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변혁정치

> 변혁정치

특집w.jpg



최저임금 개악법안 폐기투쟁

여전히 정세를 관통하는 

투쟁이다 


김혁노조사업특별위원장

 


지난 528일 상여금은 말할 것도 없고 복리후생비까지 최저임금 산입범위로 포함된 최저임금법 개악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통과한지 거의 두 달여가 지났다. 양대노총은 개악된 최저임금법에 반발하여 최저임금위원회를 탈퇴하였고 이후 사측과 공익위원만으로 최저임금위원회가 가동되어 왔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현재 상황

최저임금 법적 처리시한인 714일이 다가오자 정치권과 보수언론은 다각적인 방식으로 양대노총을 압박하였고, 결국 한국노총은 627일 저임금 노동자들의 요구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는 변명과 함께 최저임금위원회와 사회적 대화기구 복귀를 결정하였다. 민주노총에 대한 압박은 더욱 고강도로 진행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73일 양대노총 위원장과 직접 담판을 벌였으며 후속으로 고용노동부 장관과의 실무협의를 진행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최저임금법 재개정을 요구하는 민주노총의 요구는 온전히 반영되지 못한 채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사회적 대화기구에서 논의한다는 것까지는 의견이 접근되었으나 재개정이 아닌 일부개정 수준으로 민주노총을 설득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일까? 개악법안은 이미 통과되었고 장외에서만 싸우는 것은 별로 효과가 없으니, 한국노총처럼 저임금 노동자의 절박한 요구를 명분 삼아 최저임금위에 복귀하여 최저임금을 한 푼이라도 올리는 것이어야 할까? 아니면 민주노총의 요구처럼 사회적 대화기구에 복귀하여 최저임금법안 재개정을 다시 논의하는 정도가 최선일까?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최저임금 1만원을 둘러싼 속도전

박근혜 정권 시절이던 2016년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양대노총은 최저임금 결정구조와 공익위원 선출방식 등에 대해 문제제기하면서 최저임금위원회를 탈퇴했던 바 있다. 그 이듬해이던 2017년 들어서는 촛불항쟁에 힘입어 당선된 문재인 정권을 상대로 노동계는 투쟁과 교섭을 병행하는 노선으로 선회했다. 일면 투쟁을 이어가면서도, 한편으로는 대화와 협상에도 무게중심을 두고 최저임금위원회 복귀를 논의하기 시작한 것이다. 흔히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표현되는 최저임금위원회의 문제점에 대해 민주당이 하반기 제도개선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하자, 양대노총은 최저임금위 복귀를 결정하게 된다.

2017년 최저임금의 쟁점은 최저임금 1만 원이었다. 당시 민주노총은 지금 당장을 주장하였고, 문재인 정권은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을 달성하겠다는 대선 공약을 구실 삼았으므로 최저임금위에서는 치열한 공방이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할 시간이 임박하면서 기울어진 운동장의 불리함은 갈수록 극대화됐다. 공익위원들은 2020년까지 1만 원 달성이라는 여론 압박과 함께, 자신들만이 사용할 수 있는 최대 무기인 심의촉진구간을 통해 노동계를 코너로 밀어붙였다. 결국 노동계는 1만 원 요구를 양보한 채 16.4% 인상된 7,530원에 최종 합의할 수밖에 없었다.

최종 합의안에 대한 내외적 평가는 상반됐다. 16.4% 인상은 최저임금 협상 역사상 가장 높은 금액이라면서 성과적으로 평가하는 단위가 존재하는가 하면, 당시 민주노총과 최저임금 1만 원 쟁취를 위해 공동투쟁에 나섰던 <만원행동> 소속의 다수 단체는 1만 원 목표를 사수하지 못했던 민주노총에 대한 비판과 질타를 쏟아냈다. 민주노총은 이를 겸허히 수용하면서 최저임금의 결정구조와 방식, 공익위원 구성과 역할 등 제도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최저임금법 개악안 통과는 문재인 정권 우경화의 상징

