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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은 정상화되지 않았습니다

 

한국지엠분회



[출처 : 금속노동자(임연철)]   


다시. 힘차게. 달린다

최근 한국지엠이 내걸고 있는 광고 모토다. 10조 원 이상의 수탈로 천문학적 부실경영을 조장했던 GM 자신의 책임은 깨끗이 지우고 마치 희망의 새 출발을 알리는 듯하다. 두 달 전인 518, GM과 산업은행은 기본합의서를 체결해 구조조정을 일단락하고 공장을 정상화한다고 발표했다. 3천 명의 노동자들이 공장을 떠났고, 300여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간단한통보 한 번으로 해고당했다. 이후 한국지엠은 판촉행사를 비롯해 경영정상화를 홍보하는 각종 세리머니에 나섰지만, 현장의 상황은 사뭇 다르다. 희망의 새 출발 같은 것은 없다. 무려 8천억 원에 달하는 정부지원을 뜯어내고도 GM이 불법경영과 구조조정을 멈추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9,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부평공장 본관에 있는 사장실 점거농성에 돌입했다. 이미 법원과 정부로부터 수차례 불법파견 판정을 받았기 때문에 애당초 정규직으로 전환되었어야 할 노동자들이다. 그러나 정규직전환은커녕 이들 가운데에는 문자 한 통으로 해고당한 사람도 있고, 기약 없이 공장출입을 통제당해 사실상 생존권을 박탈당한 사람도 있고, 계속되는 축소구조조정 때문에 언제 해고당할지 모를 위협에 시달리는 사람도 있다. “다시. 힘차게. 달린다? 한국지엠은 다시. 힘차게. 구조조정을 준비하고 있다.

 

법원판결과 정부의 명령, GM은 안 지켜도 그만?

올해 213,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인천지방법원에서 불법파견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비정규직노동자들은 기뻐할 수 없었는데, 바로 같은 날 GM이 군산공장 폐쇄와 사업구조조정 방침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앞서 한국지엠은 지난 연말부터 비정규직노동자들을 해고하면서 인력감축을 시작하고 있었다. 이에 비정규직노동자들이 정부에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했고, 노동부는 1월에 이 조사를 마쳤다. 그러나 정부는 GM의 눈치를 보며 결과발표를 미루다가, GM과 구조조정 협상을 타결하고 열흘이 지난 528일에야 조사대상인 창원공장 비정규직 노동자 774명 전원이 불법파견에 해당한다고 사측에 통보했다.

노동부는 불법파견 판정과 함께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내렸고, 그 이행시한이 지난 73일이었다. 하지만 한국지엠은 시정명령을 거부하며 단 한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도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았다. 노동부는 직접고용을 이행하지 않을 시 노동자 1명 당 1천만 원씩 총 774천만 원의 과태료를 징수하겠다고 했지만 한국지엠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노동부가 실제 과태료 처분을 내릴 경우 행정소송을 청구하면 수년 간의 시간을 벌 수 있을뿐더러, 설령 과태료를 내게 된다고 하더라도 정부로부터 받은 8천억 원에 비하면 77억 원은 그 1%에도 미치지 못하는 돈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과태료 처분 외에 별다른 강제조치는 전혀 하지 않는다. 과거 대법원도 불법파견 판정을 내린 바 있지만 한국지엠은 고작 벌금 700만 원으로 무마했었다. 지난 4월 말, GM이 법정관리를 갈 수도 있다며 위협하자 기획재정부를 필두로 정부 관계부처들이 모두 나서서 노동조합을 향해 양보하지 않으면 원칙에 따라 구조조정하겠다고 윽박지르던 것과 전혀 다른 모습이다.

 

GM에게 또다시 당할 수는 없다

한국지엠의 불법파견 범죄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번에 비정규직노동자들이 절박하게 사장실 점거농성까지 나선 데에는 이유가 있다. GM의 축소구조조정이 계속되면서 가장 먼저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GM은 과거 군산공장을 불과 2~3년 만에 물량축소와 인원감축으로 고사시켰던 것처럼, 남은 공장에 대해서도 같은 수법을 사용하려 한다. 군산공장 다음으로 표적이 된 것이 부평2공장이다. 현재 부평2공장은 작년 군산공장처럼 물량이 대폭 줄어든 상태인데, GM은 공장정상화를 운운하면서도 이쿼녹스나 전기차 볼트처럼 유망한 차종은 국내생산이 아닌 수입해서 판매하는 반면 부평2공장 물량에 대해서는 어떤 답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미 부평2공장은 2교대에서 사실상 1교대로 바꿔 운영하고 있는데(2개 조 가운데 하루에 1개 조만 작업하고, 나머지 1개 조는 교대하지 않고 쉰다), 완전히 1교대로 전환할 경우 부평2공장에서 일하는 300여 명의 비정규직노동자들은 정리해고당할 위험이 크다. 지난 2014~15년 군산공장에서 물량축소를 핑계로 정규직을 1교대로 전환하며 비정규직노동자 1천 명을 해고했던 것과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5GM과의 협상을 마무리하며 가성비 최고라고 치켜세우는 한편 GM의 경영을 견제할 수 있게 되었다고 호언장담했지만, GM은 공장을 하나씩 고사시키는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지속하고 있다. 경영설명회에서는 내수를 늘리겠다고 말하는 한국지엠은 최근 직영 정비사업소를 축소·외주화하겠다며 정반대의 행동을 하고 있다. 8천억 원의 세금을 GM에 바치겠다고 한 뒤에 산업은행은 실제로 그 절반인 4천억 원을 먼저 납입했지만, GM은 기존 부채를 출자전환하고 구조조정 자금을 댄 것 외에 어떤 추가투자도 하지 않았다. 다만 돌아온 것은 부평2공장과 정비사업소 축소, 불법파견 시정명령 이행 거부다. 이제 비정규직노동자들이 가장 앞장서서 GM의 기만을 드러내고 있다. 또다시 GM에게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구조조정을 막고 불법파견을 분쇄하기 위한 한국지엠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싸움에 함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