하겠죠.

또 하나는, 흔히 사회적 총파업이라고 할 때는 말 그대로 사회적 의미를 가진 총파업이기 때문에 지지와 연대를 조직하는 문제였어요. 그래서 이번 사회적 총파업의 핵심은 미조직 노동자가 파업에 동참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예요. 그러자면 열심히 조직화해야 하고, 미조직 노동자가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얼마나 만드느냐도 중요할 것 같아요.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라 표현했는데, 미조직 대중이 호응할 수 있는 뭔가가 핵심이 아니라, 참여할 수 있는 구조가 핵심이라는 거예요. 예를 들면 우리는 몇 날 며칠 파업하니 참여하세요이러면 얼마나 참여하겠냐는 거죠. 참여 구조를 만든다는 것은 작게는 리본 달기라든지, 아니면 파업에 참여하지 못해도 마음은 함께 하겠다는 것을 선언할 계기를 만든다든지요. 구체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공간 확보가 제일 중요하다 생각해요. 광장에 모이는 것과 또 다른 문제잖아요. 광장에 모이는 것은 많은 촛불 중 하나지만, 파업은 내가 결심을 해야 하고, 그 정보를 계속 받을 수 있어야 하니까요. 그래서 이 사회적 총파업은 조직화와 분리될 수 없어요. 그저 열심히 캠페인 하겠다가 아니라, 이 노동자들을 당장 노조로 조직하지 못해도 일단 연락처라도 확보하고 소통하는 풀을 넓혀가는 과정이어야 할 것 같아요. 그래야 규모가 작더라도 사회적 총파업으로서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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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사회적 연대로 삶과 일터를 바꾸는 움직임도 절실하겠네요. 그런데 사회적 연대에 대한 오해와 왜곡이 보수언론 뿐 아니라 운동진영 안에서도 유포되는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정규직 대공장 노동자가 양보해 비정규직 처우를 개선하자는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대공장 정규직 양보론은 정말 이상한 논리라고 생각해요. 대공장 정규직이 양보가 아니라 연대해야 한다고 여기기 때문인데요. 양보와 연대는 다른 개념이죠. 양보는 이건 원래 내 것이지만, 좀 나눠줄께라는 거잖아요. 그런데, 문제는 비정규직의 권리를 정부와 자본이 빼앗는 구조에 있는 거죠. 그러면, 비정규노동자가 스스로 싸워서 권리를 찾는 것이 해결의 핵심이고, 여기에 정규직 노동자는 연대하며 함께 권리를 찾을 수 있느냐의 문제라는 거예요. 지금 우리가 정규직 노동자에게 요구할 건, 바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투쟁하고자 할 때, 조직하고자 할 때, 어떻게 함께 할 것인지에 대한 답이죠. 그래서 가끔 그런 생각도 들어요. 사회적 연대기금을 무조건 한 달에 2만원씩 내자는 결의를 조합원들이 하지 못할 이유가 있나, 심지어 임금동결로 비정규직에 양보하자는 얘기도 하는 실정이잖아요. 그럴거면 임금인상분을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 기금으로 쓰자는 얘기는 왜 못하냐는 거죠.

운동진영에서 유포되는 양보론이 왠지 모를 도덕적 당위라는 명분을 갖고 가는 것 같아 고민이 돼요. 실제로 정규직이 임금과 노동조건을 위한 투쟁에서 폭넓은 연대 가능성을 생각하느냐 하면, 현실은 그렇지 않아요. 그래서 이를 비판하며 연대할 수 있도록 끌고 가야 하는데, 문제의식을 양보로 전환한다는 거죠. 그러면 양보는 누가 받느냐는 거예요. 핵심은 자본에 대한 양보임을 명확히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조직화의 다양한 틀거리 활용해야 확장 가능해

Q 권리를 위한 집회의 자유, 결사의 권리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광장항쟁에서 분명히 알게 된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비정규직 노동자의 조직율은 여전히 2%도 되지 않습니다. 비정규노동자가 권리 주체로 서기 위해 노동자운동과 활동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일단 제도가 너무 엉망이라, 노조할 권리조차 보장이 안 되는 게 문제겠죠. 그래서 지금 노조법2조 개정이 중요한 요구인데, 이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널리 알렸으면 합니다. 정말 이건 물과 공기처럼, 노조할 권리는 세상에서 꼭 필요한 권리라는 점을 알리는 데 주력했으면 좋겠다는 게 하나 있고요. 두 번째는 열심히 조직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 조직화가 노동조합이라는 형식에 얽매여 있는 이상 지금으로서는 더 확대되기 어렵다고 봐요. 예컨대, 종교계에서는 비정규신자모임을 할 수 있잖아요. 이렇게 노동조합보다 훨씬 품이 넓은 모임을 계속 만드는 것도 중요한 일이죠. 또 하나는, 한국 노동운동이 워낙 기업 단위 운동으로 국한해 있기 때문에, 이 틀을 벗어나야 할 것 같아요. 그런 측면에서 준조합원 제도라든지 개별조합원 조직방식을 더 적극적으로 현실화하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아무튼 중요한 것은 어떤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비정규노동자가 자기 권리를 말할 수 있는 모임이 많이 만들어지는 게 필요해요. 그 권리를 위한 제도 구축 싸움도 하반기에 중요하게 해야 하겠죠.


인터뷰=임용현기관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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