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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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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사회운동 활동가 포럼: 변혁적 사회운동의 전망을 향해

탈핵‧에너지전환에 대한 

기본과제와 노동운동


남영란┃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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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구적 생태위기와 자본주의


핵발전으로 인한 인류위기와 답 없이 쌓여가는 핵폐기물, 지구온난화와 기후재난, 생물 멸종과 생태계 교란 등으로 나타나는 생태위기는 자본주의적 생산과 소비에 의하여 야기되었다. 끊임없는 이윤의 추구와 자본주의적 성장은 산업혁명 이후 화석연료의 사용을 급속히 늘려왔고, ‘값싸고 깨끗한 에너지’라는 외피를 쓰고 핵발전소를 늘려왔다.


그 결과 발생한 생태적 위기는 모든 국가와 모든 사람들에게 동일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온실가스 배출에 책임이 가장 낮은 국가와 소외지역, 그리고 대다수의 취약계층에게 가장 가혹하게 나타난다. 생태위기는 전 세계적인 사회 불평등과 삶의 위기를 동반한다.


전 지구적 생태위기가 임계점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경고에 대해서 환경세, 탄소배출 거래제 등의 시장원리의 해법이 채택되는가 하면, 탄소발자국 줄이기와 녹색 소비 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개별적인 실천을 전개한다. 이런 해결책이 재앙적인 기후위기 상황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은 명확하다. 그 원인이 자본주의 체제에 있다면, 체제의 변혁 없이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에너지전환은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모두의 이야기가 아니기도 하다. 에너지전환의 원칙과 방향이 체제 변혁이라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 그리하여 더 많은 이들이 에너지전환의 주체로 생산과 소비, 그리고 사회적 통제의 주체로 스스로의 운동을 구축하는지가 이번 사회운동 활동가 포럼을 통해서 다루고자 했던 핵심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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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탈핵부산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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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탈핵부산시민연대]



문재인 정권은 어떤 에너지전환을 원하는가?


2030년까지 풍력과 태양광을 중심으로 한 재생에너지를 2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문재인 정권의 에너지전환 계획을 관통하는 내용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목표치가 낮은 것은 물론이거니와,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재정확보방안을 통해 민간기업의 참여를 보장하는 길을 열어주고 있다. 이미 재생에너지 시장은 투기로 과열되어 있으며, 이 시장을 제어할 장치는 보이지 않는다.


석탄과 핵발전을 줄이고 2030년까지 신규설비는 LNG 발전으로 확충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이미 건설된 LNG 발전의 절반 이상이 정부의 규제를 받지 않는 민간발전소다. 또한 이전 정부에서 승인한 신규 민자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해서 재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최근에는 이를 그대로 허용하려 하고 있다. 발전산업에 대한 민영화 계획은 이전과 달리 소유와 운영권을 나눠서 매각하거나 신규발전소를 건설할 경우 발전소와 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진행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국가의 관리·통제 아래 놓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기업이 소유한 발전소인 것이다.


민간기업의 재생에너지 시장 진입이 가져올 결과는 무엇인가? 에너지 전환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이윤은 기업이 챙기고, 전환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하게 될 것이다. 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한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산화탄소 다량 배출 기업과 에너지 다소비 기업에 대한 전환 비용을 강제 징수하는 조치 등이 필수적이다. 마찬가지로 에너지전환에서 전력사용의 의미 있는 변화는 산업용 전력에 대한 수요관리 없이는 불가능하다.


전력거래의 문제는 어떤가? 한국전력이 관리하던 발전소를 자회사로 분할하면서, 이전에는 내부적으로 거래하던 전력을 이제는 ‘전력거래소’라는 시장을 만들어 거래하도록 했다. 전력의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로 인해 전력거래 시장을 왜곡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발전설비가 에너지 재벌기업에게 넘어가면서 에너지 공공성이 파괴되는 것은 자명하며, 재생에너지 확대비용보다 민간 LNG 발전 거래 비용을 정산하기 위해 더 많은 비용이 지출될 가능성이 크다. 전력의 생산-송전-배전을 아우르는 전력구조시스템은 분할하는 것이 아니라 일원화하여 통합적인 구조를 만들어야 하지만, 한국은 거꾸로 가는 모습을 보고 있다.



