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변혁정치

> 변혁정치

증평 모녀사건, 빈곤의 여성화와 복지의 사각지대가 결합된 결과

 

강동진대표

 


[사진 : KBS뉴스 화면 캡처]  


송파세모녀사건에 이어 증평모녀사건이 한국사회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6일 충북 증평군의 한 아파트에서 40대 여성이 네 살배기 딸과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하였고, 사망 확인 시점으로부터 2~3개월 전에 숨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주 소득자인 남편이 사망한 뒤 경제력을 상실해 생활이 어려워졌고, 남편이 숨진 지 일주일 만에 어머니까지 숨져, 모녀가 정신적으로 흔들리는 상황에 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건강보험료를 몇 개월 치 체납하고 있었으며, 부채로 인한 채무 독촉과 고발까지 당한 상태였고, 아파트 임대료, 카드대금까지 수 개월 밀린 상태였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사회의 복지시스템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가족 등이 자살로 숨지면 자살 고위험군으로 분류해 심리 안정·치료를 돕는 복지 시스템 정신건강복지센터도 가동되지 않았다, 빈곤층을 위한 제도인 기초생활보장제도와 주 소득자의 사망 등의 위기에 대처하는 긴급복지지원제도도 증평 모녀에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송파세모녀사건이 있고난 후 송파세모녀법이라 이름 붙여지며 기초생활보장제도가 맞춤형 개별급여법으로 바뀌고, ‘긴급복지지원법이 바뀌고, ‘사회보장수급권자의 발굴 지원법이 제정되었지만, 무용지물이었음이 또 다시 드러난 셈이다.

 

죽음보다 가난이 두려운 사회

증평모녀의 경우 주 소득자의 사망으로 긴급복지지원 신청의 사유가 인정되긴 하지만, 신청했다 하더라도 소득·재산 기준과 다급한 생계, 사업상의 이유로부채를 지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어려워 지원 받기 어려웠을 것이다. 기초생활보장의 급여도 마찬가지로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어, 압류상태에 있다하더라도 자동차 가액이 100% 소득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소득기준을 상회하여 수급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부자 복지법으로 저소득 가정 6세미만 아동에게 지급되는 지원을 받을 수 있으나 생활을 꾸리기에는 턱없이 모자란다.

이러한 복지시스템에서의 사각지대문제는 빈곤의 여성화란 현상과 맞물려 더 많은 이들, 특히 여성 가구주를 고통에 빠뜨리고 이번 사례처럼 죽음에 이르게 한다. 최근 이혼과 사별, 배우자 가출 등으로 인해 여성 가구주는 전체 가구의 20%가까이에 이르고, 이 가운데 1/3이상이 절대 빈곤층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성 가구주는 남성 가구주와 비교하여 경제활동참가율도 낮으며, 경제활동에 참가하더라도 저임금의 불안정한 일자리가 대부분이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갖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 그리고 한국의 복지제도는 전통적인 남성생계부양자모델에 기초하고 있어서 남성 부양자의 소득과 복지수급권에 의지하기 때문에 이러한 복지정책 하에서 빈곤의 위험은 주로 남성 부양자가 부재한 여성 가구주 가구에 집중된다.

한편 송파세모녀사건 이후 정부와 정당이 경쟁적으로 대책을 발표하는 상황도 비슷하다. ‘증평모녀사건 이후 보건복지부는 자살 유가족 등에 대한 자살예방 지원을 확충하고 위기가구 발굴 시스템을 강화하고, 복지지원 연계를 활성화하겠다고 발표했고, 증평군은 공동주택을 중심으로 관리비나 임대료를 3개월 이상 연체한 가구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은 자살예방대책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증평모녀법을 발의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이러한 대책도 송파세모녀법과 마찬가지로 빈 수레처럼 느껴지거나, 엉뚱한 진단과 처방처럼 느껴질 뿐이다.

 

국가 책임의 사회서비스 공급체계로

근본적 대책에 대한 진솔한 모색 없는 땜질식 처방이 더 이상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 우선적으로 현재 존재하는 공적 복지시스템으로의 진입장벽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복지급여의 수준을 높여야 할 것이다. 둘째, 저임금의 불안정한 일자리로는, 특히 사회서비스 부문의 저임금불안정일자리는 여성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성차별적인 노동시장구조를 확대·재생산할 수밖에 없다. 현재의 사회서비스 일자리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셋째, 현재 민간중심으로 경쟁적으로 시장화되어 있는 보육·요양 등의 사회서비스 공급을 공적인 체계로 전환하여, 지역사회 중심의 공적 복지지원체계와 통합적으로 구축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