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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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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 조선산업을 

통째로 재벌에게 넘길 수 없다”


국가 기간산업 팔아넘기는 정부, 전국적 투쟁으로 맞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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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 31일 산업은행의 대우조선해양 매각 발표 이후 조선소에는 파란이 일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인수자로 나섰고 매각 본 계약일은 3월 8일로 코앞이다. 2015년부터 구조조정 직격탄을 맞은 대우조선 노동자들은 또다시 거대한 위협에 직면했다.


산업은행은 지난 20년간 대우조선해양 대주주였고, 지금도 과반 지분을 갖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산업은행은 국유기업 대우조선을 사기업처럼 경영하면서 공적 통제는커녕 부실을 조장해왔다. 노동자들에게 가혹한 구조조정을 강요한 뒤 이제 흑자를 낼 즈음이 되자 재벌에게 팔아넘긴다고 한다.


국가 기간산업의 재벌 특혜 매각에 맞서 대우조선 노동자들이 총파업을 결의하고 있다. 2월 21일, <변혁정치>가 금속노조 대우조선해양지회 신상기 지회장을 만났다.


Q 1월 31일 매각 발표 이후 현장 분위기는 어떤가?


A 설 연휴 전에 갑자기 발표해서 처음엔 피부로 느끼지 못했던 부분도 있다. 그러나 꾸준한 홍보와 함께, 현대중공업 노동 탄압 실태가 현장에 알려지며 위기의식이 조성되고 있다. 하청 노동자들도 마찬가지다. 현장에선 당사자에게 일언반구 없이 현대중공업과 산업은행이 밀실에서 일방적으로 추진한 것에 대한 분노도 크다.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대우조선해양 사장도 몰랐다고, 4~5일 전에 전화가 와서 그제야 알았다고 한다.


대우조선, 매각이 아니라 공적 통제가 필요하다


Q 인수 의도가 무엇이라고 보나? 실제 매각 시 예상되는 결과는 어떤가?


A 정부가 매각에 적극적이었던 것 같다. 정부는 합병으로 저가 수주 출혈경쟁이 없어질 거라고 한다. 그런데 저가 수주가 왜 생겼나? 지난 4년간 조선업 경기가 어려워 저가로라도 물량을 가져오려는 경쟁이 치열했다. 지금은 조선업 경기가 최악의 시점은 통과했고, 적정 가격으로 배를 지을 조건이 만들어지고 있다. 요즘 수요가 많은 LNG선은 대우조선해양 기술이 독보적이다. 카타르도 60척 발주계획을 발표했다. 관련해서 알아보니, 카타르가 현대중공업에 9조 원짜리 해양플랜트 유지보수 소송을 걸어 놓은 게 있다. 카타르가 소송 상대에게 배를 주겠나? (현대중공업 입장에선) 소송전이 길어지면 대우조선을 통해 수주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


당장 군산조선소*를 저렇게 만들어놓고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다는 게 말이 되나.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부 폐쇄가 엊그제 일이다. 이번 합병은 현대중공업 재벌, 정몽준과 정기선을 위한 작업이다. 승계 작업과도 관련된다. 예를 들면, “현대글로벌서비스”라고 정기선이 대표인 회사가 있다. 선박 AS와 친환경 선박 개조사업 등을 하는데, 대우조선해양이 가진 조선항만서비스 부분을 다 흡수할 것이다.


Q 노조 요구는 무엇인가?


A 우선 동종사 매각에 반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은 사업 부문이 거의 겹친다. 필연적으로 구조조정이 발생한다. 지난 4년간 구조조정을 했는데, 또 구조조정을 맞이할 것이다. 그 외에 총고용보장, 노조 승계, 단체협약 승계, 지역경제 발전에 관한 사항 등을 요구하고 있다.


Q 동종사 매각반대 요구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다. 가령 동종사가 아닌 다른 기업에 매각하더라도 상황이 달라지는 건 아닌데. 대안으로서 공기업화 요구를 어떻게 보는가?


A 개인적으로 대우조선은 공기업화해야 한다고 본다. 당연히 정부는 그럴 의사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강제할 힘을 만들어야 한다. 현장과 지역에서 힘을 만들고, 사회적 흐름과 만나야 한다.


일단 “동종사 매각반대”라고 표현했지만, 본질은 국가가 주인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산업은행이 지분만 가진 상태더라도, 정부가 감시를 제대로 해야 할 것 아닌가? 산업은행은 자기들 배당에만 신경 썼다. 정부 방침은 이 나라 조선산업을 통째로 현대중공업 재벌에게 넘기는 것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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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0일 대우조선지회 중식 집회에 3천 명 이상의 노동자들이 모였다. 근 20년 중 가장 많은 숫자다.[사진: 대우조선지회 조합원]



매각 밀어붙이는 정부여당, 지역 노동자들과 함께 맞선다


Q 부품사와 기자재 업체 노동자들의 불안감도 클 것 같다.


