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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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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적 이론없이 

혁명적 실천은 있을 수 없다

 

김찬서울

 



학습하라, 선전하라, 조직하라.”

이 문구는 레닌의 1894년 저작, <인민의 벗들은 누구이며 그들은 사회민주주의자들과 어떻게 싸우는가>에서 볼 수 있다. 독일의 사회민주주의자 리프크네히트가 표현한 말을 레닌이 인용한 것인데, 실천 활동과 이론 활동의 연관성을 잘 수렴한 문구다. 너무나 익숙하고 오래된 표어라 언뜻 낡은 느낌도 들지만 사회주의자에게 아직까지도 유효한 문구이고, 지금부터 소개할 <레닌전집 읽기모임>(이하 읽기모임’)의 핵심 슬로건이기도 하기에 글머리에 등장시켰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

지난 7월 읽기모임 때 일이다. 1914~1916년까지, 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씌어진 글들을 다뤄오던 읽기모임은 그 중 한 권인 <사회주의와 전쟁>을 마지막으로 읽고 있었다. 텍스트에 관한 것 외에 이날 모임에서 주되게 토론되었던 내용은 한반도 평화체제 국면이라는 정세에 대한 변혁당의 대응 전략과 향후 통일운동에 관한 노선 정리의 필요성이었다. 이날 읽던 부분에 제국주의 하 피억압 민족의 해방전쟁의 의미와 사회주의자로서의 민주주의 투쟁의 의미를 다루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논의가 산으로 가는 듯 보이겠지만 우리 읽기모임에서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사실 올해 2, 첫 모임부터 늘 이래왔다. 레닌의 저작은 레닌주의의 역사이자 사회주의 혁명의 역사이다. E. H. 카가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정의한 것처럼 레닌의 저작들을 제대로 학습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사건들과 연계시킬 필요가 있다. 우리 모임은 누가 제안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러한 과정을 거쳤고, 오늘날의 실천 활동을 위해 레닌의 사상과 이론을 학습하고 있다.

레닌을 거론하며 자신의 이념을 정당화하는 활동가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활동가들의 주장은 듣는 이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이들이 레닌주의를 교조화하거나 더 나쁘게는 희화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레닌의 텍스트나 역사를 문맥과 상관 없이 자신의 필요에 의해 재단·편집하여 과·오용한 데에서 비롯된다. 거기에 독해력과 이해력의 부재가 더해지면 더 우스꽝스러워지기도 한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레닌 저작물은 전작으로 읽을 필요가 있으며(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레닌의 주요 저작들인 <무엇을 할 것인가>, <국가와 혁명>, <제국주의, 자본주의의 최고 단계> 등은 수천 편의 레닌 저작들 중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혼자가 아닌 집단적 읽기가 필요한 것이다. 우리 읽기모임 구성원의 지식 수준은 편차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함께 읽고 토론하는 과정을 통해 그 차이는 극복되고, 더 나아가 새롭고 향상된 질의 지식을 생산하는 모습을 띠고 있다.

교조와 희화화로 빠지는 우만 범하지 않는다면 레닌의 사상과 이론 학습은 우리의 실천 활동에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굳이 그 이유를 밝히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물론 혹자는 망해버린 소련의 국부인 레닌을 재등장시킬 필요가 있는지 의아해 할 수도 있다. 이 또한 이 지면에서는 설명하지 않겠다. 이러한 분들껜 레닌의 글을, 우리 읽기모임에서 학습한 부분이라도 찬찬히 읽어보기를 권한다.

 

변혁운동의 이론과 사상의 발전을 위해

베네수엘라의 국가수반이었던 우고 차베스가 1992년 군사쿠데타 실패로 2년간의 옥살이를 한 뒤 1994년 사회주의 조직활동을 재개하면서 주변 동지들과 레닌 원전 학습부터 시작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아마 당시 차베스의 심정이 우리의 읽기모임과 같지 않을까 싶다.

서로가 밀고 당겨준다고 해도 학습 자체는 어려운 일이다. 특히 바쁜 일상과 활동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학습하지 않는다고 해서 크게 비난받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힘들기에 그만큼 가치 있는 일이 아닐까?

우리 모임도 처음 시작된 인원보다 적은 수의 참여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서로가 레닌의 사상과 이론을 학습하는 풍토를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며 반 년을 이어왔다. 그 결과 지금은 또 한 번의 도약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지난 8월 변혁당 정치캠프 자리에서 진행한 홍보의 도움인지 여섯 명의 동지가 추가로 참여의사를 밝혔고, 더욱 고무적인 것은 대전시당의 당원들이 앞으로 함께하기로 한 것이다. 주로 서울시 당원을 비롯한 수도권 동지들이 전부였는데, 이번 기회에 대전까지 확장된 것이다. 읽기모임이 전국으로 확산되길 기대한다. 각자의 지역 여건에 맞게 모임을 조직한다면 지방의 모임이 자리 잡을 때까지 수도권 모임에서 적극적으로 결합할 의사가 있다. 또한 읽기모임을 당원만의 모임으로 한정지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 비당원에게도 문호를 개방해 추후 당원 조직화의 기회가 될 수 있길 바라며, 이를 도모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레닌은 이데올로기(허위의식)였을지도 모른다. <레닌전집 읽기모임>은 레닌의 그림자가 아닌 레닌 그 자체를 연구하기 위한 모임이다. 이를 통해 변혁운동의 이론과 사상을 발전시켜나가고자 한다. 비록 그 시작은 미약했지만 그 끝은 혁명적으로 마무리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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