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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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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호 사회변혁노동자당 2020.10.15 19:50

기획┃언택트 시대, 운동의 고민


언택트 시대에도 

투쟁은 계속된다


나위┃서울



코로나19 시대 키워드는 ‘언택트’(비대면, 비접촉을 뜻하는 코로나 신조어)다. 함께 모여 목소리 내고 싸우던 이들은 막막하다. 어떻게 투쟁해야 하나 고민이 깊어지는 요즘, 이 지면에서 몇 가지 사례를 나누고자 한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 인형과 함께한 아바타 집회


9월 8일, 민주노총 서울본부가 고용노동청 앞에서 “투쟁사업장과 함께하는 아바타 집회”를 열었다. 서울시는 현재 10인 이상 집회를 금지하고 있다. 서울본부는 이날 노동청 앞 인도에 음향과 의자를 설치하고 인형 50여 개를 놓았다. 꼬부기, 메밀군, 쵸파 등 다양한 캐릭터가 노동조합 깃발과 “해고 금지”, “전태일3법 쟁취”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었다. 무대 앞에는 10여 명만 머물고, 참석자는 차량과 주변 인도 등으로 삼삼오오 흩어져 휴대폰 생중계로 집회에 함께했다. 무대에서는 대회사, 연대사, 투쟁사 등 발언과 문화공연이 50분가량 이어졌다.


집회를 준비한 담당자는 “실험정신이 필요했고, 무엇이든 시도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고 취지를 밝혔다. 무대 위 발언만 송출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스피커를 준비했지만, 출력이 낮고 참가자들이 스피커를 가까이 놓지 않아 음향 상태가 나빴던 것이 아쉬웠다고 한다. 담당자는 서로의 얼굴을 볼 수 있도록 집회장 의자 위에 노트북 화면을 띄워놨어도 좋았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코로나 시기에 걸맞은 집회방식을 함께 고민하고 시도해봤다는 것과 인형시위로 지나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을 성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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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노동과세계 김한주]



민주노총 부산본부

: 대오는 따로, 집회는 함께


9월 24일, 민주노총 부산본부가 부산역, 부산시청 등 4개 거점에서 “전태일3법 쟁취, 노동개악‧구조조정 저지 결의대회”를 열었다. 코로나로 100인 이상 야외 집합이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거점별로 99인 이하 인원이 모인 ‘분산식 대회’였다. 이날 4개 거점에는 총 400여 명이 모였다.


부산본부는 1톤 LED 차량 4대를 각 거점에 설치하고, 거점별 사회자와 발언자, 공연 등을 준비했다. 공동의 대회사, 대회 영상 등은 4개 거점에 동시 송출했다. 마지막에는 공동 투쟁결의문을 낭독함으로써 함께하는 의미를 더했다.


이번 집회를 준비한 담당자는 “코로나로 100명 이상 집합이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전태일3법 10만 발의 후 무엇이든 해보자는 목표로 집회를 준비했다”고 했다. 그는 4개 거점별로 모이는 조직이 달라 각 집회 분위기에 온도 차가 있었다고 했다. 영상, 공동 결의문 등을 준비했으나 서로가 함께한다고 느끼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고도 전했다. 각 거점 상황이나 발언 등을 현장 중계하는 등 일치감을 높이는 것이 과제로 남았다고 했다.



이석기 구명위

: 촘촘한 준비로 차량 행진 시위


7월 25일,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사건 피해자 구명위원회”는 수도권 차량 행동을 진행했다. 서울 곳곳을 7개 거점으로 나눠 선두 차량이 출발하면 뒤를 이어 정해진 코스를 돌았다. 오후 5시 집결, 6시부터 차량 행진, 7시에는 전체 집결 거점에 모여 깃발 흔들기를 함께했다. 참가자들은 시작부터 끝까지 차 안에만 있었다. 이날 서울에만 2천여 대의 차량이 모였다.


이 집회에는 꼼꼼한 사전 준비가 있었다. 7개 출발거점에 스카이 크레인을 설치해 현수막을 걸었고, 참가 차량이 지나는 육교 5곳에도 우산 들기, 손 흔들기 등 퍼포먼스를 준비했다. 거리 현수막 게시, 스카이 크레인 설치, 애드벌룬 띄워놓기 등도 함께였다.


집회 담당자는 “집회 준비보다 훨씬 많은 품이 들었다. 사전 답사만 수십 번 했고, 실제 집회 시간에 차량 이동량이 얼마나 될지 조사하고 거점별로 차량을 다 이동시켜보는 등 여러 가지를 확인해야 했다. 사고가 벌어지지 않을지 불안도 컸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이 전체적인 흐름을 인지하는 것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다만 마지막에 전체 차량이 한곳에 모일 기회가 있어 “그때는 서로를 확인할 수 있어 좋았다”고 평가했다.



코로나는 일상이 됐다. 화상으로 온라인 회의를 하고, 유튜브 생중계로 교육을 진행한다. 함께 목소리 내고 행동하는 방법, 투쟁에도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서비스연맹은 “코로나 시대를 이겨낼 힘도 조합원에게 있다”는 기치로 투쟁방법 아이디어 공모전을 진행했다. 16건의 의견이 접수됐고, 서비스연맹은 이 아이디어 중 몇 가지를 실현해보려 논의 중이다. 공무원노조는 11월 11일 12시 유튜브 온라인 총회를 연다. 지역별로 모여 집단으로 시청하기도 하고 개별로도 접속해 조합원 과반 참석을 조직한다는 목표다. 온라인 총회는 사업 보고, 실시간 댓글 읽고 답하기 등 프로그램으로 채워진다. 노조는 온라인이지만 조합원 총회답게 준비하고 조직한다는 계획이다.


해고 금지, 노동기본권 보장 등 코로나 시기 우리의 요구는 더욱 절실해졌다. 코로나로 대규모 집회는 어렵지만 절박함을 행동으로 조직해야 할 과제는 여전하다. 좀 더 머리 맞대고 토론하고 자주 실패도 하면서 코로나 시기 투쟁은 이어질 것이다.