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위원회 성명] 여전히 청소노동자 구조조정 몸살 앓는 대학가
- 비정규직 없는 대학, 이제 청와대가 응답하라
지난 14일, 연세대 당국과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가 청소노동자 구조조정 관련 합의에 도달했다. 지난해 말 정년퇴직한 청소경비노동자 31명의 빈 자리를 초단기 알바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철회했다. 대신 10명의 전일제일자리로 일부 충원한다는 게 연세대 당국의 합의안이었고, 그 결과 지난 1월부터 57일간 이어온 구조조정 반대 연세대 본관농성도 마무리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문제는 남는다. 결국 연세대의 인력감축은 현실화했고 동국대에서는 여전히 구조조정 저지 투쟁이 한창이다.
대학 비정규직문제 속수무책인 문재인 정부
특히 동국대에서는 얼마 전, 청소노동자들이 집단 삭발투쟁을 결의하기도 했다. 동국대 역시 정년퇴직한 청소노동자 8명의 빈자리를 신규채용하지 않고 근로장학생 선발로 대체하겠다는 꼼수를 부리고 있었다. 사실 기존의 고용방식도 직접고용이 아닌 용역업체를 통한 질나쁜 일자리였는데 왜 더 나쁜 일자리를 만들려고 하는 것일까. 연세대나 동국대 그리고 지난 겨울 인력감축을 시도했다 철회한 고려대나 홍익대 모두 같은 이유에서 구조조정을 기획했다고 답한다. 2018년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 따라 모든 노동자들의 임금을 일정 정도 인상해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학교 재정이 부족하다는 것이 공통된 답이다. 이 얄팍한 구조조정 계획에 맞서 수천억 원에 달하는 학교 적립금은 어디로갔는지 묻고 인력감축과 나쁜일자리 구조조정을 철회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당연했다. 유난히 추웠던 지난 겨울 각 대학에서 청소노동자들이 본관점거농성을 불사하고 구조조정 저지 투쟁을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은, 수천억 원의 적립금을 쌓아두고도 구조조정에만 골몰하는 대학들에 대한 사회적 비판여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사태를 조금만 더 파헤쳐보자. 왜 유독 대학가에서 구조조정 투쟁이 크게 일어났을까. 기저에는 정부의 사립대 비정규직문제에 대한 대책이 전무하다는데 있다. 문재인 정부는 후보시절부터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공공부문부터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정부 출범 후 10달, 정규직 전환심의위원회는 정규직 전환 탈락과 해고를 논의하는 자리였음이 확인되고 있다. 겨우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람들도 자회사 고용이나 직무급제 등으로 저임금이라는 조건은 바뀌지 않았다. 그마저도 사립대 교문 앞에서 막혀있다. 대학은 사립과 국공립을 막론하고 고등교육기관으로서 공공기관이라는 성격을 갖는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계획에 사립대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입장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교육부는 사립대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자는 것은 아니라며 책임을 대놓고 방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가 사실상 사립대의 비정규직 문제를 허용해준 꼴인데, 당연히 개별 사립대학들은 마음껐 비정규직 구조조정을 추진할 수 있게 되었다.
책임 회피 이제 그만, 청와대가 직접 해결하라
이미 개별 대학들에서의 끈질기고 굳센 투쟁으로 고려대, 홍익대 그리고 연세대에서도 구조조정 계획을 일부 철회했다. 그러나 정부가 대학가 비정규직 문제에 묵묵무답으로 일관한다면 사태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앞서 서술했듯이 연세대의 경우도 완전한 철회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으며, 동국대에서는 여전히 구조조정의 철회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비정규직 없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이 구조조정으로 몸살 앓는 대학가의 모습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나쁜 일자리에 맞서 투쟁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보는 ‘일자리 대통령’ 문재인은 무얼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이제는 청와대가 자신의 책임을 방기해선 안된다. 대학가 구조조정 문제, 비정규직 문제를 엄중히 평가하고 청와대가 직접 사립대의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렇기에 우리가 직접 청와대의 책임을 요구하러 나서야 한다. 청와대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책임을 요구하는 행동을 시작으로, 정부 책임을 요구하는 사회적 여론화, 개별 대학 노동자의 문제를 정부 책임을 묻는 투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획들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학가 구조조정 문제, 문재인 정부의 결단만 있다면 결코 오래 끌 문제가 아니다. 청와대가 하루빨리 대학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우리는 학교노동자들과 함께 대정부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2018년 3월 15일
사회변혁노동자당 학생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