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가입

변혁정치

> 변혁정치

“현장 반드시 지킨다”


3차 대만원정투쟁 “해결 전엔 돌아오지 않을 각오”

국내에선 동화면세점 앞 거점 촛불집회‧노숙 투쟁


이근택(민주노총 경기본부 이천여주양평지부)┃경기


3월31일, 사측이 통보한 정리해고 기일이 지나자 377명 중 3분의 2가 떠나고, 하이디스에는 106명의 동지들이 남았다. 그리고 지난 5월11일, 또 한 명의 동지가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난 것이 발견됐다.

여러 차례의 교육과 토론, 두 차례에 걸친 대만 원정 투쟁으로도 자본의 논리를 떨쳐내지 못했던 것일까?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생산을 하면 할수록 손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공장을 돌릴 수 없다는 저들의 주장은 그토록 끈덕지게 마음 한 구석을 물들이고 있었던 것일까?


3-2-하이디스1.jpg


회유‧협박으로 민주노조 파괴 공작

그랬다. 다른 사례를 통해서도 여러 차례 보아왔듯이, 하이디스 자본 역시 노동자들을 개별화하고 민주노조를 파괴하기 위해 치밀한 공작을 벌여 왔다.

하이디스의 소유주인 대만 E-INK는 여타의 외투 자본과 마찬가지로 기술과 그에 따른 수익만을 챙기고 하이디스 생산 설비에는 투자하지 않았다. 오히려 경쟁 업체들에게 특허를 대여해 주면서 하이디스의 생산 경쟁력을 의도적으로 떨어뜨렸다. 그리고 2013년도의 희망퇴직과 수차례에 걸친 휴업으로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갖은 회유와 협박으로 조합원들에게 자본의 논리를 주입시키려 시도했다.

대만 E-INK는 결국 올해 초, 특허권만 가지고 내빼겠다며 하이디스 공장폐쇄, 정리해고라는 강수를 두었다. 그 후에도 남아있는 동지들을 어떻게든 내몰기 위한 공작을 계속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배재형 동지를 잃었다.


특허권만 빼낸 뒤 정리해고


3-2-하이디스2.jpg


그러나 아직 끝나지 않았다. 희망퇴직, 정리해고 협박에도 여전히 꿋꿋이 버티고 있는 백여 명의 하이디스 동지들이 있다. 지난 4월 사측은 추가 금액을 제시하며 희망퇴직 공고를 내걸었지만, 조합원들은 단 한 명도 흔들림 없이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하이디스가 작년에 특허권으로 천억에 달하는 수익을 냈고, 애초에 하이디스에 투자하기로 했던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얼마간의 재투자만 있으면 충분히 공장을 정상화할 수 있다는 등의 세부적인 논리 이전에, 우리가 바닥에 깔고 가야 하는 논리는 노동자가 생산의 주역이고 현장의 주인이라는 것이다. 노동자가 굳건히 단결하여 현장을 지키는 한 자본의 어떠한 공격도 막아낼 수 있다는 확신이다.

두 차례의 대만 원정 투쟁과 한 달에 걸친 분임조 활동은 그것을 확인하기 위한 과정이었고, 그렇게 자리매김 되어야 한다. 배재형 동지는 끝까지 투쟁해서 반드시 승리해 달라는 당부를 남기고 떠났다.


자본의 어떠한 공세도 버텨낸다

5월25일, 3차 대만 원정 투쟁이 시작됐다. 배재형 동지 유족과 함께 떠난 원정단은 “해결되기 전엔 돌아오지 않겠다”는 결의로 갔다. 그에 맞추어 국내에 남은 조합원들은 대만 대표부가 입주해 있는 동화면세점 앞을 거점으로 촛불 집회와 노숙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대만 원정 투쟁이 어느 정도의 성과를 가지고 올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이 과정을 통해서 하이디스 동지들이 앞으로 자본의 어떠한 공세에도 버텨낼 수 있는 노동자로 굳게 서는 것이라 믿는다.

© k2s0o1d6e0s8i2g7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