어떤 에너지전환인가?


그렇다면 우리가 제시하는 변혁적 에너지전환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


우선 탄소와 핵이라는 에너지원으로부터 태양력과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원으로 전환해야 한다.


둘째, 에너지 전환은 서비스와 에너지를 탈 상품화하는 과정과 결합되어야 한다. 생활임금, 의료, 보육, 주택, 식품, 물, 에너지, 대중교통, 건강한 환경, 그리고 모두를 위한 다른 필수품을 국가가 보장함으로써 기본적인 서비스를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셋째, 주요 에너지 시스템과 자원에 대한 통제를 사회화해야 한다. 다양한 방식으로 민영화되어 있는 에너지산업을 다시 공영화해야 한다. 화석연료 의존적 산업을 사회화하여 규모를 축소하거나 화석연료 없는 공정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한다.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지역공동체와 노동조합이 에너지 시스템과 자원에 대한 통제의 주체로 설 수 있도록 재구축해야 한다.


넷째, 재생에너지, 생태농업, 토양 및 생태계 복원 등과 같은 중요 분야에서의 일자리를 공공적으로 만들되, 노동자의 권리가 살아있고 또한 지속가능한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기후변화가 아니라 체제변화!’는 이미 국제 기후행동의 날 행사에서 광범위하게 외치는 구호가 되었다. 에너지전환은 생태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인 자본주의 체제를 변혁하는 문제로 나아갈 수밖에 없고, 나아가야 한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노동조합이 전환 운동의 주체가 되어야 하고, 더 넓은 사회적 운동들과 맺는 동맹을 확장해야 한다.



에너지전환과 노동조합


에너지전환의 문제는 관련한 에너지산업 노동자들만의 문제도 아니고, 환경단체들만의 문제도 아니다. 에너지는 모든 노동조합들의 관심사여야 한다. 이미 이 나라에서도 노동운동과 환경운동은 주요 시기 투쟁에서 만나고 결합했다. 1993년 현대중공업 산업폐기물 소각장 반대 운동에서부터 2010년대 밀양 송전탑 반대 투쟁까지 지역 차원에서 벌어졌던 구체적 투쟁에서 만나왔다.


다른 한편 전력산업 민영화, 물 사유화 반대, 공공부문 사유화 저지, 철도·지하철 안전과 공공성 강화 등을 위한 전국적 차원의 정책 네트워크로도 만나왔다. 노동조합은 이제 에너지전환에 대한 대안 담론을 제시하는 것을 자신의 과제로 삼아야 한다. 벌어지는 기후위기, 에너지전환 문제에 대한 입장이 일관적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복잡하고 어려운 에너지 쟁점을 조합원들에게 가져가 토론하고 논쟁하도록 해야 한다.


에너지 전환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적‧녹 동맹을 발전시켜가야 한다. 에너지전환의 방향과 원칙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 지형을 형성해야 한다. 이윤 논리에 입각해 민간기업 중심으로 이뤄지는 기존 방식의 에너지 전환이 아니라, 사회적 운영과 통제 하에 공공적인 에너지 전환에 대해 주장해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공공적인 에너지전환의 구체적인 상을 만들어가야 한다.


지금까지 노동운동의 주요 투쟁 의제인 노동시간 단축과 양질의 일자리 늘리기, 노조할 권리 등이 에너지전환 경로에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공동의 요구로 제시되어야 한다. 또한 사업장 단위에서 단체협약 요구 등을 구체화하고, 지자체 및 중앙정부 차원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제기해가야 한다.


탈핵·탈석탄 에너지 전환은 자본의 이윤 논리에 의해서 지배되었던 나의 노동, 일터, 삶터를 그저 지키는 것이 아니라 총체적으로 바꿀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래서 에너지전환은 개인이 아닌 집단의 운동으로, 대중적인 운동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그래서 노동조합이 기후위기와 에너지 문제를 중요한 사회적 의제로 설정하고, 단사 차원에서부터 전국 차원까지 이 의제에 대한 목소리와 행동을 적극적으로 조직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