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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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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을 벗어던지고 당당히 나아가겠습니다

노조탄압 극심하지만 초심 잃지 않고 끝까지 싸울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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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 항공재벌의 갑질을 규탄하는 항공사 노동자들과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지만, 대한항공 조씨 일가에 대한 사법처리와 아시아나항공 박삼구 회장의 퇴진은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총수일가의 경영농단에 한때 온 세상이 발칵 뒤집히는 듯 했지만, 어느새 반격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최근 대한항공 사측은 총수일가 퇴진운동에 적극적인 노동자들을 표적 삼아 부당전보, 감시와 협박을 자행하는 등 탄압을 노골화하고 있다. 이처럼 녹록지 않은 환경에서 대한항공에 민주노조라는 새 날개를 달기 위해 고군분투중인 송민섭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부지부장을 <변혁정치>가 만났다.


 

Q 반갑습니다. 먼저 온오프라인에서 한진그룹 총수일가 갑질 척결을 외쳤던 대한항공직원연대가 지난 86일 노동조합으로 공식 출범하게 된 경과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A 잘 아시다시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고함치는 소리를 한 노동자가 언론에 제보한 게 대한항공 노동자들의 온라인 모임이 태동한 계기였어요. 그 사건이 있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이 개설됐는데, 대한항공의 갑질과 불법을 고발하자는 게 이 익명 제보방의 운영 취지였습니다. 예전에 박창진 사무장이 소위 땅콩 회항문제를 폭로하고 홀로 외롭게 싸워온 모습을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온라인 모임에 함께한 노동자들은 또 다시 내 동료를 방치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있었어요. 용기 있게 내부 고발에 나선 동료를 우리가 보호해야 한다는 마음이 무엇보다 컸죠. 게다가 언론에 드러난 총수일가의 행태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거든요. 언론 제보를 통해 총수 일가의 비리를 알려내고 회사를 바로잡고 싶다는 의지로 모두들 충만했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오픈채팅방을 중심으로 촛불집회도 5월 한 달 동안 4차례나 이어졌죠. 525일 보신각에서 열린 4차 집회에서 대한항공 직원연대를 공식 출범했는데, 당시에는 직원연대가 일종의 압력단체 구실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었어요. 새로운 노조를 만들기엔 솔직히 부담이 컸고 직원연대의 목소리가 커지면 회사나 기존 노조도 바뀌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던 거죠.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어요. 총수일가의 만행을 견제하려면 결국 새 노조 밖에는 답이 없겠구나, 이런 필요성을 먼저 절감한 사람들이 노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새로운 카톡방을 열었어요. 그 즈음 일반노조에서 박창진 사무장을 제명했다는 소식도 들려왔죠. 박 사무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현 노조는 어용노조라고 규정했다는 게 제명 이유였어요. 촛불 집회 사회를 보고 비리 고발을 한 노동자들을 보호하기는커녕 명예훼손을 일삼았다면서 가차 없이 제명하는 일반노조를 보면서 저희는 이내 마음을 굳혔죠. 우리가 직접 노조를 만들어서 그들을 보듬어 안고 지켜내자고요. 기존 노조를 대체하는 진짜노조를 만들어보자, 이렇게 뜻을 모았습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한진그룹 총수일가도 예외 아니었다

Q 무려 10여 차례에 걸친 검경과 세관 당국의 압수수색에도 불구하고 조씨 일가에 대한 사법처리는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들의 위법 행위가 명백한데도 결국 아무런 단죄도 받지 않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근본적인 이유는 아무래도 기울어진 권력관계에 있다고 봐요. 관련 수사가 한창일 때 검찰이 창고에서 장부를 확보했다더라고요. 그런데, 재판에서 총수 일가의 범죄 혐의를 입증하는 데 이런 압수 물품들이 어떻게 활용되고 기술되었는지는 솔직히 판사들만 본 거잖아요. 결국 재판부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표현까지 써가면서 불구속 처리를 했죠. 우리가 영화를 보면, 설령 그가 살인자이더라도 유능한 변호사의 힘을 빌어 무죄로 만들기도 하는 걸 보잖아요? 아시다시피 대한항공 사외이사 5명 가운데 2명이 조 회장 매형이 설립한 법무법인 광장 소속이라고 해요. 국내 유수의 대형로펌 변호사들이 대한항공 이사회에 몸 담고 있는 게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이고, 현직 법관들이 은퇴 후 이런 대형로펌에 합류하는 걸 선호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도 거의 드물죠.

저는 이렇게 봅니다. 한진그룹 총수일가를 포토라인에 세운 것도 법이지만, 그 분들을 풀어준 것도 법이다. 재판부의 판단 기준을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지만, 돌이켜보면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당시에는 헌법재판소가 법리적 해석보다는 민의를 더 중시했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어땠나요? 다들 돈의 힘이라고 얘기해요. 또 이런 얘기도 파다하죠. 정권은 5년 밖에 안 가지만, 재벌 권력은 평생 간다고요. 그 힘이 무서워서 사법부도 함부로 못 건드리는 게 아닌가 싶어요.