2017년 하반기 최저임금위원회 산하에 제도개선TF가 구성되었다. 하지만 TF 역시 노--공익위원 추천의 전문가들이었기 때문에 여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일 수밖에 없었다. 노동계를 제외한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최우선적으로 제출하였고, TF 다수의견으로 올라온 이 안을 두고 최저임금위 내에서는 격론이 이어졌다. 3월 초까지 최저임금위에서의 논쟁은 매듭을 짓지 못했고, 결국 공은 국회와 문재인 정권으로 넘어갔다.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의 답은 단순명료했다. 재계의 편에 서는 것이다. 물론, 정부여당의 재계 편들기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이미 단계적 주52시간제 시행, 휴일 중복할증 폐지, 특례업종 온존, 탄력적 근로시간제 도입으로 점철된 근기법 개악안을 통해 충분히 예견된 바였다. 그러므로,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나 김동연 부총리의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역시 몇몇 유력 정치인의 개인적 발언으로 치부할 수 없다. 이들의 입장을 통해 향후 민주당과 문재인 정권의 경제·노동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근기법 개악안 처리는 613지방선거 바로 직전 국회에서 최저임금법 개악안을 통과시킨 이유와 일맥상통한다. 지방선거 결과가 이를 말해준다. 익히 알려졌다시피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의석 수나 득표율 모두 확실한 압승을 거두었다. 자유한국당으로 대표되는 극우 보수는 TK정당으로 몰락하였지만, 득표율에서는 지난 대선과 비교하여 현상 유지했다. 중도보수 또는 합리적 보수로 자칭해왔던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은 득표율과 의석 수 면에서 극도의 부진을 보였다.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보수언론들이 민주당 승리의 요인으로 중도보수의 표심잡기에 성공했다고 평가하는 것과 일치하는 대목이다.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에게 촛불민심은 한낱 명분에 불과할 뿐 그들의 본류인 보수 중심으로 완연한 쏠림 현상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최저임금법 개악 폐기 투쟁으로 총력을 집중하자

예년의 최저임금 투쟁은 최저임금 결정시한이 임박한 순간 절정에 이르렀다가 그 이후에는 급격히 소강상태를 띠는 양상이었다. 최저임금 인상을 얼마나 할지가 최저임금 당사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의미를 지녔기 때문이다. 올해는 다르다. 물론 올해 역시 최저임금 인상이 얼마가 될지는 당사자들에게 매우 중요하다. 최저임금법 개악이 미치는 악영향을 당사자들이 더욱 체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이 개악되기 전인 올해 초, 2018년 최저임금이 시행되는 시기에 사업주들은 온갖 꼼수와 편법으로 최저임금을 위반하면서 현장의 분노가 치솟았던 바 있다. 여기에 개악법의 국회 통과는 분노에 기름을 끼얹은 모양새가 되었다. 저임금 노동자들의 문재인 정권에 대한 높은 기대감은 이내 실망감으로 뒤바뀌고 말았다.

민주노총이 내년도 최저임금을 몇 푼 올리는 것보다 최저임금 개악법 폐기투쟁에 더욱 매진해야 하는 이유이다. 하지만 개별적으로 흩어져 있는 노동자들이 즉각 자신들의 요구를 걸고 투쟁에 나서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민주노총 일각의 주장처럼 사회적 대화기구에 참여함으로써 최저임금법 재개정안을 논의한다는 것은 더더욱 말이 되지 않는다. 사회적 대화라는 명분에 사로잡혀 투쟁다운 투쟁도 일궈내지 못하고 조직을 지리멸렬한 상황에 빠트리는 것이야말로 지금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수다.

그렇기에, 결론은 자명하다. 다시 한 번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전체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가 나서야 한다. 최저임금법 개악폐기를 둘러싼 강력한 연대투쟁 전선이 구축되었을 때 하반기 투쟁도 가능하다. 최저임금법 개악폐기투쟁을 기본 동력으로 노조 할 권리, ILO협약비준과 같은 노동법 전면 재개정투쟁으로 하반기 투쟁을 상승·발전시켜야 한다. 그랬을 때, 촛불민심에 등을 돌린 문재인 정권에 맞서 전체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민주노조답게 사수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