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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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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호 사회변혁노동자당 2017.06.01 20:36

깔따구

 

장면 하나. 하수구 썩는 냄새가 심하게 난다면서 얼굴을 찌푸리고 강으로 들어간 환경운동가가 강바닥을 훑어 시커먼 뻘 흙을 떠서 내민다. 뻘 흙만을 확대해서 TV 화면 가득 보여준다. 뻘 흙을 헤집으니 빨간 벌레들이 꿈틀거린다. 오염이 심한 물속에서만 사는 실지렁이와 붉은 깔따구라고 한다.

장면 둘. 강가 상가 불빛과 마을 가로등엔 날벌레가 바글바글하다. 기자는 날벌레가 파리 종류인 깔따구 벌레라면서 입 안과 콧속으로 들어가 숨쉬기도 힘들다고 말한다. 마을 주민은 깔따구 떼 습격으로 창문도 못 열고 산다며 고통을 호소하고, 보건관계자는 깔따구가 모기처럼 물지 않지만 알레르기를 일으키기에 방재해야 한단다.

깔따구는 방송을 자주 탄다. 그래서 벌레 이름이 낯설지 않다. 그런데 이름이 익숙해지는 만큼 깔따구 이미지는 점점 더 혐오스러워진다. 방송에서 보여지는 게 늘 오염된 뻘 속에서 꿈틀거리는 징그런 애벌레 모습과 모기를 닮은 벌레가 떼로 몰려나와 사람을 습격하는 모습뿐이니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지 않은가? 깔따구는 오해와 편견이 덧씌워져 물을 더럽히고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해충이 되어 버렸다. 우리는 깔따구를 얼마나 알고 있는가?

깔따구는 파리목 깔따구과에 속하며, 우리나라에 71종이 알려져 있다. 깔따구는 하루살이와 사는 게 닮아서인지 자주 혼동한다. 깔따구는 하루살이처럼 애벌레 시기를 대개 물속에서 보낸다. 깔따구 애벌레는 더러운 물에서만 사는 것으로 잘못 알려져 있지만, 하루살이 애벌레처럼 빠르게 흐르는 물에서 고인 물까지 산간 계곡, 깨끗한 물에서 더러운 물까지 종마다 사는 곳이 다르다. 깔따구 애벌레는 하루살이 애벌레보다 사는 범위가 훨씬 넓다. 하루살이 애벌레는 3급수보다 더러운 물에서는 살지 못하지만, 깔따구 애벌레는 실지렁이밖에 살지 못하는 오염이 심한 뻘 속, 도시의 오염된 하수구, 40도의 온천수, 빗물이 고여 생긴 물웅덩이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곳에서 산다. 하루살이 애벌레와 깔따구 애벌레는 다 물 맑기를 알 수 있는 지표종이지만, 깔따구 애벌레가 사는 범위가 넓은 만큼 더 중요한 수질오염 지표종이다. 깔따구와 하루살이는 물 밖으로 나와 어른벌레가 되어도 닮은 게 많다. 입이 퇴화되어 먹지 못하는 것과 어른벌레로 사는 기간이 짧은 것, 해 질 녘 물가에 떼 지어 날아다니는 게 모두 닮았다. 하지만 깔따구는 하루살이에 견주어 몸이 아주 작다. 날개가 두 쌍인 하루살이와 달리 파리 무리가 다 그렇듯 날개가 한 쌍이다. 하루살이는 배 끝에 긴 꼬리가 있어서 깔따구와 또렷하게 구별할 수 있다. 깔따구는 각다귀, 모기하고도 자주 헛갈린다. 각다귀는 깔따구, 모기에 견주어 몸집이 아주 크다. 특히 다리가 가늘고 길다. 깔따구는 모기와 생김새가 닮아서 모기붙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장구벌레라 불리는 모기 애벌레도 깔따구 애벌레처럼 더러운 물에서도 잘 산다. 모기와 달리 입이 퇴화되어 모기처럼 물지 못한다.

깔따구 애벌레는 몸 색깔이 흰색, 노란색, 초록색, 보라색, 빨간색 따위로 가지가지다. 깨끗한 1, 2급수에는 몸이 흰 종이 많고, 오염된 곳에는 붉은색 종이 많다. 붉은색을 띄는 것은 몸속 헤모글로빈 때문인데, 헤모글로빈이 있어서 용존산소량이 적은 오염이 심한 곳에서도 살 수 있다. 오염이 심한 곳에 사는 깔따구 애벌레는 물속 오염물질을 먹고 분해해서 물을 맑게 한다. 깔따구는 물을 오염시키는 게 아니라, 오염된 물속에 견디어 살면서 물을 맑게 하는 물속 청소부다. 4대강 사업으로 강이 막혀서 강바닥에는 해마다 녹조현상을 일으키고, 독성물질을 내는 녹조류가 쌓이고 있고, 보의 수문을 다 열고 보를 철거해도 강바닥 오염된 흙은 모두 퍼내는 수밖에 없다고 한다. 게다가 강 흙을 인위적으로 퍼내는 게 올바른 해결책일까? 해결책은 깔따구 같은 물속청소부에게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깔따구는 물속 벌레나 민물고기를 먹고 산다. 깔따구는 많은 물속생물 밥이 된다. 물속생태계를 살펴보려면 깔따구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강을 망가뜨리는 것은 쉽지만, 다시 복원하는 것은 아주 어렵다. 인위적으로 할 수 없다. 누가 강을 살리는지를 바로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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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강우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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