 

Q 그동안 황제경영을 일삼아 온 한진그룹 총수일가에 대한 현장의 반발은 여전히 클 것 같은데요. 이를 무마하기 위한 경영진의 움직임은 없나요

A 사측은 유화정책과 공포정책을 병행하고 있어요. 일단 유화정책부터 말씀드리면, 승무원들의 경우 휴가 적체에 따른 불만이 상당하거든요. 일례로 여승무원들은 월 1회 생리휴가조차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었어요. 저희는 노동부에 이 문제를 진정하고 시정을 요구했죠. 그러자 회사는 직원연대지부 가입을 막으려고 그간 승무원들이 불편부당하다고 여겼던 부분들을 좀 신경 쓰는 제스처를 취하기 시작한 거예요. 생리휴가 문제도 바로 엊그제부터 제대로 부여하겠다고 태도가 돌변하더라고요. 사실 사측의 이런 움직임조차 직원연대지부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변화라고 생각해요.

물론, 사측은 유화정책과 나란히 공포정책도 펴고 있어요. 지난 622일에는 저를 포함한 직원연대 온라인모임 운영진 4(정비사 3, 일반직 1)에 대한 원거리 발령이 있었는데요. 그 덕분에 일반직이랑 정비직 현장은 급격히 얼어붙었어요. “회사에 도움 안 되는 행동 계속하면 가만 두지 않겠다는 등 관리자를 통해 노동자들을 겁박하는 일들도 비일비재합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어차피 나갈 날 얼마 남지 않아서 막 나간다는 식으로 유언비어를 퍼뜨리기도 했고요. 어떤 식으로든 새로운 유입자를 막기 위해 블라인드앱(직장인 전용 익명 SNS)이나 오픈채팅방에도 직원연대지부 소속 특정인을 험담하거나 유언비어를 유포하는 행위도 그치지 않고 있어요. 이런 식으로 저희들을 옥죄려는 거겠죠.

 

Q 이번에 새로운 노동조합을 설립하면서 이제 대한항공에는 4개의 노조가 존재하게 되었는데요. 걸음마 단계인 만큼 소수노조로서 겪는 어려움도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A 사측이 소수노조인 직원연대지부의 활동을 집요하게 탄압하고 방해할 소지가 지금으로선 다분하죠. 그럼에도 저희가 뭔가 할 수 있는 여지는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230년간 현장에서 부당하게 빼앗겼던 것들, 기존 노조에 맡겨놓았더니 오히려 회사 비위 맞추려고 고스란히 내준 것들... 이 모든 걸 회복하고 싶은데, 그러자면 압도적으로 많은 수의 조합원들이 직원연대지부에 가입해야만 하죠. 아직은 대한항공 노동자들이 자신감을 갖지 못한 상태에요. 어떻게 보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얘기인데, 지금의 경우는 달걀이 먼저인 것 같습니다. 조합원 숫자가 힘의 바탕이 되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죠. 지금 당장은 회사의 감시와 탄압에 억눌려 두려움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는 동료들에게 직원연대지부가 희망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급선무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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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24일(금) 열린 '항공재벌 갑질격파 시민행동 촛불문화제'에서 30여 명의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노동자들이 '가면 벗기 퍼포먼스'에 나섰다.



연대와 응원의 목소리가 변화의 마중물 될 것

Q 지난 5월 대한항공 노동자들이 가면을 쓰고 촛불을 든 이후 항공재벌 갑질 피해 노동자들의 촛불집회가 꾸준히 이어져왔습니다. 앞으로 직원연대지부의 활동 계획을 소개해주세요.

A 현재로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라는 양대 항공사 재벌총수의 문제로 시민사회단체들이 함께 모였지만, 사실 이런 류의 오너 갑질이 유독 한국사회에서 많이 일어났잖아요. 사례를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오너들의 횡포가 넘쳐났지만, 그 중에서도 한진그룹 총수일가의 갑질이 가장 크게 히트친 것 같아요. 아시아나 박삼구 회장이 뒤이어 연타를 날렸고요. 지금은 많은 시민들이 항공재벌의 갑질에 크게 분노하고 있지만, 저는 이 운동이 단지 항공재벌만을 향한 경종이 아니길 바라요. 막강한 부와 권력을 누리고 있는 재벌들을 향해 우리 사회 전체가 성찰과 변화를 촉구하는 것으로 나아갔으면 좋겠어요

또 한 가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직원연대의 카톡방과 집회는 새로운 노동운동 방향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계도 분명히 있겠죠. 그래서 직원연대지부는 촛불집회 이외에도 항공재벌 갑질에 실질적으로 대항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어요. 부조리한 기업 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꾸자고 <항공재벌 갑질격파 시민행동>이 나선 만큼, 더 많은 시민사회가 연대해서 재벌들의 갑질을 척결하는 데 좀 더 강력한 힘으로 결집할 계획입니다.

인터뷰=임용현기관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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