A 현대중공업은 기자재 80%를 내부에서 자체 조달한다. 이렇게 되면 현재 대우조선에 납품하는 지역 기자재 업체는 거의 망한다. 이를테면 HSD엔진(과거 두산엔진) 같은 경우, 대우조선은 엔진 물량 80%가량을 HSD에서 조달한다. 이런 현장의 불안감은 굉장히 크다. 대우조선에 들어오는 기자재 업체가 1,400개 정도 된다. 함께 대응하고자 한다.


Q 지역 민주당 태도는 어떤가?


A 애매하게 말하지만 기본적으로 매각에 찬성한다. 김경수 경남지사도 찬성한다. 문재인정부 방침이니까. 경남 KBS 토론회가 있어서 가봤는데, 민주당 소속 거제시장은 ‘광주형 일자리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둥 엉뚱한 답변만 했다. 노동자들의 문제의식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다.


Q 3월 8일 이후 상황이 끝나는 것처럼 인식되는 경향이 있는데, 어떻게 싸울 것인가?


A 현장에선 실사** 저지 투쟁을 전개한다. 지역에선 2월 22일 범도민 대책위원회가 민주노총 경남본부, 금속노조 경남지부, 진보정당 등으로 구성된다. 전국적으로 투쟁을 확대해야 하는데, 운동 사회에서 쟁점화가 안 돼 있다.


3월 8일 본계약 이후 기업결합심사까지 최대 120일, 경쟁국 심사를 따지면 9~10월까지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 그 안에 지역은 물론이고 전국적 투쟁을 만들어야 한다. 현대중공업지부가 대우조선 인수반대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해 가결한 것도 긍정적으로 본다.


기간산업의 재벌 특혜 매각, 전국적 쟁점 돼야


Q 정규직만의 투쟁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비정규직과 어떻게 함께 싸울 것인가?


A 현장에는 물량팀 포함 18,700명가량 비정규직 노동자가 있다. 비정규직 동지들과 함께 싸우자면, 거제‧통영‧고성 사내하청지회와 함께하는 게 중요하다. 애초 올해 투쟁을 준비하던 중 매각 건이 터졌다.


2월 20일 중식 집회에 3,300명이 참여했는데, 사무직 노동자, 하청 노동자가 함께 투쟁하자는 결의문을 낭독했다. 대우조선 전체 노동자가 투쟁하자는 방향을 갖고 있고, 간담회도 진행할 예정이다.


Q 공적자금 투입 사업장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어떻게 대응하겠는가?


A 요즘 댓글 보기가 무섭다. ‘나라 경제를 좀먹는 사람들’이라는 등, 시선이 좋지 않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5,000%에 달하는 부채비율이 200%로 줄기까지 노동자들의 엄청난 희생이 있었다. 이제 업황이 좀 나아지니까 바로 재벌에 매각하는 게 말이 되나?


대우조선해양을 망친 건 산업은행과 산업은행이 보낸 사장들이다. 그들이 대우조선 부실을 야기한 것 아닌가. 해양플랜트가 돈 된다 싶으니까 우르르 몰려갔다 사달이 나고, LNG선도 좀 된다 싶으니까 몰려가고, 일 없으면 휴가 보내고. 매년 그게 반복됐다. 산업은행은 배당금만 챙겨가고 관리를 전혀 하지 못했다. 2조 원짜리 분식회계가 터지질 않나. 산업은행이 어떤 책임을 졌는가? 매각의 본질을 알려나가야 한다.


Q 운동진영에 대한 당부할 말이 있는가?


A 전국적으로 많은 사안이 있다. 그러나 이 문제를 좀 더 심각하게 고려해주셨으면 한다.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노동자들도 희생될 수 있다. 대정부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고 본다. 전체 대응을 최대한 빨리 진행했으면 좋겠다. 지역에서도 싸우겠지만, 중앙에서도 꾸준히 문제의 본질을 알려내야 한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의 역할, 진보정당과 사회단체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다.


■인터뷰=백종성조직·투쟁연대위원장



*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7년 구조조정을 강행하며 군산조선소를 폐쇄했다.

** 현대중공업은 인수합병 사전단계로 대우조선해양 본사와 옥포조선소에 대한 실사를 예고했다. 대우조선지회는 이 실사가 매각 절차일 뿐만 아니라, 이후 설령 매각 협상이 틀어지더라도 실사를 통해 핵심기술 등을 빼돌릴 수 있다는 점에서 저지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 거대기업 간 인수합병이기 때문에 독점방지 등 현행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공정거래위원회가 심사하게 되어 있으며, 같은 이유로 해당 산업 경쟁국들도 합병 여부를 심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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