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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준비 30호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 2015.02.09 16:03

그만큼 세상이 왼쪽으로 옮겨간다면

즐겁게 노래할 수 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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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위원장 출마라니, 내가 민주노총 조합원인건 맞지만 한 발 물러선 게 언제인데…

시골에 내려온 지 3년을 넘기고 있다. 여기도 사람이 살고, 운동이 있고, 정치가 있다.

시작한 일, 관계를 형성한 이웃들, 지역의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드는 노력들이 조금씩 진척을 보이고 있는데, 이걸 어찌 단번에 정리한단 말인가.

그래도 하나는 감사해야 할까?

오랜 시간 함께 호흡하지 못했어도, 투쟁의 현장에서 앞자리를 차지하지 못하였다 하여도, 동지들이 나를 기억하고 내가 쓰일 곳을 마련하기 위하여 조직적 준비를 하고 있었음을.

일에는 경중이 있고, 지금의 나는 민주노총 부위원장으로 활동하는 것이 훨씬 중요한 임무임에도, ‘작은 일’에 심취해있는 나를 일깨워 놓았음을.


우리의 외침은 왜 넓게 퍼지지 않는가

출마서류를 제출하려고 준비하는데, 이력서의 경력에 써야할 해당년도가 기억이 안 난다.

참으로 오래전의 일들이었나 보다.

무언가 낯설다.

사실은 그렇게 길지 않은 시간이었는데, 스스로는 그대로인 것 같은데, 참 많이 변해버렸다.

저녁에 민주노총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후보자 홍보물을 보는데, 옆에 있던 아내가 혀를 차며 한 마디 한다.

“참으로 진부하다. 왜 이렇게 변하지를 않아?”

그래, 무언가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구조적 위기에 직면한 자본의 공세는 논외로 치자.

그렇더라도 활동가는 변함없이 변혁의 고민이 가득하고, 투쟁의 열의가 충만해야 하고, 대중을 향한 언어는 더 세련되어가야 하거늘.

분노는 있으되 투쟁은 조직되지 않으며, 대중은 저만치 가는데 우리의 외침은 넓게 퍼지지 않으니 말이다.


아픈 조직현실, 나에 대한 원망…

시골에 내려오기 전 조직 총회에서 펑펑 울던 때가 생각난다.

도저히 서울에서의 활동이 가능하지 않은데 직책을 맡아서 더 해야 한다는 ‘압력’이 나를 슬프게 했다. 이런 방식이 우리를 얼마나 더 진전시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화도 났다.

어쩌면 그보다는 운동을 확장하고 사회주의 활동가를 더 많이 만들어내지 못함으로써 ‘회전문 인사’라는 말을 우리도 써야하는 조직현실에 대한 아픔, 아니, 지금까지 뭘 했나 하는 스스로에 대한 원망이 더 컸는지도 모른다.


다시, 열심히 활동할 수 있다면

다시!

벼랑 끝에 매달린 우리의 노동처럼, 칼날처럼 날카로운 전선에 선다면 현재의 고통뿐만 아니라 더 멀리 너 넓게 볼 수 있게 되기를 스스로에 다짐한다.

그리하여 당장의 성과뿐만 아니라, 무너지지 않는 부대가 형성되고 대자본 전선을 확장할 수 있기를.

분노와 자본을 향한 적개심이 체념과 좌절로 나타나지 않도록 노동자계급정당 추진위가, 그리고 민주노총이 최선을 다하고 그 속에서 나또한 열심히 활동할 수 있다면 좋겠다.

비록 오래전부터 꿈꿔오던 말년의 섬 생활 준비가 뒤로 미루어진다 하더라도, 그만큼 세상이 왼쪽으로 옮겨가 있다면 즐겁게 노래할 수 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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