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가입

변혁정치

> 변혁정치

생물학적 남성과 운동권을 배제하는 불법촬영 성편파 수사 규탄 시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허성실학생위원장

 


페미니즘, 이 네 글자가 한국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69, 불법촬영에 대한 미온적인 수사를 규탄하는 시위(이하 혜화역 시위’)4만 명이 넘는 여성들이 모였다. 불법촬영에 끊임없이 노출되어 있는 여성의 현실과 이를 수수방관하며 피해자에게 책임을 떠넘겨왔던 공권력에 대한 누적된 분노는 여성들을 거리로 나서게 했다. 이 시위는 더 이상 불법촬영 가해자와 부당한 공권력을 묵인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며,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시작으로 불법촬영 없는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열망이다. 혜화역 시위에서 여성들은 각종 구호를 목이 터져라 외치며, 남성중심적 사회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다. <불편한 용기> 인터넷 카페를 중심으로 모인 시위 참가자들은 각자 피켓을 제작하고, 스태프를 지원하고, 자금을 모으는 등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실천을 이어가고 있다.

 

분리주의와 성주류화 전략, 페미니즘에 득일까 독일까?

최근 페미니즘에 대한 높은 관심과 실천은 오랜 기간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던 여성억압의 문제를 드러냈을 뿐만 아니라, 여성이 겪고 있는 차별을 한국사회 전체의 문제로 인식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그럼에도 혜화역 시위가 갖는 한계점 역시 명확한데, 대표적으로 생물학적 남성의 참여를 제한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불편한 용기> 카페의 운영진은 시위 참가자들의 안전을 위해서 남성의 참여를 배제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남성을 배제하는 분리주의적 경향이 최근 페미니즘 운동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이는 젠더 모순을 이 사회의 핵심 모순으로 진단하는 급진주의 페미니즘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 모든 형태의 사회적 지배는 남성 우월주의에 기인하므로 남성 권력과의 연대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여성유죄 남성무죄’, ‘남성 경찰청장과 남성 검찰총장 파면, 여성 경찰청장과 여성 검찰총장 선출과 같은 혜화역 시위의 핵심 요구에서도 극명히 드러난다. 또한 위 요구를 통해 여성이라는 정체성 자체를 대안으로 삼고, 여성이 이 사회의 권력을 획득하면 젠더 모순도 자연히 사라질 것이라는 성 주류화 전략이 많은 지지와 공감을 얻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남성을 배제하고 여성이 사회의 우위를 점하자는 분리주의 경향과 성주류화 전략은 당장 여성들의 공분을 응축하고 남성권력에 대항하는 화력을 올리는 데 유효한 듯 보인다. 또한 한국사회의 남성과 비교했을 때 여성의 지위가 매우 열악한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같은 관점은 다음의 지점에서 여성해방운동의 장기적 대안과 동력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집약하는 메커니즘에 대한 분석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급진주의자유주의 페미니즘 진영은 사적소유로 인한 계급 발생, 생산수단을 소유한 집단이 노동력의 재생산 비용을 최대한 줄이고자 하는 압력 등 여성억압의 물적 토대를 간과하고 있다. 다시 말해, 노동력 재생산 비용의 절감을 위해 여성장애인성소수자의 노동력을 부차화하는 자본의 분할 통치 전략이 사회적 지위(권력)의 차별로 나타나는 것이다.

결국, 여성억압의 물적 토대를 등한시하는 관점은 성적 차이를 근본 모순으로 격상시키거나 여성이 겪는 차별을 여성 자신만의 문제로 축소하게 된다. 또한 계급성을 상실한 운동들이 대개 그러하듯, 운동이 상업화개인화보수화 되는 결과로 이어지기 쉽다. 따라서, 지금은 비록 어렵고 험난하게 느껴질지라도 자본주의 체제를 넘어서는 전망과 여성해방운동의 결합을 도모해야 한다.

 

배제된 운동권의 역할

한편, 혜화역 시위 포스터에는 운동권X’ 라는 문구가 공공연하게 표현돼 있다. 물론 혜화역 시위 운영진의 주도로 운동진영에 대한 악선동이 벌어진다 하더라도, “개인의 의사를 모두 존중하기 때문에운동권과 연대할 수 없다는 입장을 단순히 운동권 혐오로만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해일이 일고 있는데 조개를 줍고 있느냐는 오래된 비유가 보여주는 여성운동에 대한 부차화 경험, 사회변화를 함께 고민하는 운동사회에서조차 조직보위로 2차 가해를 당하고 성별분업에 시달리며 사무실의 컵을 씻어야했던 역사가 있었다. 이렇듯 여성운동이 부문화 된 경험은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라는 슬로건과 함께 영페미니즘을 중심으로 조직적 방식의 해체, 탈정치라는 대안적 운동에 이르게 되었다. , 현재의 탈정치와 운동권 배제 현상은 갑작스럽게 나타난 것이 아닌 여성 운동이 경유해온 경험과 평가, 대안적 전망이 반영된 것이다. 결국 혜화역 시위의 운동권 배제는 운동권은 여성해방운동을 방해한다는 대중의 평가를 배제라는 폭력적인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중의 평가를 거부하고 한 발짝 떨어져서 지금의 페미니즘이 틀렸다는 식의 접근이나 여성노동자 투쟁을 기다리자는 대기주의적 입장은 더 이상 계급적 여성운동의 전망이 될 수 없으며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여성들이 만들어가고 있는 현재의 역사에 뛰어들어, 여성억압의 원인을 제시하며, 담론을 형성하고 설득력을 가질만한 선전선동 활동을 진행하자. 남성과 운동권 배제에 대한 논쟁을 촉발하는 대중 토론을 진행하고, 소위 운동권단체들이 결집한 <낙태죄폐지공동행동> 또한 여성의 재생산권을 위해 투쟁하고 있음을 드러내자. 나아가, 노동자계급의 투쟁이 여성운동의 목표와 상충하는 것이 아니며 같은 전망 아래 단결할 수 있음을 적극적인 연대를 통해 입증하자.

© k2s0o1d6e0s8i2g7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