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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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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호 사회변혁노동자당 2020.03.16 16:16

재난의 한복판,

‘누가 이익을 보는가’


정연용┃인천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방지와 감염 예방을 위해 질병관리본부 등 정부 기관은 물론이고, 언론을 통해 많은 전문가가 가급적 접촉을 피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기업 가운데는 재택근무를 실시하는 곳이 늘어난다.


하지만 생계를 포기하면서 집 안에만 머무를 수 없는 노동자들이 있다. 이들은 그나마 유일한 예방 수단인 마스크에 의지한 채 하루하루를 버티며 일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제는 마스크 자체를 구하기 어려우니, 이마저도 쉽지 않다. 물론 마스크에 대한 수요 폭증을 예상하지 못했기에, 생산량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못한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도 ‘위기를 기회’로 적극 활용할 줄 아는 눈치 빠른 이들은 불안 심리를 이용해 고가 판매로 이익을 얻는 매점매석을 벌이기도 한다. 정부가 개입해 공적 판매를 확대하면서 ‘배급제’까지 거론되고 있지만, 약국을 비롯한 공적 판매처 앞에는 아직도 줄서기가 계속되고 있다.



합리적 의심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공포는 ‘마스크 대란’만이 아니더라도 우리의 일상을 바꾸고 있다. 전철이나 버스는 말할 것도 없고, 사방이 뚫려 있는 거리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을 만나기 어렵다. 평일이든 주말이든, 여러 상점이 몰려있는 번화가에도 매장 안을 살펴보면 손님이 많지 않다. 항공‧숙박‧여행 등 관광산업은 물론이고, 많은 이들이 외출과 모임 자체를 줄이면서 소비 위축으로 타격을 받는 자영업자들의 소식이 매일같이 들린다.


이렇듯 코로나19 사태는 이제 생활의 불편과 고통을 넘어, 경제 불안과 위기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이 자본주의에서는 살육과 파괴의 정점인 전쟁을 통해서도 이익을 얻는 세력이 있지 않던가. 코로나19 사태로 혼란스러운 일상 속에서 대다수의 사람이 불편과 고통을 호소하고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기회로, 곧 이익의 확장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재난 상황에서 오히려 특별한 혜택과 이익을 누리는 세력이 있지는 않은가’하는 합리적인 의심을 품게 된다.


여기서 마스크 문제는 더 이상 거론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미 충분히 언급되고 있으니까.



‘재난 문자’도 공짜는 아니다


현재 유치원과 학교의 개학‧개강이 연기되고 직장에서는 재택근무를 확대하는 한편 많은 사람이 외출을 극도로 자제하다 보니, 평일은 물론이고 주말에도 거의 모든 시간을 집 안에서 보내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그간 집밖에서 이뤄지던 소비나 문화 활동이 집 안으로 들어오게 된다. 당연히 유‧무선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이미 상품 구매 패턴이 오프라인 매장보다는 TV 홈쇼핑이나 온라인‧모바일 쪽으로 바뀌는 추세였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사람들이 대면 접촉을 피하면서 그 비중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는 보도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또한, 과거처럼 시청료만 납부하고 공중파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만 실시간 시청하는 게 아니라,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프로그램(영화나 드라마, 스포츠 경기 등)을 구매해서 보는 유료 VOD 이용도 증가했을 것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코로나19 관련 안내 문자가 구청별로 하루에도 몇 차례씩 발송되고 있는데, 이 역시 정부나 지자체가 무료로 보내는 게 아니다. 해당 통신사업자에게 요금을 내고 문자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역시 통신 대기업 매출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물론 아직은 추측 수준이긴 하지만, 월별 혹은 1/4분기 해당 기업 실적 공시가 나오면 확인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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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희생, 누구의 이익인가


이른바 ‘코로나19 특수’로 어떤 기업의 이익은 평소보다 증가할 수 있다는 작금의 상황은 지난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의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자본주의 공황 속에 재벌의 탐욕이 불러온 외환위기는 많은 기업과 금융기관의 부도, 그리고 무엇보다 노동자들의 대량해고와 임금 삭감을 야기했다. 거리로 내몰린 많은 노동자들이 가정 파탄을 겪었고, 곳곳에 노숙자가 늘어났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고금리 정책의 수혜를 입어 막대한 부를 축적한 금융자산가들도 있었다. 당시 정부는 ‘경제위기 극복’을 내세우며 부실 은행과 기업에 막대한 공적 자금을 투입했고, 일반 국민의 ‘금 모으기 운동’을 북돋웠다.


그렇게 노동자와 서민들이 감내했던 고통에도 불구하고, 위기의 원인을 제공했던 재벌들은 본격적인 신자유주의의 도입과 함께 비정규직 양산을 비롯한 대대적인 노동조건 공격에 나섰다. 그러면서 자신들은 과잉자본에 대한 인수합병 등 자체 구조조정으로 몸을 불리며 이윤을 차곡차곡 모아, 오늘날에는 900조 원 이상의 사내유보금을 쌓아 놓았다. 그와 동시에 양극화와 불평등은 더욱 심화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돈을 버는 재벌과 자본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예컨대 자동차 대기업 같은 경우 소비가 위축되면서 매출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그러자 정부는 ‘자동차 개별소비세를 인하해주겠다’며 발 벗고 나섰다. 자본은 재난에서도 이익을 보고, 설령 손해를 보더라도 정부가 메워주려 안간힘을 쓴다.


재난에서 이익이 발생했다면, 그 이익은 피해를 입은 사회 구성원들에게 쓰일 수 있도록 환수되어야 한다. 누군가의 고통이 돈벌이가 되는 세상, 누군가의 희생을 통해 이익을 얻는 세상. 더 이상 이런 세상이 지속되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