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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공기업화를 요구한다


백종성┃조직·투쟁연대위원장



1월 31일,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에 매각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은 작년 10월부터 비공개로 매각을 협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가오는 또 한 번의 구조조정에 지역과 현장의 열기는 달아오르고 있다. 2월 19일 금속노조 대우조선해양지회는 조합원 92% 찬성으로 파업을 결의했고, 2월 20일 중식 집회에는 3천3백여 명이 모였다. 20년 사이 최대규모다. 이번 사안은 13조 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을 투입한 국가 기간산업의 소유와 운영을 결정하게 된다는 점에서 중대하다.


현대중공업은 왜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려 하는가

첫째, 조선업 업황이 최악을 벗어났다. 회복일로라고 전망하긴 어려우나, 2018년 한국은 전 세계 선박 발주물량 2,860만 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 중 1,263만 CGT를 수주해 수주량 1위를 되찾았다.


둘째, 대우조선해양은 이제 빚덩이가 아니다. 2015년부터 대우조선은 혹독한 구조조정을 강행했다. 2016년 말 5,544%에 달하던 부채비율은 2018년 3분기 222%로 떨어졌다. 대우조선은 경영악화를 낳은 해양플랜트 비중을 줄여 생산구조를 재편했다. 아직 인도하지 않은 드릴십(시추선) 6척 역시 인도할 계획으로, 2021년까지 무려 2조7천억 원의 현금이 대우조선해양에 들어온다. 이는 대우조선 시가총액 3조5천억 원의 80%이며 현재 대우조선 순차입금 3조 원의 9할에 달한다.


헐값에 기간산업 인수

대우조선해양 매각 방식은 매우 복잡하다. 현대중공업의 부담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설계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현대중공업의 재무부담은 도합 6,500억 원에 불과하다.


자세히 살펴보자. 


첫째, 현대중공업을 사업 부문과 투자 부문으로 쪼갠다. 

둘째, 현대중공업 투자 부문을 모체로 중간지주회사를 설립한다. 

셋째, 산업은행은 대우조선 주식 55.7%를 이 중간지주회사에 출자한다. 

넷째, 그 대가로 중간지주회사는 산업은행에 현금이 아닌 주식을(1조2,500억 원 상당 전환상환우선주와 8,500억 원 상당 보통주) 발행한다. 

다섯째, 중간지주는 1조2,500억 원 상당 유상증자로 자본을 확충하고, 현대중공업지주회사는 이 증자에 참여해 지배주주 지위를 유지한다. 

여섯째, 대우조선해양은 자본확충을 위해 1조5천억 원 상당 유상증자를 하고, 중간지주는 다섯째 과정에서 확보한 1조2,500억 원과 보유자금 2,500억 원으로 대우조선 주식을 매집한다.


현대중공업의 자금투입은 다섯째, 여섯째 과정에서 각각 4,000억 원, 2,500억 원에 불과하다. 대우조선 등 4개 회사를 지배할 중간지주사 설립과 유상증자에 현대중공업지주는 기존 지분율(약 31%)만큼 참여하며 그 금액이 4천억 원이다. 여기에 더해 이후 대우조선 유상증자에 투입하는 2,500억 원이 현대중공업그룹의 부담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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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대우조선지회]



국가가 보증하는 정기선 체제

이 거래로 현대중공업은 6,500억 원에 대우조선해양을 얻고 국책은행 우호지분까지 확보해, 3대 세습으로 총수자리를 이어받는 정기선 체제를 안착시킨다. 그러나 국책은행은 현대중공업 주식을, 그것도 당장은 태반이 의결권조차 없는 주식(전환상환우선주)을 쥘 뿐이다. 이는 국가와 재벌의 노골적 동맹이다. 재벌체제를 지탱하는 것은 국가다.


대우조선 공기업화, 필요하고 가능하다

사태의 본질이 ‘기간산업 헐값 매각 재벌 특혜’라면, 대안은 대우조선 공기업화다. 현재 대우조선은 국책은행이 소유하고 있지만, 법적 형식은 사기업이다. 대우조선해양이 투기적으로 해양플랜트에 뛰어들어 위기를 초래한 것 역시, 어떤 공적 통제도 없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 공기업화가 공적 통제 자체를 담보하진 않지만, 공적 통제를 향한 싸움의 시작으로는 충분하다. “대우조선이 사기업이기 때문에 감사가 어려웠다.” 2016년 대우조선해양 부실사태에 대한 감사원장의 말이다. 면피성 발언이지만, 진실을 담고 있다.


대우조선 공기업화와 공적 통제는 필요할 뿐만 아니라 가능하다.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정부가 100분의 50 이상의 지분을 가지고 있거나, 100분의 30 이상의 지분을 가지고 임원 임명권한 행사 등을 통하여, 당해 기관의 정책 결정에 사실상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는 기관”은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다.


2월 8일 금속노조·대우조선해양지회·현대중공업지부는 △밀실 합의·일방매각 즉각 폐기, △빅1 체제 재편중단 △노조 참여 보장, 고용안정책 마련 △거제·경남 경제와 조선업 생태계 회복을 위한 노‧정 협의체 구성 △재벌 특혜중단이라는 5개 요구를 결정했다. 공기업화 요구가 없는 것은 ‘혈세로 연명한다’ 등 부정적 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인 듯하다. 그러나 지금 공기업화 요구는 오히려 이윤을 창출하는 기간산업을 재벌에 매각하지 말라는 요구다.


정부에 맞선 정치투쟁을 준비하자

문제는 투쟁이다.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이 본계약을 체결하는 3월 8일 이후에도 상황은 종료되지 않으며, 정부를 상대로 6개월 이상을 내다보는 투쟁을 전개할 조직적 이념적 준비가 필요하다. 지리적 고립성을 고려할 때, 대우조선 원하청 노동자는 물론이고 기자재 업체 노동자, 중소조선소 노동자들과 연대할 굳건한 지역거점과 함께 수도권에서 투쟁을 이어낼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기간산업의 공적 통제를 위한 싸움이다. 현장과 지역은 물론 전체 운동 사회가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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