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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호 사회변혁노동자당 2018.06.04 03:27

전노협과 노동자 교육

 

정경원노동자역사 한내

 


1987 노동자대투쟁 전에는 야학이나 학습소모임이 노동자 학습의 장이었다. 노동조합 활동이 안착되고 단위노조와 연대조직 교육 체계가 만들어지면서 노동조합은 노동자 학습의 장이 되었다. 1980년대 후반 들어 민주노조 결성과 운영을 지원하기 위한 노조 실무교육이 확대되기도 했다. 이처럼 노동자들은 노동자 정체성, 노조 원리와 운영에 관한 다양한 궁금증을 교육을 통해 해소해왔다.

 

전노협의 교육

전노협은 부서별 전국회의를 통해 업무의 통일성과 현장감을 확보하고자 했다. 전국 교육 담당자 회의는 전노협과 지노협의 교육 담당자들이 모여 정보를 공유하고 전노협의 부족한 인력을 메우는 역할을 담당했다. 지노협은 단위노조 교육 담당자 회의를 일주일에 한 번 개최했고 교육 담당자들은 함께 학습하고 토론하며 교육 내용을 생산했다. 지역 내 교육 전문 단체와 관계를 맺으며 협조하는 곳도 있었다.

연대조직에서 교육이 체계화되기 시작한 것은 전국회의 시절부터였다. 그 전에는 YMCA 교육이 민주노조 간부 역량을 키우는 역할을 담당해왔다. 전국회의는 교육을 중요한 사업으로 설정하고 지노협의 교육 담당자들을 모아 사업 의논을 하는 과정에 자체 강사훈련을 하자는 제안이 있어 1989년 강사훈련 프로그램을 만든 게 처음이었다고 한다. 전노협은 이 강사훈련 프로그램을 교육역량 강화 교육으로 안착시켰고 단위노조 교육부장들이 모여 교육기획 훈련과 강사 훈련을 받았다.

이 외에도 전노협 교육 중 부서별 역량 강화 훈련은 노동조합 활동을 떠받치는 역할을 했다. 선전학교, 선봉대 교육, 문화학교, 조사통계 담당자 교육, 산안보건활동 교육을 연 1회 혹은 2회 진행했다. 필요에 따라 지노협과 업종협 정책 담당자 교육과 부부교실을 열었고 대표자 수련회 등에서도 교육은 기본이었다. 간부 교육, 대의원 교육 등 대상에 따른 교육, 노보와 교육지를 통한 교육도 진행했다. 한편 노조 내외 공개비공개로 다양한 소모임 활동을 통해서도 교육이 이뤄졌다.

전노협은 조합원 교육지침을 교재 혹은 비디오로 만들어 배포하기도 했다. 내용은 당면 투쟁과 관련한 교육인 임투 교실 혹은 노동법 개정 투쟁 교육 등이었다. 영상 교육자료는 <노동자뉴스제작단>이 함께 만들었다. 전노협은 단위노조 교육 주체 형성을 위해 1991년부터 현장교육위원회 사업을 실시했고 1994년경에는 교육방법 연구를 시작했다. (김진순 구술 기록 : 김진순 노동자교육센터 대표가 전노협 교육 사업의 산 증인이다. 그의 구술로 <전노협 백서>에서 미처 기록하지 못한 내용까지 기록으로 남아있다.)

 

노동자 정치교육

노동자 교육은 주관 기관에 따라 노동조합 교육(단위노조, 전노협, 지노협)과 노동상담소나 교육지원단체의 교육으로 이뤄졌다. 노동운동의 변화가 교육 내용에 영향을 미쳐 1980년대 중후반, 사회변혁 이론에 따른 정파가 형성되고 이것이 노동교육 단체에도 영향을 미쳤다.

외부 단체들은 실무교육뿐 아니라 노동자로서의 안목을 키우는 교육을 했는데 노동자 교육에 관해 연구한 조정아의 조사에 따르면 이런 교육 단체들이 1980년대 후반 전국에 100여 개가 넘었다고 한다. 이들은 조합원 교육을 지원하다가 노조 활동이 안착되고 교육역량이 확보됨에 따라 그 역할을 노동조합으로 이관했다. 노동자 교육이 노조 교육으로 이관된 후에는 단체들은 정치교육으로 내용을 확대했다. 그 사례가 민족학교(서울민중연합), 정치학교(사회주의청년연합회), 노동자정치학교(인천민중교육연구소, 부천민중교육연구소), 구로노동자종합학교, 노동자대학 등이었다.

노동조합은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지만 사업 중 가장 어려운 것이 교육이라고 한다. 교육단체들이 다양한 방법론, 교재를 연구적용하고 소모임도 운영하고 있지만 교육사업 자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단체 운영도 쉽지 않는 상황이다. 하지만 포기해서는 안 되는 일이 교육 아닌가.

시 쓰는 모임도 풍물패도 그림패도 공부하고 모여 토론을 했던 때가 있었는데 그건 어떻게 가능했을까. 조합원에게, 간부들에게 필요한 무엇을 찾아내고 그 내용을 함께 나눌 수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지금 노동자는 무엇을 원하는가, 노동자 생활을 통해서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힐 수는 없을까. 찾아야할 과제다.

 

[참고자료]

- 역사학연구소, <노동자, 자기역사를 말하다> 중 유경순, “살아 있는 노동자교육의 역사를 듣다”(김진순 인터뷰), 2005 ; 같은 책 조정아, “노동자대학, 노동계급의식을 고양하다” ; <전노협백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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