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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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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호 사회변혁노동자당 2018.12.03 08:58

나방파리

 

사람들에게 가장 싫어하는 벌레가 무엇인지 물으면 바퀴, 나방, 파리, 모기 따위를 꼽을 것이다. 이 가운데 나방과 파리를 합친 이름으로 불리는 곤충이 있다. 나방을 닮은 파리, 나방파리다. 집 안 화장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곤충이다. 한겨울에도 습기 찬 화장실 구석에 붙어 있는 나방파리를 볼 수 있다. 나방파리는 잡아도 잡아도 또 한두 마리가 나타나 화장실 벽에 붙어 있고는 했다.

화장실에서 일을 보다 타일에 붙은 나방파리를 들여다보면 두 날개를 하트 모양으로 펼치고 있는 모양이 혐오스런 이름과 달리 귀엽기까지 하다. 조그만 화랑곡나방 한 마리가 나타나도 난리라도 난 듯 팔딱팔딱 뛰는 큰 아이도 나방파리에는 그렇게 호들갑을 떨지 않는다. 하지만 화장실에 나타난 나방파리를 보고 질겁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듯하다. 특히 화장실 구석 수챗구멍 주위에 꾸물거리는 나방파리 애벌레 없애려고 끓는 물을 붓고 락스, 식초, 베이킹파우더 등 온갖 방법을 다 써 보지만 쉽게 없어지지 않아서 골치를 썩는 사람이 많다.

언제부턴지 알 수 없지만 우리 집 화장실에서 나방파리가 사라졌다. 나방파리를 잡으려고 방제를 하지도 않았는데 저절로 없어졌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나방파리가 사라지고 나니, 나방파리가 궁금해졌다. 나방파리는 파리 무리가 다 그렇듯 날개가 두 장이다. 대개의 파리들은 뛰어난 비행 실력을 지니고 있다. 빠를 뿐 아니라 정지비행을 잘하고 뒤로도 쉽게 날 수 있다. 지그재그로 빠르게 방향을 바꿀 수 있고 공중제비 돌기도 잘한다. 그러나 나방파리 비행 실력은 형편없다. 잘 날지도 않는다. 많은 시간을 벽에 가만히 붙어서 지낸다. 나방파리는 집파리처럼 사람한테 들러붙지 않고 음식물에 꼬이지 않는다. 모기처럼 앵앵거리며 나타나 피를 빨지도 않는다. 깔따구처럼 떼를 지어 요란스럽게 날아다니지도 않는다. 잡으려고 해도 도망가지 않고 그대로 붙어 있다 손바닥 파리채에 쉽게 당하고 만다. 저렇게 어설픈 파리가 어떻게 살아남아 번성할 수 있었는지 의아해진다.

나방파리는 애벌레 시기를 물속에서 지낸다. 주로 오염이 심한 하천이나 하수도에서 살고 하수관 물때 속이나 축축한 화장실 구석에서도 살 수 있다. 나방파리는 도시의 틈새에 잘 적응했다. 도시의 하수구 구석구석에서 도시가 쏟아내는 오물을 먹으면서 살아간다. 도시가 번성할수록 나방파리가 살기 좋은 조건이 만들어진다.

나방파리는 그 수가 늘어나면서 해충이 되어간다. 오물 속에서 살면서 그걸 먹고 자랐으니 온갖 세균에 오염되어 사람한테 질병을 옮기고, 또한 나방파리 몸에서 날리는 미세한 가루가 알레르기를 일으킬 것이라 여기면서 어수룩한 나방파리는 점점 더 흉측한 해충이 되어간다. 나방파리는 정말 질병을 옮기는 해충일까? 나방파리 몸의 세균만큼 사람의 몸에도 많은 세균이 있지만 그 때문에 병에 걸리지 않는다. 더구나 오물 속에서 살아가는 구더기-나방파리 애벌레는 자기 몸을 지키려고 항균 물질을 내뿜는다. 나방파리는 해충이 아니라 도시의 오염된 곳을 깨끗하게 하는 청소부다.

화장실에 한두 마리씩 계속 나타나는 나방파리는 어디에서 왔던 걸까? 아파트 정화조에서 살던 구더기-나방파리 애벌레가 번데기로 되었다가 어른벌레가 되어 짝짓기하려고 하수관을 타고 올라왔던 게 아닐까. 정화조에서 오물을 정화하는 게 누구일까? 오물 속에 살면서 오물을 먹어 분해하는 미생물과 물속 벌레들이 아닐까. 만일 정화조를 소독해서 구더기-나방파리 애벌레를 없앴다면 오히려 정화조의 정화 능력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사람들이 만들어 낸 오물을 먹어서 정화하는 나방파리를 사람들은 오물보다 더 혐오한다. “(생물학자 너트슨은) 파리 완전 박멸이 어떤 이들에게는 반가운 일일지 몰라도 파리가 일으키는 문제보다 파리가 없어서 생기는 문제가 훨씬 더 심각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세상은 파리를 필요로 한다. 사람들 역시 파리를 필요로 한다.”(<세상에 나쁜 벌레는 없다>에서.) 나방파리는 병든 도시를 치유하기 위해 자연이 보내 준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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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강우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